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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9 [부딪히며 지나온 것들. 파도는 늘 있었고, 나는 그 위에 있었다.]

by 회색달
얼음이 산산조각 났다고 해서
물이 아닌 것은 아니다
사람이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삶이 완전히 무너진 것도 아니다
강물이 햇볕에 반짝이는 까닭은
쉬지 않고 흐르기 때문이며
삶이 다시 빛날 수 있는 까닭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수많은 실패를 겪었고 가슴속에 깨진 조각처럼 흩어졌다. 그때는 앞이 막힌 것 같았고 숨을 쉴 때마다 깊숙한 통증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오늘 나는 또 한걸음 내딛는다. 그걸 가능하게 한 것은 내 안에 자리한 작은 희망의 불씨와 함께 바람 따라 강으로 모이고

그 강이 넓은 바다로 이어지듯 나뿐 아니라 주변 누군가의 고통도 서로 연결되어 함께 흘러가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 고통들은 혼자서 감당해야 할 짐이 아니라

때로는 서로 기대고 흘러가기만 하면 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래서 나는 안다. 실패는 끝이 아니고, 깨짐은 무조건 멈춤이 아니다. 꽉 막힌 길도 결국 또 다른 길로 이어지고 아픔은 함께 견뎌내다 보면, 큰 회복으로 모여든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묵묵히 그 길을 걷는다. 조용히 나를 그리고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이들을 다독이며, 작은 빛 한 줄기 품고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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