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은 유난히 전문직 분들이 많이 방문했다.
매년 전문직 분들이 오시지만 이번 달만큼 많이 온 적은 처음이다.
치과의사 변호사 변리사 등등 30대 중반쯤 되신 분들이었다
방문하신 분들 중에 기억이 남는 분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해보려고 한다.
서울 강남에 치과를 개원했고 결혼도 하신 치과의사분 였다
남들이 볼 때는 왜 저런 사람이 무슨 고민이 있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나조차도 처음에 왜 왔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분의 느낌을 쉽게 표현하자면 스카이캐슬의 강준상을 연상케 했다.
좋은 집안 +좋은 머리=> 좋은 직업은 가진 딱 그런 분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방문한 핵심은 자기를 잘 모르겠다는 거였다
자신의 직업은 하루 종일 초록색으로 천이 가려진 사람들의 입을 보는 것이라 말했다.
그게 뭐지? 이분이 나랑 스무고개라도 할 생각이신가?
살짝 장난하는 거 같아 기분이 별로 였다.
초록색 천? 입?
아 치과의사 ~
어떤 부분을 해결하고 싶으신가요?라는 질문에 전 돈도 많이 벌고 병원도 제꺼라 편해요
뭐 하자는 건지....?? 얘기를 들을수록 왜 왔지?
시간이 남아서 우리 회사에 놀러 오셨나?
제 칼럼을 읽고 아이덴티티 워커가 되고 싶어서 아이덴티티를 찾으러 왔다는 것이다
성인진로컨설팅을 하면서 세상의 표면적 기준인 아닌 자기 정체성 즉, 아이덴티티 워커 가 돼야 된다고 나는 말해왔다.
그리고 2021년 12월 실제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업을 가지고도 세상 불만족한 그들을 보면서 더욱더 확신이 들었다 (나 또한 이른 나이에 공무원이 되었지만 바로 퇴사한 이유다)
사실 이분의 동의를 얻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선생님 이야기를 칼럼을 써도 괜찮을까요?라는 나의 물음에
강남의 치과가 한둘이에요? 괜찮아요 ~얼마든 쓰세요 ~그 대신 잘요 ~라는 대답을 들었다.
이 분의 아이덴티티를 분석한 결과 여기서 말하긴 어렵지만 무언가를 발명하고 창조적이 핵심이다. 예술적 연구가? 정도 설명하면 될 거 같다. 개인 성향으론 자기 관리성과 완벽주의도 함께 있어서 어떤 일이 주어지면 인내력을 가지고 해 나갈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안 맞지는 않지만 창조성과 연구심에 대한 열망이 충족되지 않음으로 성취감이 떨어진 상태였다.
현실상 당장 직업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계속 반복적인 업무만 하며 살기엔 자신의 삶이 불상하다 했다. 평생 무엇을 위해 초록생 천 안에 입만 보고 살아야 하는 걸까? 돈만 벌고 시간 날 때 휴가를 즐기는 것 외에 자극 자체가 없었다.
누군가는 배부른 고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분에게는 인생의 불행과 행복이 걸린 중요한 문제였다.
왜 이렇게 스마트하신 분이 본인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안 해봤을까?라는 답답함이 몰려왔다
이일을 하며 느낀 게 있다. 세상이 진짜 많이 변했다는 사실이다.
예전에 20초 중반의 진로계획을 찾을 때 무언가 시작조차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이 왔다.
하지만 요즘은 20대 후반 ~30대 중반의 분들이 주로 오신다. 예비부부, 기혼자 분들이 같이 예약을 잡는 경우도 꽤 많아졌다. 요즘 사람들은 진짜 똑똑한 거 같다. 진로가 단순한 직업선택이 아니다.
결혼, 육아는 특히나 진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나 혼자가 아니라 동반자와 같이 진로를 설계해야 현실성이 있게 된다. 따로 따로 진로 설정을 한다면 결혼생활에 큰 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진로 설계는 인생 로드맵을 그리는 일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진진하게 얘기드렸다.
나 : 치과의사쌤에게 다음번 상담 때는 사모님도 오셨으면 좋겠어요
치과 쌤 : 왜요? 와이프는 제가 이렇게 고민하는 거 모르는데 ~ 걱정할 거 같아서요 ~
나: 괜찮아요 오실 수 있으면 오시라는 거예요 ~
그리고 3주 뒤 모델 같은 키가 엄청 크고 예쁜 와이프와 같이 오셨다.
말씀 못하신다고 하더니 ~아마 용기를 내신 모양이였다
같이 컨설팅을 진행하며 와이프는 오빠가? 이런 면이 있었어요?? 우와~아니 이건 제가 아는 부분이에요 이런 것까지 디테일하게 나와요? 라며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꼭 적성검사를 해봐야지 하셨다.
그렇게 컨설팅이 끝나고 미래에 다른 일을 하실 수 있는 테크트리를 만들어 드렸다.
나가면서 미래의 자신을 위해 더 몰입해서 살 수 있을 거 같다며 너무 만족한다며 자신의 동창들에게도 소개해 준다고 하셨다.
이번 상담이 끝이 아니라 진로에 대한 궁금증이 생김 코멘트해줄게요라고 했더니 웃으며 아싸 진로고민상담 할 누나가 생겼다! 나는 고객들과 새로운 인연을 맺어가기 위해 지금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치과의사 출신 000이 되면 더 멋질 거 같다는 말도 함께 말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현재에 자신을 먼저 분석해보기를 바란다.
미래에 답은 과거의 나, 현재의 나에게 정답이 있다.
지금이 허접하다고 미래가 허접해? 그런 공식은 없다.
오직 지금 내가 어디로 나아가느냐에 따라서 미래는 바뀔 수 있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현재에서 조금씩 방향을 틀다보면 분명 올바른 방향키로 맞춰진다면 목적지엔 반드시 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