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집안일 - 왜 나는 집안일이 안 느는가

오늘의 집안일 3

by 여튼

우리 집에는 식기세척기가 있다. 6인용으로 설치에 기존 가구를 뜯어내는 등의 큰 노력이 없어도 되는, 싱크대 위에 올릴 수 있는 제품이다. 사용한 지 몇 년 되었는데 큰 고장 없이 설거지에 드는 노고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고마운 가전이다. 로봇 청소기, 빨래건조기 등 삶의 질을 확실히 높여준다는 집안일 자동화기기 삼대장 중 내가 가진 유일한 기계이다. 그래서인지 더 애정이 크다. 요리를 잘 못해 주로 설거지를 맡아야 하는 내 시간을 많이 절약해 주었으며, 내가 하는 것보다 훨씬 깨끗하게 닦아준다.

음, 그런데 식기세척기는 내가 집안일에 대해 열패감을 느끼게 하는, 쉽게 말하면 나의 집안일 능력 부족과 실패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기기이기도 하다.

그 실패의 감각은, 사람들이 무릇 식기세척기를 사용함에 있어서 애벌 세척을 하고 넣어야 한다고 그렇게 구전으로 말해주었는데, 나는 그걸 모른 척하고 그냥 턱턱 넣다가 생겼다. 아주아주 단순하고 조야한 다음과 같은 생각으로.

“식기세척기 안에 망이 들어 있던데 알아서 걸러 주겠지 뭐!”

그런 생각으로 한 후속 생각과 행동은 다음과 같았다.


1. 식기세척기 안에는 음식물 등을 걸러주는 망이 확실히 있다.

2. 나는 설거지의 어려움에서 해방되기 위해 식기세척기를 샀다.

3. 그러므로 나는 대충 넣는다.

그 생각과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건 한동안의 시간이 흐른 뒤 알게 되었다. 일단 기계 안에 음식물 찌꺼기 같은 것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 한 번씩 그 안을 닦아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아 그런데 더한 것은. 그리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은, 바로 *** 때문에 일어났다.

그렇다, ***. 아주아주 작은 하얀색 동전 모양의 그것. 그릇을 닦기 위해 강한 물줄기를 발사해야 할 물구멍에 그것이 낀 것이다!

쌀알보다 작은 물구멍에 세로로 낀 그것. 그게 거기 끼어있다는 건 뿜어내는 물줄기를 머금고 있는 곳에 또 다른 음식물이 끼어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것 같았다. 게다가 구멍에 막힌 게 없어야 하는데 뭔가가 끼어있으니 세척을 위한 물줄기도 제대로 안 나올까 봐 걱정이 됐다. 아아 안돼! 나는 손으로 설거지하기 싫은데, 물이 제대로 안 나오면 그릇이 제대로 안 닦이잖아!

그 구멍을 막고 있는 무언가를 찜찜한 마음으로 계속 못 본 척하다가, 여러 가지 도구로 꺼내보려고 하다가(예를 들면 쪽집게나 젓가락, 클립의 한쪽 등) 도저히 안 되는 것을 끝까지 빼기로 했고 결국 성공했다. 내가 사용한 도구는 바늘이었다.

빼려다가 그걸 다시 구멍 속으로 밀어 넣기도 수차례,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다가 결국 그 뾰족한 바늘 끝으로 구멍을 막고 있는 그것을 꿰뚫을 수 있었으며 그것을 빼보니 주인공은 바로

고추씨였다.

게다가 고추씨가 낀 구멍은 하나가 아니었다. 총 세 개의 고추씨를 빼냈다.

내 인생에 고추씨가 이렇게 큰 의미를 가졌던 적이 있었을까. 물론 어떤 음식을 만들 때 고추씨가 들어가면 음식이 더 매워지고 지저분하니까 긁어내어 빼야 한다는 식으로 그의 이름을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아마 그때도 귀찮아서 안 뺐을 것이다…) 그가 식기세척기 물구멍에 꼭 구두 사이즈에 딱 맞은 신데렐라 발처럼 꼭 맞게 끼여서 내 집안일에 대한 무지와 후회의 징표가 되다니!

별생각 없이 한 작은 행동들이 나중의 큰 노력을 요구한다. 그리고 남들이 하는 말 중에 큰 의미 없고 편견일 뿐인 것들도 없진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말을 한다면 들어볼 필요도 있다! 고추씨가 준 가르침은 결코 작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굳이 그걸 직접 실패해 보고 나서야 느리게 배우는 사람인 것 같다. 집안일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집안일이 괜히 안 느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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