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페니 선생님의 <나의 첫번째 머니다이어리>를 읽고, 컨설팅을 받은 다음 매달 정산일기를 써보려고 한다. 가계부와 경제생활(=소비생활)을 들여다 보고 두드러지는 경향 세개를 골라 분석해보고, Top3 최고/최악의 소비를 뽑아본다. 눈이 깔린 숲에서 쟁기자세 하듯, 추운 가운데 서서히 해독되어 가는 과정이지 않았나 자족하면서 12월 정산 일기 시작.
이번 달 초과 예산 주범은 책, 택시, 배달음식이다. 책은 총 42권을 구입했고, 대부분 영어문법책이나 작문과 관련된 실용서나 한글 문법, 글쓰기책이 대부분이었다. 양식으로 삼고 싶은 (잘 안읽히는) 고전을 사기도 했고, 역시 많이 읽는게 좋은 것 같아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여러권 사기도 했다. 새로운 발견은 요즘 한국 소설은 참 재밌다는 점, 한글로 쓰여진 SF는 새로운 자극을 준다는 점이다. 또, 영어로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영어를 공부하려고 샀던 영작문 책이나 작문학/수사학 교과서들이 영어에 국한된 조언이 아니라 사유나 삶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했다. 매일 한 권 읽어도 소화 못할 양을 한꺼번에 사다니.. 인터넷으로 주문하는건 조심해야겠다.
택시는 총 23번 탔고, 배달은 17번 시켜먹었다. 집에서 밍기적 거리다가 이동시간을 잘 못 계산하거나,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마지못해 나선 나에게 보상이라도 해주듯 택시를 남발하게 되었다. 그리고 연말이라 1.2~1.4배 가격대로 책정되어 평소보다 2배가 나와서 놀랬다. 연말이라 송년모임도 많아 밤늦게 택시를 탄적도 있었지만, 주말에도 이동할 때 택시를 밥먹듯이 탔다. 추우면 더 따듯하게 입고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되는데, 반대로 갔구만. 집에 있는 시간이 안정적이지 않을 수록 배달로 때우게 되는게 많은 것 같다. 신기한건 외식의 횟수는 많지 않다는 것.
정말 신기하게도 옷생각이 한 번도 들지 않았다. COS 여름 세일기간도 그냥 넘겼고, 연말 세일도 넘겼다. 블랙프라이데이마저도! 옷이나 신발, 악세서리나 화장품을 하나도 사지 않았다. 이사를 준비하고 있어서 부동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도 있다. 더 이상 팽창할 수 없는 옷장은 홀쭉해졌다. 겨울이라 곰팡이가 옷장까지 옮겨와서 정말 입는 편한 옷만 남기고 다 창고로 보내버렸더니, 새로운 걸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새로 만나는 사람이나 장소 때문에, 새로운 옷을 사서 치장을 해야한다는 필요성을 느낀적이 없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는 송년회 장소에 가도, '송년회 룩'을 따로 사진 않았다. 왠지 이런 내가 신기하면서도 편하다. 아마 회사 분위기도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내가 꾸미던, 꾸미지 않던 무례하게 코멘트하는 사람이 없다. '칭찬'도 없다. 그저 발견한 사실을 소소하게 나눌 뿐. 그리고 우리 디자이너 Y님이랑 만든 회사 기모후드가 회사 유행이 되서 너도나도 입고 다니기도 하고. 회사 끝나고 새로운 모임을 간다기 보단, 필라테스 하러 가니 실용적으로 입고 다니기도 했고. 얼굴에 굳이 화장을 해서 땀범벅으로 모공을 막고 싶지도 않고, 불편한 정장을 입고 하루종일 앉아서 일을 하기 불편하기도 하고.
옷을 사는데 가장 큰 비용을 썼는데, 9월 부터 자기계발을 위한 강의나 모임활동 참여에 소비 분야가 옮겨갔다. 사람을 많이 만나거나 전문가에게 조언/강의를 듣는데 쓰는 데서 점차 책을 사거나, 내가 무엇을 직접하기 위해 도구를 사는 것으로 옮겨간 것이 눈에 띈다. 특히 한참 많이 사던 직장인 심리 책, 에세이류에서 영어 공부와 글쓰기를 위한 실용서로 완전히 바뀌었다. 영어는 2019년 내내 돈을 가장 많이 쓴 항목이기도 하고, 그만큼 실력이 많이 늘기도 했다. 회사에서 직접 사용도 하고, 이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차곡차곡 잘 쌓아나가면 되겠지...?
>>> 잘산거 top 3
1. 힘빼기의 기술 12,150원
김하나 작가님 사랑합니다..
2. Little Women 원서 & 레이디버드 @유튜브 14,330원 & 1,200원
요즘 그레타 거윅 넘 좋다. 개봉하기 전에 책 다 읽고 싶어서 주문했는데 재밌다.
3. 교정교열 @홍대 상상마당 45,000원
글 잘쓰고 싶어요.. 완전 실용팁 & 머리에 쏙쏙 들어와서 좋았던 강의. 칭찬 받아서 의아 & 부끄러웠지만 왠지 희망을 가지게 된 토요일.
>>> 최악의 소비 top3
1. 패브릭 포스터 2개: 99,844원
사이즈 눈대강으로 샀더니 거의 벽지 크기의 천떼기가 배송되어 왔다. 하..
2. 플래너 시리즈: 윈키아 플래너 39,600원, 무지 모자 & 장갑 & 플래너 64,700원
스타벅스 열심히 모으고 있으면서 플래너 왜 또 산걸까.
3. 너무 짜증나서 꼭 써놓고 싶은 타다 비용: 38,300원
어려운 컨퍼런스콜을 해야하는데 아침 출근시간 못맞출 것 같아 타다 안에서 회의하려고 탔는데, 그 사람은 30분 지각 하고. 차는 밀리고. 그냥 집에서 일 다 끝내고 산뜻하게 지하철타고 가도 제시간 도착했을 텐데!! 으악.
근데 40분에 4만원은 좀 너무 하지 않나요 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