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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카페 사장

by 읽고쓰는스캇

차태현, 조인성 배우가 출현한 예능, <어쩌다 사장>을 기억하시나요?

이 배우들이 갑자기 사장이 된 것처럼, 저 또한 어쩌다 카페 사장이 되었어요. 누군가에는 간절한 일이, 저한테는 갑자기, 어쩌다 생긴 일이었죠.


어쩌다 카페 사장이 된 이야기의 시작은 아내와 결혼 준비하던 시절부터 시작해요.

장모님은 원두 로스팅을 할 줄 아셨어요. 그리고 때마침 결혼을 준비하던 아내에게 카페를 제안하셨죠. 그렇게 4평의 작은 공간에서 카페를 시작하게 됐어요.


결혼식을 올릴 때 즈음.

저는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고, 집에서 덩그러니 있기 싫어서 아내와 함께 4평 카페로 출근하기 시작했어요. 한 번도 카페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아내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죠. 그래도 매일 카페에 출근을 했어요.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거든요. 제가 했던 일이 워낙 야근이 많은 직업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 최대한 같이 있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결혼식 이후에 많은 일에 변화가 생겼어요.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사는 장소였어요. 부부가 된 저희는 시부모님의 요구 또는 요청으로 한 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거든요. 카페에서 먼 곳으로 이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카페를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갔어요. 출퇴근이 힘들었기 때문에 정리하는 것도 맞았다고 생각했죠.

아내와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어떤 회사에 들어가야 할지 고민했어요. 그러던 그때, 여러 행운이 겹쳐 14평짜리 지금의 카페로 이전하게 되었어요. 카페의 절반은 은행 몫이었지만, 제 이름으로 된 카페가 생겼죠.


카페 준비는 정신없었으나 맡은 역할이 있었어요.

장모님은 카페의 커피 맛을 맡으셨고, 아내는 카페 디저트를 담당했어요. 그에 비하면 저는 재정 관리와 아내의 출퇴근을 맡았죠. 지금 생각해 보면 카페 초창기에 저는 그저 바지 사장이나 다름없었어요. 할 줄 아는 건 없으면서, 돈 쓰는 데에만 깐깐한 사장이었거든요.

원래 계획은 카페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때까지 도와주다가 회사에 취직하는 거였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인생이 그렇듯, 제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죠. 그렇게 저는 현재 5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요.


한 장소에서 5년이란 시간을 보내며 많은 일을 겪었어요. 어느 정도 에피소드가 쌓였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에피소드와 생각들을 두서없이 남겨보려 해요. 시간의 흐름대로 쓰려고는 하지만, 아마도 단편소설처럼 조금씩 남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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