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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자녀를 잘 키우고 싶다면 부모부터 돌보세요~

부모의 자기돌봄과 치유가 먼저다.

by 투명서재

예전에 근무했던 곳이 청소년수련관이라 지하에 수영장이 있었다.

한 엄마가 자기 아이에게 멋지게 수영복을 입혔다. 함께 수영장으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여자 강사가 그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내려오지 마세요!"

그 강사가 기함한 이유는 엄마는 나체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바로 아이에게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육아를 할 때 이런 일이 빈번히 일어난다.

육아서에서 자주 나오는 예는 비행기에서 위급 상황시 엄마가 먼저 산소 마스크를 써야한다는 비유를 든다.

엄마의 자기돌봄과 치유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에게 좋은 육아를 하고 싶은 욕구는 가득하지만 자꾸 아이에게 내 상처에 빗대 교육하게 된다.


나는 중학교 때 바이올린이 배우고 싶었는데 왠지 부모님께 부담이 될 것 같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저 관현악단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아이를 키우며 악기 하나는 다루면 좋겠다는 게 부모의 바람이지만 나는 유독 '바이올린'을 배우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건 내면아이가 배우고 싶었던 거지, 당사자인 내 아이는 바이올린에 관심이 없다.

어릴 때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던 엄마가 아이와 상관없이 피아노를 구입하기도 한다.


결핍을 채우거나 보완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엄마 자신이 지쳐 소진된 상태라면 '당신이 옳다'에 나오는 정혜신 박사님 표현대로 심리적 cpr은 아이가 먼저가 아니라 엄마가 먼저 받아야 한다.


자신은 간신히 삶과 결혼생활을 버티고 있으면서 아이만 잘 키우려고 애쓰는 모습이 얼마나 안쓰러운가.

자신이 받았던 상처를 아이에게 대물림해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물론 그 의도와 사랑은 알지만 그 시선의 방향을 아이에게서 엄마인 나로 향하게 바꾸자.

육아서와 자기계발서의 내용은 참 좋다. 옳다. 맞는 이야기다.

다만 나와 내 아이에게 적용하기엔 거리가 있는 일반론이다.

내 초자아를 자극한다. 무언가를 가르치고 평가하고 더 엄격하게 적용할 수 있다.

내 자아가 튼튼해서 초자아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괜찮다.

수유하느라 밤잠 부족한 엄마들, 다크서클이 눈밑에 짙게 그림자를 드리운 엄마들, 아침 저녁으로 믹스커피 한 잔 마셔야 기운 나는 엄마들, 낮에 잠깐 어쩌다 만나 수다떠는 커피나 브런치타임에 맘충이라는 시선을 견뎌내는 엄마들, 피곤한 몸으로 저녁에 몇 십분만이라도 아이와 놀아주는 엄마들, 살림하랴 육아하랴 이것만 해도 충분한데 뭔가 더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엄마표 공부하는 엄마들, 강의와 독서로 자기계발하는 엄마들


얼마나 애쓰는 건지. 그 수고로움을 아이가 십분의 일이라도 안다면 잘 자랄 것이다.

자기를 아이보다 먼저 돌보면 좋을텐데 말이다. '엄마의 내면아이, 자기만 애지중지 돌봐도 아이들은 행복한 엄마를 보면서 잘 자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보통의 육아서들을 읽고 내면에서 일어나는 과정은


반성 -> 다른 책 읽기 -> 자책 -> 다른 책 읽기 -> 무한반복

이런 순환이다.


우리가 '잘' 하는 괜찮은 부분, 육아에서의 장점은 책에서 말해주지 않는다.

"이야, 너 어떻게 그렇게 키웠니? 이런 부분은 잘 키웠는데? 계속 해볼래?"

"충분히 애쓰고 있어. 잘 가고 있어 하고 격려, 위로하는 책들은 어디 있는가?"

왜냐하면, 독자인 엄마라는 한 개인을 모르니까.

그런 책이 하나 있긴 했다. '엄마 달인'이라고.

그 책은 정말 엄마 한 명마다 한 챕터씩 있었다. 미술교육, 인성교육, 등 뭔가 강점 하나만 집중하는 엄마들이었다.

엄마의 장점, 잘 하는 부분만 초점을 맞추니 설사 다른 건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인 엄마는 잘 먹이는 엄마였다. 의식주 중 '식'이란 기본에 충실한 엄마

그래서 아이들이 밝고 안정적이고 엄마랑 애착이 그 누구보다 단단해 보였다.

