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아랫잇몸에 사랑니가 솟았다.
제때 고개 들지 못하다가
살과 잇몸 사이에서 부대 끼던 탓에
도저히 못 참겠다며 올라온 것이다.
치과에 들러 치료를 받고 돌아서는 길
보이지 않는 통증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입안에선 피비린내가 한가득이다.
혀를 굴려 상처를 맛보고 나서야
나는 너의 존재를 깨닫는다.
주머니 속 하얀 통에 담긴 진통제 몇 알에
간절히 기도했다.
몇 알의 약으로 나의 통증이 사라지기를.
등 뒤 노을과 바뀌는 신호등에
아주 조금씩 통증은 사라지고
그제야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