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공무원 그만두고 성인진로전문가로 살 수 있었던 비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질문을 받는 것?

10여년 전에 공무원을 어떤 생각으로 그만두는 선택을 했냐? 는 것이다.     


최근 공무원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내가 현역에 있던 시절(?)은 정말 특이한 케이스 아니면 여자가 공무원을 그만두는 일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교육직 공무원이었던 나는 일반 행정직처럼 동사무소에서 민원 상대 같은 일도 없었기에 선배들은 꿀 보직으로 불렸다. 어떤 사건에 연루돼서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경우는 있지만 의원면직으로 그만둔 여자는 부서에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고 했다.

*의원면직 (依願免職): 본인의 청원에 의하여 직위나 직무를 해면함.  

    

보통 공무원 공기업처럼 정년이 보장된 일을 하게 되면  ‘그만두다’라는 위험한 선택지를 꺼낼 이유는 없다. 정년 보장의 안정성을 위해 수많은 경쟁을 뚫고 도전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괴롭히는 것도(관계 좋음) 아니고 업무가 적응이 안 됐던 것도 아니고 (상 받음) 

20대 나이에 7급에 있었던 내가 어떻게 그만둘 수 있었는지를 항상 궁금해하는 것 같다.          

지금 일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 크다. 

그렇지만 퇴사 이유를 ‘나에 대한 믿음과 성인 진로상담에 엄청난 뜻’으로 

멋지게 포장할 생각 추호도 없다. 그만둔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진짜 현실적으로 나에 대한 확신 따윈 없었다. 성인 진로 전문가? 단어조차 없었을 때이다.

지금 생각으론 젊은 나이의 도전? 객기? 무모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만약 지금 공무원을 그만두고 싶거나 

공기업 또는 안정적인 직장에 불평불만이 있는 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내가 정말 그만둘 수 있었던 이유는 2가지다.    

 

첫 번째. 가장 강한 이유는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계산이 안 나왔다.  

원하는 삶과 달랐다는 표현이 좀 정확할 거 같다

안정적인 직장의 특징은 미래에 모습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그것 자체가 이득일 수 있다.

내 경우는 끔찍했다.

그 당시 7급이니까 6급까지 갈 거고 노력하고 운이 좋으면 5급도 될 수도 있었다. 

60세쯤 돌아봤을 때 잘 살았다라고 기억할 수 있을까?

1초도 안돼 아니다로 답이 나왔다.      

또 공무원은 참 친절하게 평생 대략적으로 얼마나 월급을 받을지 알 수 있다. 


2012년 공무원 호봉표이다.

    

만약 고민되는 분들에게 한번 이런 계산을 해보기를 추천한다.          

물론 보상이 엄청나게 불만족할 수준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연금도 지금 보다 훨씬 좋을 때였다. 

호봉이 점점 올라가며 월급도 오르기에 일반적인 여성 입장에서 6급만 되어도 

대기업 수준은 아니지만 꽤 괜찮았다. 

그리고 강점 더 있다. 급수가 올라 갈수록 업무 강도는 점점 낮아지는 구조기에 버티기만 하면 쉬워진다. 눈치 안 보고 휴가 휴직 수당을 법 안에서 당당히 쓸 수 있는 곳이다. 

다 맞는 이야기고 여자의 직업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이런 메리트가 나에게는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위 이점이 내 삶에 중요도와 일치하는가? 

아니     

나다운 삶을 선택할 때 중요도는 커리어적 목표를 얼마나 성취할 수 있는지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통 공무원이란 조직에선 실현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     

‘한번뿐인 인생을 원하는 인생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접어지지 않았다.

거창한 목표 큰 꿈이 아니라 이미 오답이 보이는 상태에서 오답을 내는 사람이 없듯 

나에게는 ‘공무원이 오답’이라는 결론이 내려졌기에 선택했다.          


두 번째 나만 책임지면 되는 상황이었다.     


같이 일했던 남자동료는 결혼을 했고 바로 대출을 껴서 30평 대 아파트를 구입했다. 

양가에서 받는 돈이 없어서 이자만 200 정도 나간다고 했다. 

웃으면서 한 명 월급은 고스란히 은행에 바친다고 했다. 아이가 태어났고 육아휴직을 쓸 형편이 안되기에 시골 부모님 댁에 주중에 맡겼다가 주말엔 데리고 있다가의 생활 패턴을 반복하고 양육과 직장생활을 병행했다. 답답하고 힘들 때가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가족들을 생각하며 참았다. 

잠깐의 감정은 현실이라는 벽을 보면 충분히 견딜만했기 때문이다.      

난 그에게 공무원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를 입도 벙긋 안 했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가 있었고 그걸 책임지기에는 공무원이 굉장히 좋은 직업이었다.      

최근 연락을 했을 때는 빚는 있지만 집값도 엄청 올랐다며 행복해했다. 애도 많이 컸고 월급도 올랐고 예전보다 더 나아졌다고 말하며 여전히 나를 걱정스럽게 본다, 코로나 때 괜찮았냐고 말이다. 

자기는 호봉이 쌓이고 급수도 올라가며가 안정적으로 괜찮게 돈을 받는데 내가 하는 일은 그렇지 않으니 불안하지 않냐고 말이다. 역시 사람 각기 추구하다는 것을 느낀다.     

나는 지금 돌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     

나에게도 가족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만둘 수 있었을까?


다행히 보살필 가족도 아이도 없었다. 내 몸하나 책임지는 건 뭘 해도 굶지는 않은 거야 라는 생각이 있었고 30대에 시작해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정말 안 풀리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밀려왔지만 ‘혼자니깐’이라는 치트키를 사용하면 편해졌다. 

다시 생각해봐도 책임질 것이 있었다면? 절대 선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인생은 실전이다’를 마음을 항상 품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성인 진로 전문가로 많은 진로 고민을 하는 20,30,40대 들을 만나지만 

절대적으로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상담한다.     

인생에 가장 중요한 선택을 현실을 외면한 채 선택하는 건 

무책임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희망 팔이를 하고 싶지 않다.      


컨설팅 진행중~


꿈을 찾기 위해 무작정 퇴사 이후 성공적인 극적인 이야기들을 쉽게 접한다.

반대로 그런 선택으로 10년 20년 후퇴하고 불행해지는 이야기들은 관심이 없다. 

접 할 일도 없다

하지만 잘못된 선택으로 이전보다 못한 삶을 사는 다수의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렇기에 지금의 직장, 공무원 그만두고 뭔가 섣불리 한다는 분들에게 무작정 응원할 수 없다

모두가 퇴사를 해야 되는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정말 이 길이 아니라는 오답이 보였을 때에는 미래에 대한 가능성만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미래는 아무리 용한 점쟁이라도 100% 알 수가 없으니까

왜냐하면 그런 일 들은 나 혼자 맘먹어서 되는 것이 아닌 많은 요소요소들의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때 어디를 가지 않았다면

그 순간 누군가를 만나지 않았다면

사소한 행동 들이 삶의 중요한 선택이 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그렇기에 더욱더 확고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게 중요하다. 

환경은 그에 따라 언제든 바뀔수 있지만 길만 확고하다면 언제가는 결과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떻게든 나다운 삶을 선택해야 되는 이유다.

작가의 이전글 진로의 여백 (feat. 카이스트 박사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