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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자녀를 잘 키우고 싶다면?부부관계부터 살피세요!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면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하세요.

by 투명서재

* 글에 나온 이름은 가명이며 상담이나 그 외 사례를 가공, 편집하였습니다.


상담하면서 부모님께 당부하고 싶은 세 가지가 생겼어요.


첫째, 아이를 잘 키우려면 부부관계부터 살펴보자는 거예요.

대부분의 부모가 자녀를 앞세워 상담실에 찾아오지만요. 실상 자녀 상담보다 부부관계나 부모 자신의 개인적인 갈등에 대한 상담이 더 시급하고 필요합니다.

뿌리부터 단단해져야 열매도 실한 것처럼, 부모 먼저 변해야 자녀가 달라집니다.


가족역동이 자녀에게 주는 갈등과 어려움은 많습니다. 부부 싸움이 잦거나 부부 한 쪽이 아이를 희생양으로 삼아 편들게 만들면 자녀는 불안이 깊어집니다. 심한 경우 어떤 부모는 아이에게 "너는 누구 편이냐?", "엄마 아빠 이혼하면 누구랑 살거야?"라고 물어봤어요. 으레 하는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질문도 아이를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부부관계에서 상대 배우자와 닮은 자녀를 싫어하거나 화풀이 대상으로 삼을 수 있어요.

우리는 너무나 쉽게 부부관계를 개선하기 보다 만만한 자녀에게 배우자의 모습을 투사하여 자녀를 재물로 만들거든요. 최근 부부가 싸웠던 일을 떠올려보세요. 안 그래도 상대 배우자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아이가 어떤 언행(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았을 자극)을 해서 불똥이 아이를 향해 튀깁니다.


우리는 단순히 자기와 비슷한 사람과 아닌 사람을 나눠보는 습성이 있어요.

무의식적으로 분류하곤 합니다. 옛날부터 생존에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저도 모르게 지하철에 앉아있는 한 쌍을 부부나 연인으로 예상했다가 놀란 적이 있었어요. 이렇게 습관적으로 비슷한 사람끼리 묶는다는 사실에요.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은 아이들은 셋만 있어도 따돌림이 생긴다며 집단이 되면 자연스레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뉜다고 하셨어요. 가족 안에서 너는 아빠 닮았다, 엄마 닮았다는 말을 자주 하죠? 어느새 자녀들이 아빠 편과 엄마 편으로 갈라집니다. 우리 집은 그렇지 않다고요? 가정의 단합이 잘 되고 화목한 분위기일 가능성이 높아요. 부부갈등이 심해질 경우 남편 혹은 아내를 닮았다고 생각되는 아이에게 화살이 갑니다. 그러면 상대 배우자도 반격하곤 해요. "왜 가만히 있는 애를 잡느냐?"고요. 이런 예시는 참 없어보이지만, 당구대의 쓰리 쿠션 같죠? 저는 고상한 표현을 모르겠네요. 장기나 바둑에도 이런 기술이 있을텐데 알고 계신 분은 답글로 알려주세요. 상대 배우자와 다투기엔 힘이 없거나 지쳐있을 때 수동공격적으로 아이를 다그칠 수 있어요.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내 안의 어떤 측면, 특성이 스스로 맘에 들지 않을 때요. 좋지 않은 점을 아이에게 투사해 불안해 하거나 고쳐주려고 합니다. 아이의 성향, 행동을 수정해주고 싶지만 그게 잘 안죠. 이럴 때 부모의 성격, 자질을 균형 잡거나 보완할 점을 개발하는 게 먼저입니다. 예를 들어 어릴 때 몸이 약해 무시를 자주 당하고 열등감이 생겼다면 아이에게 체력을 강조하기 마련인데 부모가 운동을 같이 하는 거예요. 부모의 키가 작은 경우 나중에이 키가 작을까봐 두려워 청소년기가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성장 주사를 맞는다면 어떨까요? 부모의 불안감을 먼저 다루고 아이가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게 우선입니다. 아이는 나와 전혀 다른 존재인데 내 모습을 비춰봅니다.


부부와 자녀 삼각관계에서 자녀를 부모화하기도 합니다. 가계도에 부모 자리에 자녀가 올라와 있는 격이에요.


