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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지 않는 학원은 이유가 있다.

비즈니스 감을 타고나거나, 공부를 하거나

by 이아진

"콘텐츠가 좋아야 가입자가 늘어나고… 그에 따른 수입이 증가하며…"

출근 준비를 하면서 라디오를 듣는데 '콘텐츠'라는 단어가 유독 스타카토처럼 귀에 박힌다. 아마도 요 며칠 읽은 <콘텐츠의 미래> 때문일 것이다. 넷플릭스, 유튜브, 애플, 디즈니 등 세계 OTT(Over The Top)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의 대표적인 OTT 서비스인 SK텔레콤(oksusu)과 지상파 3사가 통합하여 토종 OTT인 웨이브(WAVE)를 출시한다는 내용이었다. 게스트로 초대된 OTT 관련 전문가는 이미 많은 소비자를 점령한 넷플릭스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콘텐츠 추천 기능(큐레이션 기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콘텐츠의 미래>를 읽으면서 '연결'이라는 단어에 꽂혀있던 나는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무언가를 그 전문가가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어렴풋이 알고 있기는 한데 내가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니 누가 나 대신 '연결'에 대한 부분도 같이 연관시켜서 명확하게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랄까.(책을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OTT)


<콘텐츠의 미래>에는 사용자, 제품, 기능적인 부분에서 '연결'의 중요성에 대한 사례들이 많이 나온다. 우리는 흔히 콘텐츠가 우수하면 사람들에게 인기도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홍보도 저절로?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양질의 콘텐츠가 필수조건 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양질의 콘텐츠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살 수 있는 '특별함'이 필요하다. 책의 각 파트도 '연결'과 관련되어 나뉘어 있고, 본문에서도 '연결'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었기 때문에 콘텐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연결'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익혀졌다. 그런데 책 속의 등장한 예들 이외에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지 사실 잘 와 닿지가 않았다. (눈으로 읽으면서 머리로는 '아, 그렇구나! 연결!'이라고 받아들이기는 하는데 딱 거기서 끝나는 느낌.)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기로 했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도 교육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데, 바로 그 부분에 대한 내용이다.


내가 현재 일하고 있는 학원은 지역사회에서 나름 유명한 학원이다. 초, 중, 고등관이 따로 있고 캠퍼스도 여러 개 있다. 동네에 문 닫는 학원이 적지 않은 요즘인데, 이 학원은 원생수도 점점 늘어난다. 나는 이 학원이 잘되는 이유, 원생이 늘어나는 이유가 늘 궁금했다. 내가 지금까지 생각해 본 몇 가지의 이유가 있는데, 어느 정도의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 듯해 보였지만 확실한 느낌은 어딘가 부족했다. 그러다 며칠 전에 가장 큰 이유일 것 같은 하나가 떠올랐다. 바로 강사가 그만두는 경우를 학부모가 인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잦은 강사 교체는 학원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준다. 분위기에 따라 그만두는 학생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학원은 분기마다 담당 강사가 교체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학부모와 학생들도 3개월마다 반과 담당 강사가 바뀌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학원 시스템이니깐.) 학원 입장에서는 강사가 그만두는 데서 오는 리스크가 줄어든다. 모든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내용이 전산망에 기록되기 때문에 새롭게 맡은 학생일지라도 학부모와 처음부터 상담을 통해 학생을 파악하는 불필요함을 줄일 수 있다. (매번 같은 내용으로 상담해야 한다면 학부모도 매우 성가신 일로 여길 것이다.) 한 학생이 초등관에서 중등관으로 이관을 해도, 고등학생이 되어도 담당 강사는 그 학생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담당 강사 교체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분기별 새로운 반편성.(새롭게 반을 편성하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해도 내 생각에는 이 부분이 가장 큰 것 같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잘 구축된 '연결 시스템'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올해 새롭게 알게 된 프랜차이즈 학원이 있는데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 흥미로워서 관심이 생겼다. 플립러닝(역진행 수업, 거꾸로 학습) 방식의 수업으로, 성황리에 종영된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혜나의 학습방법으로도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서 학생이 개념을 이해한 뒤 그 내용을 직접 설명하는 것이다. (학원에 따라서 학생이 강사에게 설명하는 경우도 있고, 학생들 간에 토론식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의 참여도를 얼마나 이끌어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겠지만, 확실한 것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할수록 수학에 대한 흥미가 높아질 것이고 그에 따라 학업성취도는 자연스럽게 향상될 것이다. 판서식(주입식) 수업에 비해서 학습효과는 더디게 나타날 수는 있지만 그 내용이 학생들 머리에서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따져보면 이렇게 좋은 학습방법이 있을까 싶다.(평생 해야 하는 공부인데 장기전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설명할 수 없으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 교육이 효과를 보려면 주체의 중심이 교사에서 학생으로, 수동적 등록에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로, 콘텐츠에서 경험으로 옮겨가야 한다. <콘텐츠의 미래>, p.650


닿는 말이다. 이것이 온라인 교육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온라인'이라는 단어에는 괄호를 표시하고 싶었다. 내가 현재 서 있는 위치와 주어진 환경에서 어떤 방법을 이용하여 보다 더 적극적인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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