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식구들과 여행을 가려는 너에게

-이상한 여행기

by 여튼

너 식구들이랑 또 여행을 가고 싶구나. 아이 방학인데, 봄꽃 여행철인데, 가을날씨가 좋은데, 눈이 예쁘게 내렸는데 아이랑 여행 한번 안 가려니 좀 그렇지? 남들은 아이 데리고 유럽도 간다는데 말이야. 게다가 언젠가 식구들만 두고 여행 다녀온 게 좀 마음에 걸리기도 했겠고 말이야.

근데 너는 여행 이틀차에 체크아웃을 앞둔 숙소에서 늘 ‘나는 다시는 가족들과 여행 오지 않을 거야!’라고 외치고 만다는 걸 늘 까먹는 모양이더라. 가장 큰 이유는 뭐야? 겨우 시간은 내지만 얼른 집에 가고 싶어 하는 배우자 때문이야? 여행을 오고 싶은 게 아니라 숙소에서의 자유로운 게임, 태블릿 사용, 유튜브 시청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 때문이야? 아니면 좋아할 줄 알고 데리고 왔는데 다리 아프다, 언제 숙소에 돌아가냐 계속 묻는 것 때문에? 아니면 작은 거 하나도(커피 한잔조차) 고르기 힘들어하는 네가 수많은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거기에 따르는 비용과 기회비용이 따르게 된다는 것 때문이야?

어쩌면, 억지로 끌고 온 배우자에게 여행이 좋다는 걸 증명해내지 못해서 초조한 거야? 아이랑 단 둘이만 올 때는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받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닌가? 그냥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였던 건가? 그러고 보니 아이랑만 왔을 때는 ‘다음번엔 배우자가 함께 와서 어려움을 함께 나눠주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뭐가 됐든 확실한 건 너는 쉽게 변하지 않을 거고, 네 식구들도 마찬가지일 거야. 아이는 다리 아프다고 칭얼댈 거야. 다리 아픈 게 가장 주된 증상이 아니라 더 해결하기 힘들 테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제 뭐 한두해 안으로 네가 가자고 해도 아이가 따라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많을 거야. 너는 ‘너희들이 가고 싶은 여행지가 정해지고 코스까지 대략 짜 온다면 같이 가줄게’라고 말했지만 아마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겠지.

식구들에게 천명하긴 했지만 언젠가 또 여행이 가고 싶어 진다면,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해. 이 여행은 너를 위한 것이고 네가 온전히 계획하는 거라는 거. 그러고 나서 동행을 구해볼 수 있을 거고 그 동행이 식구들일 수는 있을 거야. 동행들에게 기본적인 예의와 수칙을 미리 알려주고 동의한다면 함께 하자고 하는 거야. 회비도 받을까? 그것도 괜찮겠다.

아무튼 이 다짐을 까먹고 다시 여행을 가겠다고 하겠지 분명히. 그때 이 글을 꼭 읽어보고 가길 바랄게. 위에 적은 것들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모든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걸 예방주사 맞듯 알고 가라는 뜻에서 말이지. 그리고 너는 부인하고 싶겠지만 너의 통제하려는 욕심, 그게 늘 지병처럼 너와 함께 할 테고 그게 널 힘들게 할 거야. 너의 동행도 힘들게 만들 거고. 잊지 마.

이제 몇 시간 안 남았네. 마지막까지 좋은 여행 하길 바라. 아, 그리고 아무리 편한 여행이었어도 조금은 피곤하기 마련이니까 내일은 쉴 수 있으면 푹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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