경애씨는 가족 안에서 희생양이 되어 ‘부모화’가 되었죠. ‘부모화’란 부모가 감당해야 할 책임을 자녀가 맡게 되는 현상으로 ‘방임’의 한 형태입니다. 자녀가 부모나 배우자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소위 철이 일찍 든 아이, 애어른이라고 하지요. 겉으로는 학대라고 보이지 않지만 정서적 학대도 있습니다. 첫째 아이가 자신의 동생들을 부모처럼 돌보는 경우도 이에 해당됩니다. 아이인데 어른 취급을 받게 됩니다. 가족 역동에서 그런 경우는 많습니다. 그림검사나 인형 세우기의 일대일 해석은 지양하지만, 연상하기 쉽도록 예를 들어볼게요. 우리가 흔히 하는 어항 그림에서 자기를 나타내는 물고기가 작은 다른 가족 물고기들을 이끄는 모습으로 나타나고요. 아이에게 자신의 가족을 동물 모형으로 세워 보라고 하면, 자기를 나타내는 돼지를 앞세우고 부모는 상대적으로 약한 동물로 돼지를 따라가게 세웁니다. 아동이 부모를 여리고 약하게 느끼는 경우, 부모는 상처 받은 내면 아이로 남아 있고 아이는 어른아이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경애씨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 역할을 했기 때문에 정체성의 혼란이 옵니다. 가장 역할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데 어쩌다 보니 역할이 곧 내가 되어버렸습니다. 십년 동안 가족을 위해 일하다 보니 벗을 수 없는 가장의 옷을 입었습니다. 그 옷은 곧 내 피부처럼 변해버립니다. 내 욕구는 점점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어버립니다.


부부갈등으로 인해 자녀의 성역할 정체성, 유연성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아버지가 애지중지하는 딸, 어머니가 우선시하는 아들은 자신의 성역할 모델을 반대의 성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닮게 된다는 말이고요. 아버지의 딸, 어머니의 아들은 부모의 마음에 들고 인정 받기 위해 각각 고유 성과는 다른 남성성, 여성성을 개발하게 됩니다. 표면적으로는 아버지의 딸, 어머니의 아들 모두 중성적으로 느껴지죠. 자기 성별에 맞는 과업을 하는 데는 어려움을 느낄 수 있어요. 아버지의 딸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공감, 배려, 융화되는 관계 면에서, '살림'이라는 중요한 여성적 역할에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아들은 어머니의 기분을 잘 알고 맞춰줄 수 있지만, 자기주장, 주도성, 지배성, 성취, 생산적인 '일'에 대해서는 취약할 수 있거든요.


성인이었던 영재씨도 이런 경우였어요.

부모님께서 종종 다투셨고 경제적인 능력이 상대적으로 컸던 어머니께서 가정 안에서 주도권과 힘을 가졌어요.

영재씨는 어머니께 칭찬 받고 싶은 욕구가 컸고 어머니 의견이 다른 가족들 의견보다 중요해졌습니다. 매번 어머니께 지기만 하는 아버지로부터 좋은 남성 역할에 대해 배워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어머니에 대한 분노를 처리하기에도 에너지가 부족했기 때문에 아버지를 모방하는 연습을 하지 못 했습니다. 옛말에 아들은 청소년기부터는 아버지가 키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노경선 선생님의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에서는 청소년기 아들은 어머니가 멀리 떨어져서 지켜봐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잘 자란다고 합니다. 영재씨는 어머니에 대한 애증이 심화되었습니다. 엄마 치마 폭 속에서 자란 마마보이면서도, 엄마의 권위로부터 멀리 떨어지고 싶었던 자유로운 영혼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여성에게도 주눅 들어 성기능 장애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상담을 받으며 부모 사이에 끼어 옴짝달쌀 못하는 내면 아이, 가족 안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탁구공 같은 신세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영재씨는 스스로 능력을 기르고 남성성을 키워 부모와 심리적으로 분리되었습니다. 그 결과 유학 가서 독립된 개인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두 번째, 전학과 상급학교로의 진학 전후에 아이와 충분히 상의하고 아이 입장에서 배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부모의 기대대로 크다가 학교가 바뀌어 교육 환경이 달라지면서 위기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학교가 바뀌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그 이후에 부모가 아이의 좌절에 대한 공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적응력이 달라집니다. 다니게 될 학교의 분위기, 교과과정, 중점 과목, 등을 미리 알아보고요. 가능하면 그 학교 재학생, 선생님께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생생합니다. 용의 꼬리가 될지, 뱀의 머리가 될지 선택하는 것도 내가 그 기간 동안 어떻게 보내느냐가 더욱 중요해요. 용의 머리가 될 수도 있잖아요? 내가 혹시 성적이 떨어지더라도, 이전 학교의 친구들이 없더라도, 공부하는 분위기 혹은 노는 분위기라도 견뎌낼만한지 스스로 예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청소년들은 실감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그 영향을 축소시켜 봅니다. 한창 정체감이 형성될 시기라 과대한 자기감 때문에 새로운 학교에서 잘 적응할 거라고 자신합니다. 실제로 어떤 여자 청소년은 원하는 학교에 입학했지만 아는 친구들이 한 명도 없어 적응이 힘들었습니다. 관계를 중시하고 학업도 관계에 영향을 받거든요. 또 다른 청소년은 공부 잘 하는 학교라는 소문을 듣고 입학했는데 학급의 분위기가 공격적 경쟁적이라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자신이 혼자일 때, 친한 친구들이 있을 때, 혹은 공부하는 분위기일 때, 아니면 자유로운 분위기일 때 어느 때 적응을 더 잘 할 수 있을지 고려해 보는 거예요. 이는 자기를 잘 알고 있을 경우 가능합니다. 그러니 아동, 청소년은 부모나 친구와 대화를 통해 자신을 더 관찰하고 알아보는 거예요. 자기이해를 돕는 심리평가, 진로 및 학습검사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실수는 학교에서 관계와 학업 두 가지 모두를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한 쪽의 영향을 무시하면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닥칠 수 있습니다. 친구관계와 공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학교가 있는지 살펴보고요. 두 가지 다 충족할 수 없다면 학교에서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 저울질하는 거예요.


