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amm Jun 25. 2019

박자! 내 맘대로 탈 거야 말리지마!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 02

4분의 4박자 기호 'C'


대부분의 대중음악은 4분의 4박자로 구성된다. 4분의 4박자를 Common Time의 약자인 'C'로 나타내는 것만 봐도 4/4박자가 일종의 기본값에 해당하는 박자임을 알 수 있다. 간혹 3/4박자를 쓰는 경우는 있지만, 그 이외의 박자를 쓰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음악을 쉽게 받아들이기에는 박자가 너무 낯설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말하면 4/4박자나 3/4박자가 아닌 박자를 쓰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래의 곡들이 익숙하지 않은 박자가 주는 익숙하지 않은 즐거움의 예시다.







1. 너무나도 유명한 미션임파서블 메인 테마곡에서 단번에 귀를 사로잡은 도입부가 4분의 5박자다. 안정감을 주는 4/4박자가 아닌 5/4박자를 써서 긴장감을 부여한다. 동전 소리 샘플링 등 여러모로 혁신적이었던 Pink Floyd의 명곡 'Money'는 4분의 7박자를 기본으로 한다. ('Money'가 수록된 [The Dark Side of The Moon] 앨범은 빌보드 200 차트에 무려 740주 연속 올랐다.) Beatles의 'Strawberry Fields Forever'는 좀 더 특이한 경우다. 기본적으로 4/4 박자로 진행되다가 'nothing to get hung about' 부분만 6/4 박자이고 'Strawberry fields for-' 부분은 3/4박자이다. 


<Strawbe(1) // rry fiel(2) // ds for(3) // ever~(1234)>







2. 박자와 관련해 가장 다양한 실험을 하는 팀 중의 하나가 Radiohead다. 'Paranoid Android'는 기본적으로 템포 자체가 몇 번씩 바뀌는 곡이지만, 4/4박자를 기본으로 하는 박자 사이사이에 7/8박자 3마디가 들어간다. 워낙 연결이 매끄러워서 쉽게 감지되지는 않지만 박자가 총 13번이나 바뀐다고 한다. [Kid A]의 첫 번째 곡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은 10/4박자고, [In Rainbows]의 인트로 곡 '15 Step'은 5/4박자다. (둘 다 개인적으로 라디오헤드 곡 중에서도 손에 꼽게 좋아하는 곡들이다.) 심지어 같은 곡인데 버전에 따라 박자가 다른 경우도 있다. 라디오헤드 4집 [Kid A]에 수록된 'Morning Bell'은 5/4박자인데, 5집 [Amnesiac]에 수록된 5집 버전의 같은 곡 'Morning Bell / Amnesiac'은 4/4박자다.







3. 국내에서도 특이한 박자로 이루어진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들이 있다. 에서 '11 over 8'을 통해 11/8박자의 음악을 선보였던 이이언은 솔로 앨범의 수록곡 '5 in 4'에서는 아예 4박자와 5박자를 병렬시킨다. '5 in 4'가 계속되다가 마지막에 "now it's 4 in 5"라는 가사가 나온 뒤 반전되는 부분이 이 곡의 백미다. 3호선 버터플라이의 '꿈속으로'는 템포와 박자의 변화를 통해 꿈속으로, 다시 꿈속의 꿈속으로 빠지는 것을 창의적으로 표현한다. 7/8박자로 시작한 노래가 5/4박자가 되었다가 나중에는 4/4박자가 된다.







4. 대중음악의 여러 장르 중에서도 힙합은 특히 4분의 4박자의 비중이 높은 장르지만, 힙합 장르에서도 4/4박자를 탈피하고자 한 노래들이 있다. Outkast의 'Hey Ya!'는 <4/4 - 4/4 - 4/4 - 2/4 - 4/4 -  4/4>가 반복되면서 독특한 그루브를 만들어낸다. 박자뿐 아니라 다양한 음악적 시도가 집약되었는데 그 결과로 최고의 대중성까지 갖춘 대단한 곡이다. 다음 2곡은 박자가 특이한 힙합 곡을 찾으면서 새로 알게 된 곡들이다. The  Roots의 'Ital'는 1996년에 발매된 [Illadelph Halflife] 앨범에 수록된 5/4박자의 곡으로, Black Thought와 피쳐링으로 참여한 Q-Tip의 여전히 세련되게 들리는 랩이 인상적이다. clipping.의 'Story 2'는 오늘 소개하는 곡 중에서도 가장 실험적인 곡이다. 내가 지금 감기에 걸려서 그런지는 몰라도 곡이 점점 빨라지면서 마지막에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마저 드는데, 그 안에 벌스들을 꽉꽉 채워 넣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유튜브의 한 댓글에 따르면 이 곡의 박자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Beat breakdown! bpm = 110: 4x (measures) intro of 3/8, 8x [3/8, 4/8, 5/8, 6/8, 7/8, 4/4] >>> (eighth note = triplet) 6x 12/8 >>> (double time 220 bpm) 4x [8/8, 10/8, 12/8, 14/8] >>> (quadruple time: 440 bpm) 8x 16/8.







5. 특이한 박자를 시도한 뮤지션들 중에 유독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이 많다. 요즘 주목하고 있는 Rosalia의 'Pienso En Tu Mira'는 12/8박자와 10/8박자 사이를 오가는데, 로살리아가 플라멩고에 기반한 음악을 하다 보니 플라멩고 리듬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이 뮤비는 나중에 가장 좋아하는 뮤비 플레이리스트를 만든다면 포함될 것이다.) Hiatus Kaiyote의 'Jekyll'은 워낙 변화가 많아서 어떤 박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박자를 따라가는 재미가 상당하다. MGMT의 'Electric Feel'과 Feist의 'Century'는 6/4박자이며, Bjork의 'Crystalline'은 17/8박자다. Foals의 'Providence'는 7/4박자로 진행되다가 3분 12초에 4/4박자로 바뀐다. 



작가의 이전글 여성 X 힙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