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믿어라.
"원장님,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저도 될까요?"
돌아올 대답은 이미 알고 있는데 그 뻔한 대답을 들어야 마음이 편해지는 이유는 뭘까? 나는 올해 5월부터 새로운 요가원에서 수련을 하고 있다. '아쉬탕가'라는 요가를 접하면서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해서 (주차난에 시달려도) 열심히 다니고 있다. 이전에는 집 근처 요가원에서 1년 정도 수련을 했는데 나는 내가 그래도 '어느정도'는 요가를 '잘'하는 줄 알았다. 스스로도 유연한 편이라고 생각했고 강사들도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기보다는 칭찬을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웬걸. 새로운 요가원에서는 정말 베이비 수준이다. 그동안 요가를 해왔다고 말하는게 민망해서 숨기고 싶을 정도로..
그동안 요가원에 다니면서 꼭 완성하고 싶었던 자세가 있었는데, 바로 '머리로서기' 자세다. 그동안 방법을 알려주셨던 강사님들의 말에 따르면 바닥에 팔꿈치와 머리가 삼각형 모양이 되게 두고 복부의 힘으로 다리를 들어 올리면 된다. 알려주는 대로 열심히 따라 해보고 집에서도 연습을 해봤는데 나는 자꾸만 뒤로 넘어갔다. 벽 없이는 발을 올리는 것조차 어려웠다. 몇 달은 '하다 보면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연습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나 자신을 보며 나의 신체구조를 탓하기 시작했다. '다시 태어나야지. 이번 생애는 안되겠다'
요가원을 옮기고 수련한지 3개월 차에 접어들던 어느 날. "예구씨 머리로서기 해볼까요?" (모든 아사나(요가 동작들)를 한 번에 다 알려주진 않고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원장님께서 하나씩 알려주신다.)
'내가 머리로서기를 한다고? 해보고 싶기는 한데.. 나는 1년 동안 벽 없이는 발을 올리는 것조차 불가능하지 않았던가..' 옆에서 자세를 알려주시는 원장님을 따라 자세를 잡아본다. 뒤에 벽이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서워죽겠는데... 어라? 중심이 잡힌다. 완벽하게 다리가 하늘을 향해 뻗진 못했지만, 벽 없이도 내가 중심을 잡고 있었다. 너무나 신기했다. 근력을 더 키우고 알려준 방법으로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정말 될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에 이 날은 하루 종일 신이 나 있었다.
'올바른 연습'을 충분한 기간에 걸쳐 수행해야 실력이 향상되고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없다. <1만 시간의 재발견>, p.25
그런데 왜 1년 동안 죽어라 연습해도 되지 않았던 자세가 요가원을 옮기고 3개월 만에 가능하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3개월 동안 알려주는 정확한 방법으로 수련하려고 노력하면서 근력이 이전보다 많이 늘었고, 어떤 부분의 근육을 사용하고 어느 부분에 힘을 빼야 하는지 나에게 필요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컸다. (이전에는 동작을 취하는 단순한 원리?로 설명을 들어서 나에게 부족한 부분과 그것을 위해 어떤 연습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을 거라면서 괜한 헛발질만 수도 없이 해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피드백을 그냥 흘려듣지 않는 나의 성격도 한몫했다. 나는 피드백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정확한 자세를 취하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하고 있었다. 보너스로 요가원에서 '머리로서기' 자세는 언제든지 다른 수강생들을 통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완성된 자세가 머릿속에 그려져 있었다. 그야말로 '머리로서기'자세를 완성할 수 있는 최적화된 장소였던 것이다.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는 타고난 재능은 없으며, 올바른 방법으로, 목적의식 있는 훈련과 연습을 통해 누구나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심적표상의 기초를 견고하게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 올바른 방법을 습득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받기 위해서는 그 분야의 전문가의 역할이 크다. 그들은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도움을 주고, 방향을 제대로 알려준다. (운동선수들이 최고의 코치와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쉬탕가 Primary(각 아사나를 순서에 따라 진행)를 완성하려면 아~직 멀었지만. 우선 '될까?'하는 의심부터 접어두기로 했다. 단계별로 목표를 잘게 쪼개서 의식적으로 노력하며, 돌아오는 피드백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가야겠다. 1시간 30분 동안 모든 아사나를 착착해 낼 나의 모습이 아직은 상상이 안되지만 그런 날이 반드시 올 거라는 생각만으로 충분히 벅차오른다. <1만 시간의 재발견>을 읽고 나서 내가 원장님에게 했던 질문이 적절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원장님, 제대로 된 방법으로 많이 연습하면 저도 당연히 되겠죠?"
새로운 정체성이 기술 향상에 바친 많은 연습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면, 연습이 희생이라기보다는 투자에 가깝게 느껴지게 된다. <1만 시간의 재발견>, p.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