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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시우 Jun 22. 2020

공인중개사사무소 양도, 상법상 경업금지의무?

권리금 계약은 반드시 유무형의 자산까지 포괄적으로

공인중개사사무소 양도계약, 전부가 상법상 경업금지의무가 부여되는 건 아니다.     


요즘처럼 부동산 관련 어수선한 때는 없었던 것 같다. 정부는 연신 강력한 규제정책으로 일관하고 있고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맥을 추지 못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몇 해 전 정부의 태도와 시장상황에 비추어보면 산전벽해가 아닐는지.
과연 규제 일변도를 지속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에 거래절벽으로 내몰린 시장. 이러한 시장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공인중개사사무소에 관한 영업양도 후 분쟁이 발생할 때 대처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처음부터 분쟁을 야기하지 않도록 할 수는 없을까?            


        

이번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상법상 영업이 그것인데 상법상 영업이란, 상인의 모든 영업(영리)활동을 말하는 것으로 일정한 영업(영리)목적에 의해 조직회된 기능적 재산을 의미한다. 이런 상법상 영업권의 양도는 영업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한 부분적 증감변경이 있어도 무방하며 동일성이 사회통념상 인정되면 일부 유보나 일부만의 양도도 가능하다.     


이번 이야기는 운영하던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양도한 후 폐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인근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개업하여 분쟁이 발생한 경우로 공인중개사의 영업권 양도가 상법상 어떻게 적용되는지 잘 알 수 있는 에피소드이다.     


평소 까칠한 매력이 넘치는 복순이. 복순이는 대구의 요지인 동성로 초입에서 조그만 규모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사무실은 작지만, 지하철 출입구에 위치해서 그런지 복순이의 공인중개사사무소는 알차기로 소문난 자리로 통한다.

그러던 어느 날 복순이의 건강에 이상 신호가 생기자 남편 오복이는 잠시 일을 쉴 것을 권유한다. 마침 공인중개사사무소를 개업하고자 준비하던 경보에게 자신의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양도하기로 하는 복순.     


“저 경보사장님. 이거 평소 인연이 있기에 싸게 드리는 거 아시죠? 부자 되셔야 합니다.”

“네. 복순사장님. 사장님께서 배려해 주신 것 잘 압니다. 제가 열심히 영업하고 있을 테니까 언제든 놀러 오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감사합니다. 경보사장님.”

“아 그건 그렇고 혹시 이 근처에 다시 개업하시는 건 아니죠? 하하하하”

“아이코 경보사장님. 잘 아시면서 그러신다.”     


복순이는 일단 몸부터 추슬러야 하기에 웃어넘겼지만 내심 경보사장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며칠 후 인수한 사무실 이곳저곳을 열심히 닦고 있는 경보는 들뜬 마음에 자꾸만 일이 힘든지도 모른 채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다.     


- 대구에서 제일 사람이 많은 곳에서 개업했으니 이제 돈만 벌어들이면 되겠군.     


한편 사무소를 넘긴 복순이는 건강검진 결과 특별한 소견이 없는 것으로 나오고 이런 소식을 접한 복순이와 남편 오복이는 뛸 듯이 기뻐한다.     


“여보. 정말 다행이야. 내심 걱정했었는데 이제 한시름 놓았어.”

“다 당신이 걱정해주고 응원해 주어서 그래요. 고생 많았어요.”

“그나저나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해서 무리하면 안 돼요. 당분간 사무소는 쉬는 겁니다. 알았죠?”

“그건 제가 잘 판단해 볼게요. 너무 걱정마세요.”     


그러나 남편의 걱정 어린 말에도 불구하고 복순이는 재개업을 감행한다. 비록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자신이 운영했던 곳에서 불과 900여 미터 떨어진 곳. 그곳에서 한참 영업중인 복순이를 경보가 찾아오게 된다.    

  

“아니 복순사장님. 이럴 수 있습니까? 영업양도하고 근처에 이렇게 사무소를 개설하다니요. 이건 명백한 상법상 경업금지의무 위반입니다.”

“아니 경보사장님. 이건 엄연히 행정구역도 다르고 사장님 사무소와 거리도 상당해서 영업에 방해가 되는 일은 없어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게 아니잖아요. 권리금은 권리금대로 받아가시고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영업을 다시 하는 건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문제잖아요. 개설등록 취소하지 않는다면 저도 할 수 없이 법에 호소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경보의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영업을 지속하던 복순이에게 경보는 결국 소송을 제기한다.


