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의 완주는 반복이 끝나야 한다. 오랜 시간, 장거리를 쉬지 않고 내딛는 움직임의 반복. 사람들은 결승점을 통과한 선수에게 환희와 박수를 보낸다.
결과가 아닌, 매 순간.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그 과정을 축하하는 거다.
몇십 킬로의 거리를 달리는 시간은 고작 몇 시간 남짓이지만, 중요한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삶은 어떠한가. 완주의 박수를 받으니 대단한 무언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막상 특별한 변화는 없다. 숨을 몰아쉬며 잠시 허리를 펴고, 지나온 길을 한 번 되돌아볼 여유가 생겼을 뿐.
그 순간이 오래 남는 이유는 아마도 결승선 때문이 아니라 그곳까지 이어지던 걸음 덕분이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떼면, 다른 길이 이어지겠지.
처음부터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안다.
어떻게든 끝까지 가본 경험이 몸 어딘가에 남아 있으니까. 우리는 어쩌면 그 기억 하나로 또 다시 나아가는 힘을 얻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