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chaelKay May 09. 2019

# 120. 냥집사 제제

# 냥집사 제제 


작년 여름의 어느 날,


제제는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네려 했지만 비둘기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자꾸만 달아나는 녀석이 원망스러웠는지 제제는 찔끔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아빠, 마음이 아파. 비둘기 친구는 왜 내 인사를 받아주지 않아?" 


"비둘기에겐 제제가 거인처럼 느껴질 거야. 갑자기 다가가면 비둘기가 무서워하겠지? 잭과 콩나무의 거인이 나타나서 제제에게 다가와 큰 소리로 인사하면 어떨까?" 시끄럽고 무섭겠지?" 


"응, 겁날 것 같아." 


"그건 동물도 마찬가지야. 제제가 반갑다고 함부로 다가서서 큰 소리로 인사하면 동물들은 제제가 좋으면서도 도망갈 수밖에 없어. 천천히 다가가서 놀라지 않게 인사해야 해. 인사는 부드러운 몸짓으로 조용히 건네는 거야." 


그날 이후로, 동물 곁에 다가가는 방법에 대해 꾸준히 제제와 이야기해왔다. 처음에는 조급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제는 차츰 '거리를 두는 법'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나자 나무 밑에 다가가 가까운 거리에서 참새를 관찰할 수 있었고, 한 달쯤이 되자 산비둘기를 만나 인사를 하기도 했다. 물론 산비둘기는 제제가 바로 곁에 서있음에도 날아가지 않았다. 공원 근처 매점에 묶여있는 강아지에게 얼음물을 양보하는 날도 많았다. 물을 따라주고 멀찌감치 서서 흐뭇하게 미소 짓는 제제를 보며 내 얼굴에도 같은 미소가 걸렸다. 


그로부터 벌써 일 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어제, 제제와 함께 미술관을 찾았다.  


햇살은 따사롭게 우리를 비추고 화려하게 피어난 꽃들이 반가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젤리를 한 개씩 씹으며 미술관 산책로를 나란히 걸었다. 


"아빠, 저기 고양이가 있어." 


"어디?" 


제제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고양이 한 마리가 천천히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 잠시 멈추었다 가자는 내 말에 제제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천천히 다가가서 조용히 인사할 거야." 


제제가 한 걸음씩 고양이를 향해 다가갔다. 산책로 그늘을 지나던 고양이가 멈춰 서더니 제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또 한 걸음, 다시 한 걸음, 둘의 사이가 계속 좁혀지길래 고양이가 달아날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신기하게도 고양이는 제제를 바라보며 가만히 제 자리에 앉았다. 


"안녕, 나는 제제야. 널 해치지 않아." 


가만히 서서 인사를 마친 제제가 돌아서서 내 곁으로 돌아오는데 신기한 일은 또 벌어졌다. 고양이가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더니 제제를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닌가. 그뿐만 아니라 잰걸음으로 다가와 제제의 곁에서 발을 맞추며 걸었다. 


"반가워, 난 네 친구야." 


제제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그르릉거리던 고양이가 우리 곁에 놓인 바위 위에 올라가더니 그대로 그 자리에 누웠다. 마치 쓰다듬어달라는 시늉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는 제제가 천천히 손을 내밀어 몸을 만져도 움직이지 않았다. 되려 제제의 손길에 몸을 내어 맡기고는 지긋이 눈을 감기까지 한다. 그야말로 신기함의 연속이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어디에서 나타나는 건지 고양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느새 제제는 그들의 친구가 된 것 같았다. 제제 주위로 고양이들이 아무런 위화감 없이 맴돌았다.  


"아빠, 얘들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 


적어도 내가 본 그 순간만큼은, 제제와 고양이들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제제는 고양이들의 중심에 서서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들이 제제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47개월 #제제 #아빠육아 #육아이야기 

#고양이들의_친구 #냥집사_제제 


제제와 함께 미술관에 갔어요.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는데 제제가 다가가자 그대로 웅크리고 앉아 제제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달아날 줄 알았는데 말이죠.
작년 여름, 꼬꼬마 제제는 동물을 보면 반가운 마음에 큰 소리로 인사를 하며 달려 나가곤 했어요. (제제의 37개월 무렵 사진이에요.)
자신이 싫어서 도망간다고 생각하고 눈물까지 흘리곤 했죠. 인사는 부드러운 몸짓으로 조용히 건네는 거라고 가르쳤습니다. (37개월 사진입니다.)
부드럽게 행동하고 거리를 두라고 가르쳤더니 결국 이해했어요. 제제는 산비둘기 곁에 조용히 다가가 인사할 수 있게 됐죠.(38개월 제제입니다.)
고양이가 제제를 따라 걸었어요. 마치 오랜 친구가 서로 대화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더니 바위 위에 올라 경계하지 않고 드러눕더라고요. 제제는 천천히 다가가 몸을 낮추고 고양이를 쓰다듬어주었습니다.
이후로 여기저기서 고양이들이 나타났어요. 제제가 먹을 것을 주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제제 곁에서 한참을 머무르며 놀더라고요.
제제와 고양이들은 친구가 되었어요. 제가 본 광경이지만 지금도 믿어지지가 않아요.
저기, 나랑도 친구 하자!!! 고양이들이 저는 싫어하더군요. 매몰찬 녀석들...,


작가의 이전글 # 119. 우리가 주인공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