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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소리를 내지 않고 달리는 아이

청개구리처럼 뒤집어서 생각하기

by 동후


태어난 후 아파트 생활 10년이면
발소리를 내지 않고 달릴 수 있다

어느 날 거실 소파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전방 2시 방향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둘째 아이가 나의 주변시(周邊視) 왼쪽으로 휙-하고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순간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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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가 나의 주변시 오른쪽으로 휙-하고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또 한 번 흠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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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첫째 아이가 나의 주변시 왼쪽으로 휙-하고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나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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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서 아파트 생활을 10년 하면

발소리를 내지 않고 달릴 수 있구나! 엄청나다'


층간 소음 시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은 이렇게 진화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10년 넘게 아파트에 살고 있다. 첫째 아이가 만 2세 즈음되었을 무렵이다. 아랫집 주민이 층간 소음으로 민원을 넣었다. 아이는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때였고, 아이 부상 방지를 위해 두꺼운 매트를 깔아 두었기 때문에 소음이 발생할 수 없는 시기였다. 지금도 이해할 수 민원이다. 당시 억울한 마음이 컸지만 층간 소음으로 여러 사회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민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뒤 3센티 두께의 퍼즐매트를 거실 전체에 깔았다. 50만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다. 이후 아이가 말을 알아듣기 시작했을 때부터 "집에서는 뛰면 안 돼", "걸을 때 쿵쿵거리는 소리를 내면 안 돼"라는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지금 우리 집에는 두 명의 초등학생 아들이 있다. 우리 부부는 층간 소음을 예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들이 발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달리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아이 입장에서는 달리려는 욕망을 억누를 수 없는데 계속 부모의 저항에 부딪히다 보니, 소리 내지 않고 달리는 기술을 터득한 것이다. 층간 소음 시대에 맞게 아이들의 신체 능력이 진화한 것이다.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그래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하였으니 칭찬해 주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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