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달리 Mar 28. 2024

주말단상

글쓰기의 효과

 창 너머 건물이 눈보다 높아진 건 몇 달 되었다. 반쯤 꺾여있는 굴곡의 유리 창밖으로 세상은 쉬는 법이 없다. 처음 며칠은 낯선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바라만 봤다. 종일 창밖 세상에서 머물다 왔는데도 다시 보면 늘 새로웠다. 무엇 하나라도 똑같은 법은 없다. 그래서 창밖을 보는 건 중요한 일이다. 그 속에 있었던, 그렇지 않았든 간에 적어도 연결된 통로쯤 된 것.


 나에게 글쓰기란 그런 통로다. 처음엔 신기해서 늦은 밤까지 책상에서 글을 쓰다가 엎드려 잔 적이 많다. 그러기를 반복, 영원히 반복되는 진자운동의 왕복운동. 


 그런데도 창과 글을 사랑했다. 삼십 분마다 들리는 열차 소리는 풍경에 색을 입혀줬다. 나는 이 순간을 쓰기 위해 창에 의자를 놓았다. 바로 이곳에 앉아 도시의 가장 높은 건물의 숲에서, 회색의 세상 속, 나만의 색을 입히는 지금이야말로 세상에, 글에 스며드는 순간이다.


 그런 창밖의 세상은 나 없이도 잘 지내지만, 이곳은 그러지 못하다. 글을 마무리 짓고 책상을, 식탁 위 마시고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물병을 정리해야겠다. 무언가 때문에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느껴질 땐 청소가 제일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 쓰는 글 도 마음 정리에 제법 쓸모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26.작가의 향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