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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현기 Jun 28. 2024

9. 속도보다 꾸준함이 정답



다섯 번째 10km  기록. 오늘은 달리기보다 걷기를 선택했다. 고질적인 허리통증에 퇴근 후 침대에 누워 뜨거운 찜질기를 의존할까 했다가 차라리 걷기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시작다.


코스는 시내를 거쳐 술집이 즐비한 번화가, 아파트 단지, 산책로 등 등. 정해져 있지는 않았다. 중간중간 언덕과 계단을 오르락 거리며 드는 생각은 마치 도심 속 빌딩 숲을 등산을 하는 기분이랄까.


가을 하프 마라톤을 계획했다. 이번주 수요일까지 10km 기록은 1시간 1분. 처음 시도했을 때가 1시간 8분이었던걸 감안하면 네 번째 달리기 만에 기록이  단축된 셈이다.


20km의 달리기는 시간으로 따져보니 지금 속도라면 약 2시간 10분이 예상됐다. 관건은 ' 과연 내가 그 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을까?'다.


처음 5km  달리기를 완주했을 때가 생각났다. 1km  달리는 것도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수 십, 수 백번 반복됐지만 참아내고 달리기를 멈추지 않은 끝에 얻은 성취였다.


5km  달리기에서 7km 달리기 완주를 위해 다시 달리기와 걷기를 병행했다. 걸리는 시간은 상관없었다. 단지 완주만 하면 됐기에 5km를 통과 한 시점부터는 속도를 줄여 달리기를 이어갔다.


거리의 가로등의 간격을 세어가며 한 칸, 두 칸을 지나자 어느새 다다른 목표의 7km.


달리기 완주의 비결은 꾸준한 반복과 끈기이 필요할 뿐이다. 그 외에 것은 거추장스럽다. 그렇기에 옷도, 신발도 가볍게 입고 달리면 그뿐.


두 시간 동안 달리기를 멈추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봤다. 그러려면 우선 그만큼 쉬지 않고 걸을 수 있는 체력, 그리고 정신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번에도 속도는 상관없었다. 다만 이전 한 번에 달리기 거리를 늘리는 연습처럼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됐다.


한 시간쯤 걸었을까. 산책로에 다다르자, 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 달려갔다. 나이 많은 신 할아버지께서도 빠르게 지나쳤다.  관심두지 않았다. 오로지 내 왼쪽 팔에 매단 스마트폰 속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주변을 둘러보며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걸었다.


직장에서 일을 할 땐 늘 빨리빨리를 외치던 나였다. 되지도 않는 완벽주의를 꿈꾸기도 했다. 그러다 혼자 지쳐 서는 퇴근 후 공허함에 빠진 날도 많았다.


일이든, 달리기든, 삶이든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었다. 묵묵히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속도와 리듬, 그리고 긴 시간 동안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을 만한 체력이 중요하다는 걸 10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걸으며 다시 한번 깨달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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