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건물의 다른 세입자 현황도 파악하고 기록해야
임대의뢰인이 다른 세입자의 임대차보증금, 임대차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자료요구에 불응한 경우에는 그 내용을 위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기재하여야 할 의무
부동산 거래에 관한 전문가인 공인중개사. 공인중개사가 양 당사자의 거래에 개입을 하게 되면 거래행위는 중개행위가 된다. 중개는 버금 혹은 가운데의 의미를 지닌 仲과 끼이다라는 의미를 갖는 介를 사용하는데 그 말은 제3자로서 두 당사자 사이의 일을 주선하는 것을 말한다.
전문가가 개입된 중개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한 중개사고는 오히려 더욱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매매나 임대차를 중개할 시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에 기재하고 설명할 사항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를 가벼이 여겨 발생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번 판례는 다가구주택의 임차의뢰인에 대한 공인중개사의 설명 및 자료제공 의무의 범위에 해당 주택에 이미 거주하던 다른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의 액수나 임대차계약의 시기와 종기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는지 그 범위를 두고 내린 판결이다.
[해당 판례]
대법원 2011다 63857 손해배상(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나 13219 손해배상(기)
[해당 법조문]
공인중개사법 제25조 제1항, 제2항 및 시행령 제21조
당사자관계
제15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서 어렵사리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십수년째 현업에서 자긍심을 가지고 중개업을 하고 있는 김으뜸씨. 김으뜸씨는 어느 날 자신의 사무소에 방문한 한아름씨에게 다가구주택을 중개하게 되는데 사건은 거기에서부터 발생하게 된다.
사실관계
직장 내 인사발령으로 이사를 가야했던 한아름씨는 가지고 있는 보증금의 범위 내에서 집을 구하려고 서울 이곳저곳을 굉장히 많은 발품을 팔아가며 집을 알아보고 있었다. 보증금의 여유가 있다면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상대적으로 여유가 없던 한아름씨는 직장과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을 찾아야 했다.
“여윳돈만 있었으면 조금 더 직장과 가깝고 좋은 곳에서 살 수 있을텐데 앞으로 열심히 더 일해서 좋은 곳으로 이사 가야지. 그나저나 이 금액으로 집을 찾는 것이 쉽지가 않구나.”
그러던 중 우연히 김으뜸씨가 운영하고 있는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들린 한아름씨는 그곳에서 김으뜸씨가 추천하는 다가구주택 3층 1호를 임대차보증금 7천만 원에 계약하기로 결심하였다.
“사장님 이집이 다른 집보다 싼 것 같은데 나중에 문제될 일 없는 거죠?”
“그럼요. 근저당이 각 호수마다 잡혀있기는 한데 큰 문제는 없어요. 집값이 얼만데요. 별걱정을 다하시네요.”
김으뜸씨가 한아름씨에게 중개한 이 사건 다가구주택은 총 13세대가 입주할 수 있는 형태로 이미 채권최고액 합계 2억 3,200만 원의 각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였다.
총 13세대 전부에 각각의 고액의 근저당권이 있는 다가구주택에 들어가기가 꺼려졌던 한아름씨는 개업공인중개사인 김으뜸씨의 철저히 분석했다는 자신감과 자신을 믿으라고 설득하는 상황에서 중개전문가인 김으뜸씨를 신뢰하여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저는 사장님만 믿고 계약하는 겁니다. 나중에 문제생기면 사장님이 다 책임지셔야 합니다.”
“네네 걱정은 붙들어 매어 두세요.”
그러나 몇 달간 지속된 영업부진으로 한 건의 중개가 급했던 김으뜸씨는 마음이 앞선 채 계약에 필요한 확인·설명사항을 꼼꼼하게 챙기지 않게 되었다.
계약당시 개업공인중개사인 김으뜸씨는 부동산등기부에 기재된 근저당권에 관하여는 채권최고액을 고지하고 이를 임대차계약서의 특약사항에 기재하였으나, 이 사건 다가구 주택에 당시 거주하던 다른 호실의 임차인과 임대차보증금 액수, 임대차계약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사항을 확인하여 한아름씨에게 설명하지 않았고 그 근거자료를 제시하지도 않았다.
