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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해답을 찾는 용기

바위 위에 선 씨앗처럼

by 회색달


바람에 몸을 맡긴 작은 땅버들 씨앗 하나가 있었습니다. 푸른 들판이나 비옥한 흙이 아닌, 단단하고 거친 바위 위에 내려앉았죠. 대부분의 씨앗이라면 절망했을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씨앗은 자신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그곳에서도 가느다란 뿌리를 내리고, 여린 줄기라도 하늘을 향해 세우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입니다. 환경을 탓하며 주저앉는 대신,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삶을 피워내려는 강한 의지. 바로 여기서 우리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우리는 종종 삶의 어려움 앞에서 환경을 탓하곤 합니다. '이래서 안 된다', '저래서 안 된다'는 생각에 갇혀 스스로의 가능성에 뚜껑을 덮어버리죠. 마치 유리병에 갇힌 벼룩처럼 말입니다. 벼룩은 원래 자신의 키보다 훨씬 높이 뛸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리병 안에 갇혀 천장에 부딪히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나중에는 유리병이 사라져도 스스로 뛸 수 있는 높이를 제한해 버립니다. 환경이 만들어낸 한계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의 삶은 벼룩의 실험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생각하고, 느끼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어떤 환경에 놓이든, 그곳에서 의미를 찾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힘이 우리 안에 있습니다. 바로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말처럼 말이죠.


이 말은 중국 당나라 시대의 선승인 임제 의현 선사의 가르침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수처작주(隨處作主)'는 '어떤 처지에 있든 그곳에서 주인이 되라'는 뜻입니다. 외부 환경이나 조건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마음과 삶의 주체로서 당당히 서라는 가르침이죠. 그리고 '입처개진(立處皆眞)'은 '네가 서 있는 그 자리가 모두 진리이다'라는 뜻입니다. 어떤 상황, 어떤 장소에 있든 그곳이야말로 진리를 깨닫고 실현할 수 있는 소중한 삶의 터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결국 '수처작주 입처개진'은 어떤 환경이나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주체성을 지키며, 지금 서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 실현하라는 깊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환경을 탓하며 멈춰 서는 대신, 주어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용기를 강조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 명언을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두 가지 예를 들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적용: 매일 독서하는 일, 왜 읽는가의 해답


매일 책을 읽는 습관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행위를 넘어섭니다. 그것은 '왜 읽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책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 생각, 경험들을 간접적으로 만납니다. 때로는 내가 처한 환경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때로는 막막했던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환경을 탓하며 '나는 안 될 거야'라고 속삭이는 대신, 책 속에서 용기를 얻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 이것이 바로 '수처작주'의 태도입니다. 책을 읽으며 세상의 다양한 관점을 접하고, 그 안에서 나만의 생각과 가치관을 정립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입처개진', 즉 지금 내가 책을 읽고 있는 이 순간, 이 행위 속에서 진리를 찾아가는 여정인 셈입니다. 독서는 외부 환경에 대한 불평 대신, 내면의 성장을 통해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나를 만들어가는 주체적인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우리는 세상의 주인이자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적용: 쓰기, 곧추세운 척추의 힘으로 삶을 계획하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글을 쓸 때, 외부의 시선이나 평가, 혹은 불안정한 환경에 의지하려 하지 않습니다. 오직 곧추세운 척추의 힘을 믿으며, 손에 쥔 펜 한 자루로 삶을 계획하고 생각을 정리합니다. 백지 앞에 앉아 막막함을 느낄 때도 있겠지만, 그것은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내면의 정리가 필요한 순간일 뿐입니다.


글을 쓰는 행위는 '수처작주'의 가장 강력한 실천 중 하나입니다. 혼란스러운 생각, 복잡한 감정,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펜을 들고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는 것은, 외부 상황에 끌려다니지 않고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스스로 삶의 방향을 설정하려는 의지입니다. 내가 써 내려가는 모든 단어, 모든 문장이 바로 '입처개진', 지금 이 순간 내가 만들어가는 진실된 삶의 기록이 됩니다.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엉킨 생각들을 풀어내고, 막연했던 꿈을 구체화하며,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마법을 경험합니다. 펜 끝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이 결국 삶 전체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이 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땅버들 씨앗이 바위 위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듯, 우리 역시 어떤 환경에 놓이든 스스로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래서 안 된다, 저래서 안 된다'는 핑계는 스스로 뛸 수 있는 높이에 뚜껑을 덮는 행위일 뿐입니다.


만약 지금 핑계를 찾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방법을 찾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스스로 길을 만들면 됩니다. 그리고 도전하기로 결심한 사람에게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의 선택을 의심하지 마세요. 삶에는 오답도 있고 정답도 있겠지만, 그 사이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가장 소중하고 의미 있는 여정입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 어떤 처지에 있든 그곳에서 삶의 주인이 되어, 지금 서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당신만의 진리를 만들어가세요. 독서를 통해 세상을 만나고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글쓰기를 통해 내면의 힘으로 삶을 계획하듯이 말입니다. 당신 안에는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강한 씨앗이 심겨 있습니다. 그 씨앗이 어떤 환경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내딛으세요. 당신의 삶은 당신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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