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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달리 Mar 28. 2024

27.계속 쓰는 사람, 작가

사람 사는 이야기가 거기서 거기지 뭐. 특별한 일보다 나도 비슷한 경험, 있었을 법한 이야기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밑줄을 긋는다.

 한 번은 앞으로의 진로가 걱정되어 유명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간 적이 있는데, 글쎄 내 사주에는 창의력을 갖출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단다. 그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사람 앞에 두고 그런 말 하는데 누가 마음 편히 들을 수 있을까.


 그 뒤로도 이어진 점쟁이의 수다는 한 시간이 넘어서야 끝났다. 자리를 일어서면서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정말 나는 소질이 없는 걸까.'


 글쓰기 하나만으로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으면 얼마나 좋을까. 누가 나 불러서 ‘어떻게'라는 말 뒤에 각종 에피소드와 이겨낸 방법을 이야기하고 돈을 준다고 하면 좋으련마는 아직은 보이지 않는 꿈이다.      


 처음 글쓰기 시작했을 땐, 눈에 보이는 종이, 신문지, 어떨 땐 카페에 앉아 있다가 휴지 한 장에 적은 적도 있다. 그래 봐야 그 자리에서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을 끄적였을 테지만, 그 시작이 지금까지 이어져서는 쉬지 않고 있다. 그땐 내가 무얼 해야 할지 몰라서 읽기 시작한 일이었고, 나와 비슷한 사람이 많다는 것과 그들의 말에 마음 울림이 생겨 내 소감을 몇 줄 적어놓은 동조된 일이다.


 그런데도 계속 쓴 이유는 뭘까? 답은 없었다. 그냥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랐고 어떻게 앞으로의 내 삶을 계획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던 때여서 ‘미래 계획서'를 수십 장 쓰기도 하고, 명언을 베껴 내 생각을 옮겨 적은 적도 많다.


 습관은 사람의 행동을 만들고 만들어진 행동은 다시 사람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글쓰기 습관은 단순한 일기 쓰기에서 나아가 점차 영역을 넓혀가더니 수필 한 편까지 쓸 수 있게 했다. 그래서 누가 내 꿈을 묻는다면 이제는 명확한 단어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에세이스트. 글을 쓰면서 삶을 음미하는 직업. 얼마나 멋진 일인가.      


 국내 유명 수필 작가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이기주, 허지웅, 김미경 작가 등, 선정한 기준을 따지자면 특별함보단 평범함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살아온 이야기라는 거다. 혈액암에 걸렸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끝내 병마와의 싸움에서 이겨낸 이야기나, 지금은 대한민국 최고의 최고 인기 강사라고 자부할 정도로 성장한 한 여인의 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면 ‘나는 이 사람보다는 행복했구나' 하는 자기반성과 회의, 나아가 고찰까지 생기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이들 외에도 수많은 이야기를 가진 이들이 모두 내 스승이 되었고 이제는 그들의 그림자를 따라 걸으려 발버둥 치고 있다.


 아직도 제자리 걸음마 수준일 뿐이지만, 분명한 건 처음 한 줄 끄적이면서 기뻐하던 내가 글쓰기에 관심을 가졌고 하나씩 성장하고 있다는 거다.

 그동안 써온 수백 편의 일기, 수필, 시, 서평 등등. 그중 일부는 초등학교 어린이 일기 쓰기 수준일 테지만 그것조차도 에세이스트를 꿈꾸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 아닐까. 온종일 직장에서 일하면서 자유를 빼앗긴 내가 유일하게 내 마음대로 펼칠 수 있는 몇 장에 심어놓은 자유.     


 얼마 전부터 국내 출간되고 있는 수필 분야 월간지를 구독 중이다. 일부는 서점에 가서 사기도 하고, 몇몇은 매번 독자로써 기고문을 보내지만, 낙선의 슬픔을 위로차 보내는 월간지로도 대신한다. 쓸수록 느끼는 거지만, 세상에는 비범함보다 평범함이, 화려함보다는 담백한 일상 이야기가 더 공감이 간다는 거다. 그만큼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의 소리 없는 발버둥으로 느껴서 일 것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대부분의 이야기가 영화, 소설, 드라마 등에서 한 번쯤 혹은, 나오지 않았다면 나왔으면 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 또한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에는 꾸미지 않는 솔직함으로 무장했다는 거다. 일부 이야기는 특정한 주제에 묶여 월간지에 실리기도 하는데, '약속', ''인연', '그리움' 등이다.


 몇 편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연속으로 들으면서 마치 그 속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 때도 있는 걸 보면, 에세이스트를 꿈꾸는 한 사람으로서 창의성은 없어도 남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고 조금은 소질이 있는 것 같다. 계속 써봐야겠다. 작가라는 말의 뜻은 계속 쓰는 사람이라는 말을 어느 저자의 말에서 배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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