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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 Feb 16. 2022

시사IN에 글을 실었습니다.

"누군가와 가까워진다는 것"

시사IN 745호 별책부록인 ‘행복한 책꽂이’에 게일 콜드웰의 <먼길로 돌아갈까?>에 대해 썼습니다.

전문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305




 최근 몇 년간 캐럴라인 냅의 책들을 읽으면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절친한 친구, 그레이스(아무리 봐도 친구를 위해 지어낸 이름이 분명해보이는)가 늘 궁금했어요. 냅의 표현에 따르면 '경쟁심과 원초적 사랑이 뒤섞인' 상대이자 그녀에게 '진정한 사귐'의 속성을 알려준 사람. <먼길로 돌아갈까?>는 바로 그 사람, 게일 콜드웰이 쓴 책입니다. 절친한 친구였던 캐럴라인 냅과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지요. 둘이 공유한 일상들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오른 친밀함, 또한 그런 친구를 떠나보낸 후의 시간까지. 게일 콜드웰은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사실 저는 이 책을 2020년에 읽었는데요. 당시에는 구판이 절판 되었던 상태라 이 책이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올해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입니다! 그것도 아주 꼭 맞는 표지를 입고서요.

 게일 콜드웰과 캐럴라인 냅의 우정은 정말로 특별했고 둘이 서로를 각별하게 여긴 것도 분명합니다. 둘은 거의 모든 것을 함께했고 서로의 모든 것을 나눴으니까요. 그런데 둘의 이야기를 가만히 쫓다보면 나도 그런 친구 갖고 싶다, 나와 특별한 관계를 맺을 근사한 여자친구! 싶으면서 지금 내가 맺고 있는 관계들과 이전의 관계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나 끝나버린 관계들. 끝났어야 할 관계도 분명 있겠지만 이러저런 변명과 회피 속에서 '그냥 자연스럽게 멀어졌어'라고 요약되는 사이. 왜 우리는 끝까지 친구로 남지 못했는지, 우리도 언젠가는 분명히 특별한 관계였던 것 같은데, 언제 우리는 그저 그런 사이가 된 것인지. 아쉬움과 씁쓸함이 남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좀 기묘합니다. 물론 게일 콜드웰과 캐럴라인 냅이 각각 아주 멋지고 매력적인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글을 읽으면 그들이 (당연하게도) 동시에 어떤 결함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우리들처럼요. 나처럼, 나의 친구처럼, 혹은 나와 이제는 멀어진 사람들처럼.

 그러니까 <먼길로 돌아갈까?>를 읽다보면 스스로에게 묻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멋진 친구, 특별한 관계, 근사한 우정. 그런 것들을 꿈꾼다는 나는 무엇을, 어디까지 해봤는지요. 이런 이야기를 읽을 때면 제가 늘 떠올리는 문장이 있는데 그것은 롤랑 바르트가 사랑의 단상에서 쓴 것입니다. "독창성의 진짜 처소는 그 사람도 나 자신도 아닌, 바로 우리의 관계이다." 결국 특별한 관계라는 것은 특별한 이들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그 관계를 어떻게, 얼마나 돌보느냐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로 다가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캐럴라인 냅과 게일 콜드웰은 그런 특별한 관계를 누릴 만했습니다. 둘은 정말로 많은 용기를 냈고(다 큰 성인이 되서 '나는 자기가 필요해'같은 말을 하는 건 정말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해봤다?!) 둘 사이에 만든 루틴들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조율하고 시간을 냈으니까요. 게일 콜드웰의 이 글들 역시 저에게는 그런 작업의 일환으로 느껴졌어요. 그러니까 <먼길로 돌아갈까?>는 진정한 친밀함을 나누는 관계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당연하게도 어떤 용기라는 것을 말하는 책입니다.

 '행복한 책꽂이'에는 다양한 필진들과 시사인 기자들이 꼽은 올해의 책 이야기가 넘쳐나고 그것을 읽고 있자니 새로운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을 생각에 아주 신이 납니다 히호. 일단 저는 이라영 선생님이 추천하신 <치유와 억압의 집, 여성병원의 탄생>과 이반지하님이 추천하신 <마이너 필링스>를
예약해두었어요! 올해에도 조금 더 읽고 많이 쓸 수 있기를 바라며. 많이 늦었지만 새해 인사를 전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창비어린이에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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