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선 토론 분석
대한민국 선거 상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대선, 바로 17대 대선이다.
2007년 12월에 치러진 17대 대선은 3765만 3518의 유권자 중 2373만 2854명이 참여하여 63%라는 투표율이 집계되었다.
이는 대한민국 대선 투표율 중 60%대로 떨어진 최초의 선거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7대 대선을 앞두고 3번의 토론을 개최하였다.
첫 번째 토론회는 정치·통일·외교·안보 분야, 두 번째 토론회는 사회·교육·여성·문화 분야, 세 번째는 경제·노동·복지·과학 분야를 주제로 하여 진행되었다. 하지만 17대 대선 토론에는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 이인제, 문국현, 권영길 후보 모두가 약 3% 이상의 지지율이었기 때문에 토론회에 6인 모두가 참여하였고, 이로 인해 토론에는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토론에서 생긴 문제를 보면 다음과 같다.
1. 토론 시간의 부족
토론에 참여하는 후보자는 6명이나 토론 시간은 2시간으로 제한되어 각 후보는 1인당 20분의 시간밖에 없었다. 이는 이슈에 대한 토론자의 입장이나 자질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2. 이명박 검증이 되어버린 토론회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BBK 주가조작 사건 등의 이슈로 토론이 이명박 후보에 대한 검증과 공격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각 분야별 주제에 대한 후보자들의 입장이나 대책 방향성 등을 알기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후보자들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였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토론, 설득의 기술’ 책의 내용으로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자를 중심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핵심 키워드 : 높은 지지율, 기업인 경력 강조, 실천가 이미지 제시
이명박 후보는 토론에서 상대방의 발언에 자신이 가진 경력을 드러내는 방법을 선택했다.
다음 대선 토론 내용을 살펴보자.
저는 세계적인 기업에서 일했습니다. 16년간 최장수 CEO를 하면서 세계 모든 곳을 다녔습니다, 글로벌 리더로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중략) 국민들께서는 대한민국 경제를 살릴 사람이 누군지 아실 겁니다.
위 발언은 반론 때 이루어진 내용이다.
반론에서는 상대방의 질문에 답을 하거나 정책 제안에 대해 추가 설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이명박 후보는 자신의 경력을 강조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당시 타 후보에게 집중적으로 공격 받고 있었던 이명박 후보로서는 효과적인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저는 최장수 CEO를 했고 서울시장을 4년이나 지내는 등 인정을 받고 일했습니다.
위는 자신의 경력을 직접 언급하여 발언의 신빙성을 높이고 있는 사례이다.
‘기업 CEO’와 ‘서울시장’이라는 직위가 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청중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이명박 후보로부터 얻을 수 있는 토론의 교훈은, 전략적으로 자신의 강점에 집중함으로써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리한 지지 구도였지만 BBK와 같은 위험을 갖고 있었던 이명박 후보는, 자신의 브랜드를 강조하여 상대방의 비판에 대처할 수 있었다.
핵심 키워드 : 불리한 지지율, 존재감 과시 전략
정동영 후보는 토론 내내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1위와의 지지율 격차가 매우 컸기 때문이다. 정동영 후보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후보는 지지율을 제외한 다른 모든 지지율을 모아야 했는데, 여러 후보가 출현하면서 사실상 불가능한 전략이 되었다.
따라서 정동영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을 흔들고 낮추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때마침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한 이슈가 출현하면서 정치적으로 공격할 만한 여건이 조성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동영 후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은, 그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이명박 후보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미국 같으면 BBK 말고도, 지금까지 드러난 것 말고도 이명박 후보는 TV 토론 자리에 앉을 수 없다. 검찰은 어제 이 후보를 세탁해 주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이 후보가 부패한 후보라는 사실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특히 정동영 후보는 이명박 후보가 제시하는 정책을 비판하기보다 후보를 믿을 수 없다고 발언하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이명박 후보가 사용하는 브랜드인 실천가나 CEO 이미지를 훼손하고, 신뢰를 저하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볼 수 있다.
정동영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신뢰성을 저하시켜 지지율을 낮추고,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을 결집시켜 자신에게 넘어오도록 공격적 전략을 선택하였다. 그 결과 비록 낙선하였지만, 득표율 2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동영 후보의 전략에는 한계가 있었다.
17대 대선 토론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1. 자신의 강점과 브랜드를 강조하는 후보의 경우, 후보의 강점을 파악하되 비판적 시각으로 신뢰성 검증을 해야 한다는 것
2. 공격적인 발언의 후보라면 공격적인 발언 이외 본인의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
우리는 과거에 범한 과오를 반성하며 배워나간다.
17대 대선의 교훈으로 국민이 대통령 후보를 면밀히 검증하고 평가한다면 우리가 이전에 저지른 과오를 되풀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위 분석에 대한 더 많은 자료는 『토론, 설득의 기술』을 참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