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로 알고 있었던 나의 이야기
"이 바닥이 워낙 좁아서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안다니깐."
직장생활에 대한 대화를 하다 보면 심심찮게 듣게 되는 말이다. 내가 들었던 것만 헤아려 봐도 IT업계, 디자이너, 학원강사, 특정 공무원 등 다양하다. 다양한 분야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같은 소리를 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넓은 바닥이 존재하는 직업도 있을까?' 방송인 강남과 전 스케이팅 선수 이상화가 연인관계라는 소리를 들었다.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그들이, 공통된 교집합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그들이 어떻게 만나서 연애를 시작할 수 있었을까? 아주 오래전에 한 친구에게서 전해 들은 이야기가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최측근부터 시작해서 아는 사람을 타고, 타고, 타는 걸 6번만 거치면 전 세계 사람들을 다 알 수 있대! 그러니깐 내가 알고 있는 지인의 지인의 지인이 미국 대통령일 수도 있다는 거지." 친구의 이론을 두 사람의 연애에 대입해보면, 6단계의 지인까지 확장하지 않더라도 주변의 소개로 둘은 연인 사이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구였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그 친구가 그 당시에 그냥 어디서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듣고 와서 나에게 전해준 것이라고 여겼다. 내가 <친구의 친구>를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맙소사! 그 친구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건 (내가 트럼프와의 인맥을 가지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약한 유대관계가 나에게 예상치 못한 '일생일대의 기회'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약한 유대관계의 인맥은 대체로 다른 인맥 집단에서 활동하며, 그 때문에 정기적으로 꾸준히 만나지 않는 사이다. 그들은 당신의 측근 집단과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다른 정보를 얻는다. 그 결과 당신이 처한 딜레마를 해결하는 데 최상의 정보 창구가 된다. <친구의 친구>, p. 37
20대 중반. 1년 반 정도 직장생활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4명의 동기가 있었는데 나이가 비슷비슷했다. 신입사원의 힘든 시기를 같이 보내면서 서로 의지가 되기도 했고, 나이가 비슷한 또래들이라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나는 그 당시에 동기들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서로 '다른 부서'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같이 일하면 좋을 수가 없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들려주는 선배가 있었고, 나 또한 일로 엮여 있는 사람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는다는 것은 불필요하고 불가능한 일로 여겼다. 흔히들 말하지 않던가.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고.'(다른 의미 일지라도 말이다.) 나는 그 당시에 그게 '정답'인 줄만 알고 있었다.(이래서 멘토가 중요한가 보다. 아는 만큼만 보이고 생각한다.) 재밌게도 현재 우리는 제각각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다. <친구의 친구>의 저자 데이비드 버커스는 '다면적 관계'(쉽게 말해 직장 동료이면서 동시에 친구인)는 개인 간의 유대를 더욱 강하게 하고 그런 관계가 신뢰를 극적으로 강화시킨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지인들을 특정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부분의 인적 네트워크는 그 이상으로 훨씬 복잡하며, 그런 다면적인 관계를 잘 이용하면 두 사람 간의 유대는 더욱 강해지게 된다. 이 과정의 인적 네트워크에서 우리는 진정한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인적 네트워크 전반에 걸쳐 다면성의 정도가 높은 개인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 잘 검증할 수 있고, 더 많은 조언을 구할 수 있으며, 더욱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더욱 다양한 정보를 모을 수 있다. 그리고 다면적 네트워크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도움을 조직 전체에 줄 수 있다. <친구의 친구>, p.304
업무적이면서 개인적인 유대들은(다면적 유대관계) 각 개인이 누구와 거래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업무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게 해 준다. 나아가 더 큰 조직 차원에서도 좋은 아이디어들을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뿐만 아니라 다면적 유대관계는 가끔 일생일대의 기회를 안겨주고 개인의 커리어를 결정지을 수도 있다. <친구의 친구>, p.312
강사는 직업의 특성상 다른 동료 강사들과 소통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편이다. 학생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친분이 있는 관계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만 교재 연구와 수업, 상담이 주 업무인 강사는 대부분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나의 경우는 유독 더 그랬던 것 같다. 학습내용을 알기 쉽게 전달하고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만' 연구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것이 나의 일이니깐. 책 속의 이야기처럼 나는 친구들과 일로 아는 관계의 사람들을 구분하고 싶어 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래야 하는 줄만 알았고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친구의 친구>를 읽고 난 뒤 약간의 생각의 변화가 나타났다. 생각의 변화가 행동의 변화로 이어져야 할 것 같다. 우선 낮은 허들부터 하나씩 넘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