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과 주변
2016년 2월, 나고 자란 서울 성북구를 떠나 지금의 강화도로 어설픈 귀촌, 아니 이사했습니다. 귀촌으로 명함을 내밀려면 전라도, 제주도 정도는 가야 하기에, 귀촌 후 겸손하게 '이사'가 맞겠구나 싶었습니다.
'까짓것 질러보지, 인생 뭐 있나'라는 과감함 따위는 흉내도 못 내는 약골인지라, 비교적 서울과 가까운 강화도가 최선이었습니다.
세상은 중심과 주변이 공존합니다. 지구를 포함한 수많은 행성들이 태양 주변을 돌고 있듯, 사회도, 회사도 심지어 사람도 '인싸와 아싸'를 나누며 중심과 주변을 만들어 갑니다.
강화도 이사 후, 중심과 주변의 차이를 '체험 삶의 현장'처럼 직접 겪게 되었습니다. 회사는 본사에서 지사로 옮기고, 통근 거리 또한 왕복 16km에서 68km로 늘었습니다. 서울에서 거주할 때 본사까지는 왕복 16km, 버스, 지하철, 택시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지만, 강화도로 이사 후 지사까지는 왕복 68km, 자가용이 거의 유일한 선택입니다. 게다가 집에서 가깝게 걸어갈 수 있는 병의원도 없고, 대형마트나 백화점도 1시간 정도 자가용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새롭다 못해 생경할 만큼 변하는 도심과 달리, 시골은 계절의 변화가 전부입니다. 냉소적이지만, 집값의 차이는 비교자체가 불가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당연하다고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이 불평과 불만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끝은 결국 '당연한 것 아닌가'라는 답변으로 귀결됩니다.
중심과 주변, 도시와 시골은 늘 그래왔고, 그것은 사회, 경제적 측면에서도 마땅히 그래야 하는 인과법칙이라고 전문가들은 친절히 설명합니다.
"당연한 것 아냐?!"
"정말 당연한가요?"
도심을 벗어나면 '당연히' 불편해야 하나요?
다른 생각을 가지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하나요?
부족하면 '당연히' 채워야 하나요?
실패하면 '당연히' 끝인가요?
2024년 7월부터, 6개월 간 '온기우체부'로 활동하였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고 사소한 고민들이, 당사자는 벼랑 끝에서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는 상황인 경우가 있습니다.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이제 고3이면 딴생각 말고, 기계처럼 문제 푸는 거야."
"다들 맞벌이하면서 애 키우고 살아, 당신만 그런 거 아니야."
"주전선수로 뛸 수 있는 건 이미 다 정해져 있어."
"선배가 말하는데, 꼭 본인 생각대로만 하려고 하네?"
입버릇처럼 내뱉던 말들에는 나를 중심에 두고 주변을 보지 못한 '당연함'이 배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