<하루나이독서> 이상화 작가도 강연 중에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큰 아들 재혁이가 청심국제중학교에 들어가서 첫 등수가 예상 밖으로 무척 낮았다고요. 학업능력이 우수한 아이들이 많은 학교로의 진학은 아이들이 얼마나 견딜지 모를 일입니다. 이상화 작가는 재혁이와 상의해서 공부 방법을 달리 했고 그 결과 성적은 다시 오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 관심을 기울여주니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게 팍팍 느껴지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부법이 아니라, 부모의 관심입니다. 아이가 느꼈을 좌절과 절망감을 함께 견디며 기다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공감이 어려운 부모라면 자신의 체면이 깎였다는 수치심과 당황스러움에 몰두하며 자녀를 다그치게 됩니다.


따라서 좋은 학교에 들어가서 성적이 많이 떨어지거나, 생각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는 기간에 어떻게 대처할지 예상하고 전학이나 진학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습니다. 여기에는 친밀한 부모자녀 관계, 아이의 정신력, 절제력이 필요하고요. 관계도 잘 맺어있지 않은데 부모의 욕심으로 진학하는 것은 아이가 선택을 후회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예방 주사를 맞는 것처럼 개인상담, 심리평가를 받아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재혁이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돈독했고 그 위기에 적극적으로 개입 필요한 조언을 해줬기 때문에 극복했습니다.


세 번째, 학령기 자녀를 둔 부모가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마음이 편안하고 긍정적인 정서 상태일 때 공부가 잘 된다는 것입니다. 영재씨는 내가 최고가 아닐 것 같은 불안, 공격적 충동이 행동으로 나타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공부를 잘 하려면 먼저 해야 할 게 부모와 좋은 관계 맺기입니다. 부모자녀 관계를 잘 맺어놓아야 청소년기에 부모님의 말씀과 조언을 귀담아 듣습니다. 마음을 편안하고 즐겁게, 공부에 재미를 주는 것은 동기부여와 연결됩니다. 아이가 관심 있는 분야, 주제를 탐색해볼 수 있는 경험을 주는 겁니다. 그것이 연결되면 특정 주제가 깊어지면서 연구하는 자세가 될 수 있습니다. 영재발굴단의 로봇 천재 북촌 소년 준규가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부모님께서 준규와 자주 대화하고 로봇 만들기에 관심과 격려 보여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준규는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로봇 만들기를 통해 실험할 수 있었어요.





질문 1. 내 자녀를 어떤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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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2. 나는 1번의 답변과 어떻게 비슷하거나 다른지 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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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3. 내가 원하는 자녀상을 부모가 먼저 보여준다면 자녀는 부모를 닮게 되어있습니다. 내가 어떤 변화를 하면 도움이 될까요? 달라지고 싶은 점을 적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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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4. 내 생활이나 성격 특성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개발, 보완되어야 할 측면은 어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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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5. 기혼이라면, 부부관계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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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6. 주된 부부갈등은 무엇인가요?

자녀 때문에 싸운다, 아이 문제로 갈등한다면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입니다. 부부관계의 증상일 뿐이예요. 진짜 원인, 핵심이 뭔지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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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7. 나와 닮거나 비슷한 자녀, 배우자와 닮거나 비슷한 자녀를 적어보세요. 외동인 경우 외모, 성향, 식성, 습관 등 어떤 면에서 그런지 기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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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8. 자신이나 배우자에게서 거부하거나 싫은 특성을 자녀에게 비춰 투사하는지 살펴보세요. 아이의 어떤 말, 행동, 특성, 모습에서 내가 불편감을 느끼는지 떠올려보고 기록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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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9. 아이의 모습에 걱정, 불안, 분노, 등 과도한 불편감이 들 때 자신의 상처 경험과 관련되는지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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