불량육아 하은맘의 교육관 중 자녀에게 좋은 것을 먹이는 것에 집중하는 것 딱 하나는 동의한다.

아이보다 먼저 나를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재우고, 치유한 후에 공부시키자.


상담센터에 오시는 많은 부모와 아이들을 본다.

함께 정서평가를 하면 부모가 우울감을 겪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심스럽게 부모 상담을 권유하면 인정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거의 거절당한다. 당신은 우울하지 않으며 잘 지내고 있으니 아이 상담만 해달라고 한다.

정작 본인은 힘들어 우울하고 상처 투성이며 불행하다고 느끼는데 "우리 아이만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세요." 하는 격이다.


아이는 부모를 비추는 거울이다.

부모가 즐겁고 편안하게 살아가지 않는 이상 아이가 행복하긴 어렵다.

그러니 제발 우리 부모부터 챙기면 좋겠다.


서두에 들었던 예처럼 수영복 차려입은 아이만 있는듯 초점을 두고 벗은 '나'는 뭘 원하고 내가 행복한지 아닌지는 다 상관 없다는 느낌이다.

자기계발서, 자녀교육서의 단점이 이런 거다.

안 그래도 자신감, 자존감이 허약한 엄마들에게 이런 책들은 득보다 실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 독이 될 수 있다.


요즘 너무 잘 하려는 부모 밑에 너무 잘 하려고만 하는 아이들이 있다.

'잘' 이라는 것은 '잘' 관찰해봐야 한다.

뭐 때문에 애쓰고 있는지? 무얼 하려는 건지?

그 '잘'이라는 걸 하면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는 건지, 갑자기 행복해지는 건지?

애쓰는 부모 밑에 애쓰는 자녀가 된다.

부모에게는 늘 '잘' 하고 '애쓰려는' 모습만 보이고 싶다.

그러다 혹여 못 하거나 부모의 기준,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에 미치지 못 한다면, 과하게 실망하고 스스로 견디기 어려워 한다. 자신을 미워하고 학대하게 된다. 유행처럼 자해에 끼어든다.

왠지 모르게 부모는 내 부족한 어두운 그림자 부분은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 같아 괜찮은 척하다 상처가 곪는다. 사회에서도 선생님, 친구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부모 또한 아이의 좋지 않은 부분,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하고 직면하기 힘들어한다.

자기애에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 많다.엄마도 아이도. 뭐든 다 유능하게 해내길 바라는 건 큰 욕심이다.


변화란, 성장이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책을 읽는다고 달라지는가? 무얼 안다고 변하나? 지식을 습득한다고 괜찮아지나?

이런 질문에 답을 먼저 하고 싶다.

변화와 성장이란 자연에서 흙 속의 싹이 틔워지듯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밖에선 보이지 않으며 반드시 안에서 어떤 의지로 생겨 표현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읽었다고 해도, 명언, 글귀를 적는다고 해도 그게 내 안의 어떤 욕구와 맞닿아 있고, 고민과 겹쳐지지 않는 한 소 귀에 경 읽기다.


공부란 내 안에서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혼자 하는 것이다. 필요에 의한 것, 사람이라면 우선 상처를 치유할 것이다. 상처가 치유된 다음에는 자발성이 움튼다. 궁금함, 호기심, 관심이 그 자리를 차지할 거다.

공부도 자연... 스러움... 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부모가 무언가를 해야 자녀들이 잘 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모습에서 자연히 보고 배우는 것으로 키워지는 것,

'책'을 자녀교육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좋으나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엄마들에게. 자녀 한 명에서 많아도 셋넷을 키우는 지금 시대에 옛날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 매일같이 일어난다.

아침이면 서로 싸우면서 먹는 걸로 전쟁할 필요도 없고 공부만 하면 모든 게 용서되는 분위기에 자라나는 자녀들. 그 자녀를 키우면서 애는 애대로 쓰고. 교육, 먹는 것, 입는 것 등을 과잉으로 수준 높게 해주면서도 늘 죄책감과 자책, 반성하며 사는 것 같다. 요즘 엄마들은. 물론 나도 거기 안에 포함된다.


자녀를 충분히 잘 키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잘 못 키우고 있다고 느끼며, 뭐 때문에 나는 자기계발서와 육아서처럼 안 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건 아닌지, 작가 분들의 이론과 이상을 바로 나와 자녀의 현실에 대입시켜야 하는 건지 의문이다.


부모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면, 아이는 부모를 닮아간다.

그러니 책에 의지하지 말고..

그저 내 삶을 충실히 살면 좋겠다는...

이 글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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