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 프롤로그를 읽고
감정에 시간과 공간을 준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13p)
저자는 쥐트도이체 차이퉁이라는 권위 있는 언론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늘 최고를 향해 달려왔다고 말한다.
내일의 자신을 위해 준비하는 데에는 누구보다 성실했지만, 정작 지금의 자신을 돌보는 법은 알지
못했다는 고백은 낯설지 않다. (11p)
저자는 우울과 번아웃을 현대인의 고질병이라 말한다. 누군가는 이를 감기처럼 가볍게 여기지만, 감기가 한 번 앓았다고 다시 걸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단번에 처리할 수 있는 백신도 없고, 그런 약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감정 역시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 겪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찾아오고 반복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프롤로그에서 인상 깊었던 또 하나의 장면은 남편과의 연애를 설명하며 등장하는 테니스 비유다. 테니스는 삶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은 아니다. 남들만큼 잘하지 못해도 괜찮고, 못한다고 해서 낙담할 이유도 없다. (12p)
하지만 감정은 다르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수많은 환경과 관계 속에서 감정을 피할 수 없이 마주한다.
그때마다 감정을 가슴에 쌓아둘 것인지, 아니면 내 몸을 하나의 통로로 삼아 흘려보낼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다. 이 선택을 반복하며 익히는 것이 바로 감정을 다루는 기술일 것이다.
그래서 ‘감정에 시간과 공간을 허락한다’는 말은, 감정을 억지로 붙잡거나 밀어내지 않고 잠시 머물 자리를 내어준 뒤 지나가게 하는 연습을 뜻하는 게 아닐까.
이 책은 감정을 없애는 법이 아니라, 감정과 함께 사는 태도를 묻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