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과 환경이라는 가치 대립
스위스에서 알프스 산맥을 구경하며 융프라우를 올라갈 수 있는 산악열차가 지리산에 생긴다면 어떨까?
지리산, 우리나라의 영산이라고 불리는 이 산에는 형제봉이라는 봉우리가 있다. 이 형제봉은 지리산에서 하동으로 뻗어 있는 능산 중 가장 높은 봉우리라고 한다. 현재 이 형제봉의 빼어난 경관을 쉽게 관광할 수 있는 산악열차를 건설하는 ‘알프스하동 프로젝트’가 계획 중이다.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는 공공 150억원과 민자 1,500억원 등을 투자해 향후 5년간 산악열차와 모노레일을 건설해 지리산을 관광자원화하는 계획이다.
현재 이 프로젝트는 현재 찬반양론에 거세게 부딪힌 상태이다. 지리산 산악열차 건설에 찬성하는 입장, 그리고 반대하는 입장은 각각 어떤 주장을 내세우고 있을까?
지리산 산악열차를 건설하자는 입장은 개발로 인한 이익을 우선시한다.
“하동 지역은 면적 대부분이 산악지대로 관광수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관광 자원을 확대하는 것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산악열차를 통해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여러 가지 제반 시설들을 건설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될 것이고 인구가 유입되는 효과도 낳을 수 있다. 결국 산악열차 건설은 지역 발전을 가능하게 하여, 후손들을 위한 중요한 미래 먹거리 사업이 될 것이다.”
반대로 지리산 산악열차를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환경보호를 중요시한다.
“산악열차를 위해 선로공사를 하다 보면 멸종위기 동식물의 삶의 터전이 파괴될 수밖에 없다. 특히 형제봉 일대는 반달가슴곰의 서식지라고 한다. 2004년 환경부가 지리산에서 복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이래로 반달가슴곰이 야생에서 새끼를 출산하는 등 성공적으로 지리산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고 있다. 게다가 산악열차 건설 구간을 포함하여 형제봉 일원에서 전방위적으로 반달곰의 위치가 포착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러한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교란시키고 애써 이뤄놓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인간과 자연 둘 다에게 너무 큰 손해다.”
* 참고 : 기사 "지리산 형제봉 반달곰 서식지에 산악열차 건설 논란"
위와 같이 찬성과 반대 입장이 대립하는 이 토론에서 논제를 다음과 같이 뽑아보자.
지리산 산악열차를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이 논제를 가치논제라고 부르고, 이 논제로 하는 토론을 가치토론이라고 부른다. 가치토론의 긍정 측에서는 ‘논제와 같은 가치판단이 옳다’고 주장할 것이고, 부정 측에서는 ‘논제와 같은 가치판단은 그르다’고 주장하게 된다.
가치토론을 할 때 토론자들이 유념해야 할 것은 “왜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가치가 필요한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생각과 경험이 다르며,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다르다. 어떤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도 취향처럼 가지각색의 대답과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가치토론이 잘 이루어지려면 ‘나는 A라는 가치가 더 좋아!’와 같이 개인적인 가치의 선호를 서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토론, 설득의 기술』에 따르면, 가치토론에서는 ‘지금은 A라는 가치가 더 중요해’와 같이 현실에서 어떠한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다루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대립하는 가치를 확인해야 한다. (『토론, 설득의 기술』, 52쪽)
<지리산 산악열차를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와 같은 논제에서는 ‘발전’과 ‘환경’이라는 두 가지 가치가 대립한다.
긍정 측에서는 ‘발전’이 ‘환경’보다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부정 측에서는 ‘환경’이 ‘발전’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가치토론에서는 이 두 가치를 서로 비교하면서 지금의 현실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발전이라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와 같이 개인적인 가치 선호에 대한 토론보다는
‘지금은 환경보호라는 가치가 더 중요해’와 같이 지금 상황에서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한지에 대해 논의해야 효과적인 가치토론이 가능해진다.
나아가 가치토론에서 중요한 쟁점 및 전략에 대해 알아보기를 원한다면, 『토론, 설득의 기술』을 참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