판례의 태도      


대구지방법원 2019가합 204818 경업금지 및 손해배상 판결     


당사자의 주장

       

법정에서 마주한 두 사람 냉랭한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변론이 진행되고 있다. 이때 재판장이 한마디 건네며 당시의 계약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원고 경보씨, 피고 복순씨. 두 분이 이렇게 계약을 한 것 맞습니까?”                         

 

양수인 경보와 양수인 복순은 대구광역시 동성로 지상 건물 1층의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양도·양수하는 계약을 총 권리금 8천만 원에 체결한다.

조건으로 양도인 복순은 위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발생한 세금정산 및 청소를 해주고 비품 등 시설물 일체는 두고 가되 컴퓨터와 방안에 설비는 제외하기로 한다.

또한 복순이는 양도하는 공인중개사사무소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상태로 양수인에게 인도하기로 하며, 양수인이 즉시 영업할 수 있도록 모든 시설 및 영업권을 포함하여 인도하기로 한다.


재판장의 질문에 경보가 억울한 듯 한껏 울먹거리는 소리로 대답한다.     


“맞습니다. 재판장님. 여기 있는 복순사장님과 저는 공인중개사사무소를 계약하면서 비품은 물론 모든 영업권에 대한 것도 거래한 겁니다. 이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에 공인중개사사무소를 다시 개업하면 정당하게 권리금을 지불한 저로서는 정말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복순이는 다소 뻔뻔한 얼굴로 별일 아니라는 듯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아니 재판장님. 저야말로 억울합니다.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양도하면서 다시 오픈하면 안 된다는 법도 없고 나름대로 신의를 지키기 위해 행정구역을 달리해서 개업했습니다. 계약서를 자세히 보시면 양도범위에 비품 일체만을 포함하고 있을 뿐 거래관계나 영업력 등 무형자산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법원의 입장   

  

피고 복순이는 원고 경보에게 이 사건 양도계약에 따라 공인중개사무소에 관한 모든 시설 및 영업권 등 일체의 영업을 양도하였다. 물론 인도 목적물인 영업권과 관련해서는 그 구체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특정된 바 없긴 하지만 상법 제41조 제1항에 의하여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나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볼 때, 원고 경보에게 이 사건 공인중개사사무소에 관한 인적·물적 조직에 대해 그 동일성은 유지하면서 이전하기로 하는 상법상 영업양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양도계약서에서는 양도범위에 관하여 비품 일체만 포함하고 있고, 거래관계나 영업력 등 무형자산에 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또한 계약서에는 피고 복순이는 원고 경보에게 잔금 수령과 동시에 모든 시설 및 영업권을 포함하여 인도하여 주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인도 목적물인 시설과 관련해서는 이미 컴퓨터, 방안 설비 비품을 제외하는 것으로 되어있고, 인도 목적물인 영업권과 관련하여서는 그 구체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특정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양도계약에 의하여 피고 복순이가 양도한 공인중개사사무소의 직원 등 인적조직이 복순이에게서 경보에게로 이전이나 승계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위와 같은 상황들을 전제로 한 원고 경보의 주장은 받아 드릴 수 없다.        


      

위와 같은 법원의 판결이 선고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법리가 전제되어 있다.

대법원 판례 2007다 17123, 17130 판결과 2005다 5812, 5829, 5836 판결은 한결같이 영업재산의 전부를 양도했어도 구성내용을 해체하여 개별적으로 양도했다면 영업의 양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먼저 상법상의 영업양도는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업체, 즉 인적·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은 유지하면서 이전하는 것을 의미하며, 영업양도가 이루어졌는지의 여부는 기존의 영업조직이 유지되어 그 조직이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로서 기능할 수 있는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영업재산의 일부를 유보한 채 영업시설을 양도했어도 그 양도한 부분만으로도 기존의 조직이 유지되어 있다고 사회관념상 인정되면 그것을 영업의 양도라 볼 수 있지만, 영업재산의 전부를 양도했어도 그 조직을 해체하여 양도했다면 영업의 양도로 볼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복순이와 경보의 계약서상 계약내용에 따른 판결이므로 모든 양도·양수계약이 이처럼 해석되는 건 아니다. 통상 공인중개사사무소의 양도·양수계약은 상법상 경업금지의무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사무소의 양도·양수계약은 유·무형의 자산까지 포괄적으로 해야 한다.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는 공인중개사사무소의 양도·양수계약과 관련하여 2018가단 118609 판결은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양도·양수함에 있어 권리금을 적법하게 지불 했다면, 당사자 간 별다른 특약이 없을 경우, 10년간 동일한 특별시, 광역시, 시·군에 인접하여 영업할 수 없고 이럴 경우 권리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정반대의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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