한편 개업공인중개사는 임대차계약체결 시에 공인중개사법령에 따라 중개의뢰인에게 교부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의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아니한 물건의 권리 사항’란에 임대차현황에 대한 사항을 기록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
역시나 과다한 근저당이 화근이 되었다. 김으뜸씨가 중개한 다가구주택은 한아름씨가 계약을 체결한 후 경매절차가 개시되었으며, 위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다가구 주택의 소액임차인과 근저당권자,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등이 배당을 받았으나 한아름씨는 이들보다 후순위에 있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에 관하여 배당을 전혀 받지 못하였다.
“사장님 이거 어떻게 된 일이에요.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고 했잖아요. 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된다고 연락왔어요.”
“아니 그게 그럴 일이 아닌데... 큰일 났네. 큰일 났어.”
쟁점사항
임차인 한아름씨의 주장
임차인 한아름씨는 자신은 법에 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공인중개사를 찾은 것이며, 공인중개사는 법에서 정한대로 일처리를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전제한 뒤 김으뜸씨가 전혀 문제될 것이 없고 안전하다고 하였기 때문이 이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사장님 생각해 보세요. 분명 그랬죠? 분석해 보니까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요. 만일 문제가 생기면 사장님이 모두 책임지겠다고 하셨잖아요.”
개업공인중개사 김으뜸씨의 주장
개업공인중개사 김으뜸씨는 최선을 다한 중개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 것을 두고 모든 손해를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소액의 중개보수를 받았으므로 과다한 배상책임은 잘못된 것이라며 주장하기도 하였다.
“한아름씨 생각해 보세요. 가격이 저렴한 경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텐데 모든 책임을 나한테 지라니요. 이건 너무하잖아요.”
“재판장님 전 정말 억울합니다. 전 한아름씨에게 저렴하고 좋은 주택을 소개해준 잘못밖에 없습니다. 왜 제가 책임을 져야 합니까?”
법원의 판단
공인중개사법 제25조 제1항과 제2항, 동법 시행령 제21조와 시행규칙 제16조에 의하면, 공인중개사는 중개대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중개의뢰인에게 중개가 완성되기 전에 중개대상물의 소유권, 전세권, 저당권, 지상권 및 임차권 등 권리관계 등을 확인하여 이를 설명하고 설명의 근거자료를 제시하여야 한다.
확인·설명을 위하여 중개대상물의 매도의뢰인이나 임대의뢰인 등에게 당해 중개대상물의 상태에 관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고, 중개가 완성되어 거래계약서를 작성할 때에는 위 확인·설명사항을 위 시행규칙 제16조가 정한 서식에 따라 이를 정확하게 기재하여 거래당사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한편 매도의뢰인이나 임대의뢰인 등이 중개대상물의 상태에 관한 자료요구에 불응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매수의뢰인이나 임차의뢰인 등에게 설명하고 위 서식에 그 사실을 기재하여 거래당사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 서식, 즉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중개대상물의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아니한 물건의 권리 사항’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공정하고 투명한 부동산거래질서를 확립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데 그 입법취지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업공인중개사는 다가구주택의 일부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중개함에 있어서 임차의뢰인이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에 임대차보증금을 제대로 반환받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다가구주택의 권리관계 등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여야 하므로, 임차의뢰인에게 부동산 등기부상에 표시된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을 확인·설명하는 데 그쳐서는 아니 되고 임대의뢰인에게 그 다가구주택 내에 이미 거주해서 살고 있는 다른 임차인의 임대차계약내역 중 개인정보에 관한 부분을 제외하고 임대차보증금, 임대차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부분의 자료를 요구하여 이를 확인한 다음 임차의뢰인에게 설명하고 그 자료를 제시하여야 하며,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이 정한 위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상에 중개목적물에 대한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아니한 물건의 권리 사항‘란에 그 내용을 기재하여 교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만일 임대의뢰인이 다른 세입자의 임대차보증금, 임대차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자료요구에 불응한 경우에는 그 내용을 위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기재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개업공인중개사인 김으뜸씨는 고의가 되었던 과실로 인하였던 위 의무를 위반하여 임차의뢰인인 한아름씨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하였으므로 공인중개사법 제30조에 의하여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