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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용돈에서 세금을 떼기로 했습니다

청개구리처럼 뒤집어서 생각하기

by 동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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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제 용돈을 받으면 세금을 내야 한대요."
"아빠가 7,000원을 주고 2,000원을 뺏어간데요."


앞으로 용돈에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선언을 하자 - 둘째 아이가 엄마에게 달려가서 한 말입니다. 세금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는데 아이는 본능적으로 '빼앗아간다'라고 표현합니다.


3월부터 아이들의 용돈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첫째 아이(초4)는 매주 10,000원을 용돈으로 받아 3,000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고, 둘째 아이(초2)는 매주 7,000원을 받아 2,000원을 내도록 하였습니다. 용돈 30%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실수령액은 주당 7,000원/5,000원입니다. 아이들의 소비패턴을 고려하여 실수령액을 먼저 산정했고 거기에 세금 명목의 금액을 더해 용돈 총액을 만들었습니다. 세금으로 수령한 돈 3,000원과 2,000원은 가세청(家稅廳)(?)에서 관리하고 아이들 교회 헌금과 책구매 등 공적인 부분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실제로 국가 세금이 사용되는 메커니즘을 적용해보려고 했습니다. 아이들도 세금 사용 계획에 대해 동의를 했습니다.


이 정책을 발표하기 위해 저부터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우선, 세금에 대해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정확히는 아이들 눈높이에서 세금을 설명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세금의 기본 개념과 당위성,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등에 대해 정리하고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시를 만들었습니다. 세금을 설명하려다 보니 국가 개념에 대해서도 정리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국세청 홈페이지에 아이들을 위한 세금 교육 자료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교육자료가 아이들 수준에 맞게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초등학생용 자료를 출력하여 정책 발표에 활용하였습니다. (이런 자료는 제가 낸 세금으로 만든 것이겠죠?). 국세청은 저에게 많은 세금을 떼어가는 평생의 적이지만 교육자료만큼은 매우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국세청 - 즐거운 세금교실


세금은 아이들이 직접 납부하도록 하였습니다. 세금을 뗀 용돈을 받는 게 아니라, 전체 금액을 받고 세금을 납부하는 방식입니다. 세금 납부의 맛(?)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이후에는 세금 납부 내역과 이용 내역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보여줄 계획입니다. 아이들이 이 기회를 통해 경제관념을 체득하고 국가 시스템에 대해 학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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