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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산만함을 다루려면?

IFS 관점으로 주의분산 파트 이해하기

by 투명서재

주의산만함을 다루려면?


IFS 관점으로 주의분산 파트 이해하기



영화 〈결혼 이야기〉를 보신 분 계신가요?


이 작품은 한 부부가 이혼한 뒤에도 부모로서 역할을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하고,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가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담아낸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많은 분들이 공감할 만한 장면이 있습니다. 상담 시간에 남편이 아내에 대해 털어놓는 불만이었죠.


"그녀가 쓴 컵은 집안 어디에나 있다."


이 대사와 함께 화면에는 집안 곳곳에 흩어진 컵들이 클로즈업됩니다.

저 역시 그 장면을 보며 뜨끔했습니다. 책상 위 커피잔, 식탁 위 물컵, 정수기 옆 텀블러 등등. 제 일상 풍경이 그대로 겹쳐졌기 때문입니다. 순간적으로 ‘나도 저런데!’라는 생각과 함께, 남편의 잔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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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주의산만, 단순한 문제일까?


집안일을 하다 보면 저도 자주 주의가 다른 곳으로 옮겨갑니다. 청소하다 “아, 고양이 화장실 치워야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청소는 멈추고 이미 고양이 화장실 앞에 서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이럴 때 흔히 “내가 너무 산만한 건 아닐까?” 걱정됩니다.


하지만 주의산만은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주의분산 파트로 본다면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주의산만과 주의분산의 차이


주의산만


어떤 한 곳이나 일에 관심을 집중하지 못하고 어수선하여 질서나 통일성이 없음을 뜻합니다(표준국어대사전).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개선되어야할 상태로 쓰입니다.


주의분산


갈라져 흩어짐. 또는 그렇게 되게 함(표준국어대사전)

주의가 흩어지거나 흩어지게 만드는 상태로 산만보다 중의적으로 쓰입니다.



IFS(내면가족체계) 관점에서 본 주의분산 파트


IFS(Internal Family Systems, 내면가족체계) 모델에 따르면, 우리 마음은 여러 ‘내면의 소인격체(파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속 캐릭터들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기쁨, 슬픔, 분노처럼 각 파트는 나름의 역할과 좋은 의도를 가지고 행동합니다.


특히 주의분산 파트는 리처드 슈워츠의 IFS 용어로 'distracted parts'로 쓰입니다. 주의분산 파트는 소방관 역할이나 매니저 역할을 합니다.


소방관 역할


추방자(상처 입은 경험, 트라우마)가 자극된 직후, 가능한 한 빨리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 고통을 피하게 합니다. 주로 인터넷 서핑, 영상 시청, SNS 확인, 폭식이나 음주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매니저 역할


추방자가 자극되기 전에 미리 주의를 흐트러뜨려 불편한 감정을 피하도록 만듭니다. 예를 들어 공부나 일을 시작하기 전 책상 정리, 준비물 챙기기, 불필요한 정보 검색 등을 통해 예전에 경험했던 성취불안이나 수치심을 마주하지 않게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주의분산 파트를 어떻게 다뤄야할까요?


주의분산 파트를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하나의 캐릭터처럼 상상하고 내면 대화를 해봤습니다.


겉으로 보이기에 산만한 행동은 단순히 ‘집중력이 약하다’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주의분산 파트와 대화를 시도해보니 다음과 같은 의도가 숨어 있었습니다.


표면적 파트: “그때그때 일을 처리해야 해.” → 일을 즉각 처리하지 않으면 중요한 걸 놓칠까 불안한 마음


깊은 층위의 파트: “다른 사람을 돌봐야 해.” → 남편이나 고양이처럼 내가 돌보는 존재가 힘들어질까봐, 혹은 내 선택 때문에 불편해질까봐 긴장하는 마음


이 과정에서 과거 경험도 연결되었습니다.


남편이 직장 문제로 힘들어하던 시기, 아픈 고양이에게 약을 먹이느라 애썼던 기억. 그때의 불안은 “내가 더 집안일을 하지 않으면 혹은 내가 더 가족을 돌보지 않으면 모두가 힘들어진다”는 긴장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주의분산 파트가 전해주는 메시지


IFS 관점에서 볼 때, 주의산만은 단순한 ‘문제 행동’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고자 하는 신호입니다.

저의 주의분산 파트는 사실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돼.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잊어버려.


내가 가족과 고양이를 완벽히 챙기지 않으면 예전처럼 다 같이 힘들거야.



주의분산 파트를 알아가고 더 깊이 만나니까 다른 사람을 나보다 우선으로 돌보는 파트가 나왔습니다. 돌봄 파트는 또 이렇게 말해요.


너 혼자가 되면 견디기 힘들잖아.


다른 사람을 돌봐야 내가 혼자 있지 않고 사랑받고 안전할 수 있어.


즉, 주의산만한 모습은 관계 속에서 외로워질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표현된 방식이었습니다.



새로운 돌봄의 방식 찾기


그렇다면 어떻게 이 파트를 안심시킬 수 있을까요? 저는 다음과 같은 작은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다는 경험 쌓기– 혼자 있는 시간에도 안정감을 느끼고 자기 돌봄을 실천

한 번에 하나씩 끝내기–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지 않고, 하나를 마무리한 뒤 성취감을 느낌

돌봄의 방식 재정의하기–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해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집중해서 한 가지를 잘 해낼 때 더 효과적으로 나와 타인을 돌볼 수 있다는 경험


이런 과정을 통해 주의산만 파트는 “괜찮아, 네가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주의산만은 고쳐야 할 결함이 아니라, 나를 지키고자 하는 주의분산 파트일 수 있습니다.


내 안의 파트를 이해하고 대화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자신을 문제로 보지 않고, 오히려 자기 돌봄과 자기 이해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여러분은 일상에서 나타나는 ‘주의산만’의 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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