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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사한아빠 Mar 13. 2024

1on1은 사전미팅부터

"팀장님, 저는 한 사람 몫을 하고 있나요? 제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아요. "



 어찌 보면 당연한 걱정이지만 1 on 1이 아니었더라면 평소에 입이 무겁기로 유명한 A에겐 평생 이런 고민은 듣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팀장생활을 하다 보면 자기의 어려움을 이야기해 주는 팀원이 참 고마울 때가 있죠. 그 친구의 어려움을 해결하다 보면 전반적인 프로세스의 개선을 도출하기도 하고 모두가 편해지는 방법을 고안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A처럼 모두가 있는 공간에서 절대 입을 열지 않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사실 묵묵하게 자기 일 해주는 친구가 사사건건 불만을 이야기하는 친구보다 절대적으로 편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저의 저울이 묵묵한 친구에게 무게중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생길 때가 있습니다. 또 사사건건 불만을 이야기하는 친구도 결국에 자기 속이야기는 불만보다는 관심을 원하는 경우도 있죠.


 1 on 1을 하다 보면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 비슷하지만 다른 팀원들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럼 이렇게 성향이 다른데 어떻게 1 on 1을 준비해야 할까요?


 이 질문의 답은 매우 간단합니다. 팀장님이 주인공에서 사이드킥으로 잠시 자리를 내어주고 그들의 스토리를 들을 준비를 하시면 됩니다.


밥상을 차리기 전

 

 저의 1 on 1이 처음에 실패로 돌아갔던 가장 큰 이유는 저의 마인드 셋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팀장이니 반드시 해답을 줘야지"라는 마음이 컸던 탓에 말의 지분이 7:3, 어떨 때는 9:1까지 혼자 떠드는 수준이 되어버리니 듣는 팀원도 이 시간이 괴롭고, 저도 힘에 부쳐 다음 1 on 1을 잡는 것이 꺼려지는 악순환이 벌어졌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이러고 있나"라는 생각까지 했으니까요.  


 1 on 1은 쉽게 표현하자면 팀장과 팀원이 신뢰관계를 두텁게 쌓고 같은 목표를 바라보게 만든 것에 목적을 둡니다. 같은 목표를 바라보기 전에 신뢰가 먼저인데 이 신뢰를 구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듣는 것입니다. "아 저 사람이 내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먼저입니다. 다시 표현하면 팀장님의 '경청'의 마인드셋부터 1 on 1의 좋은 시작을 알리게 될 것입니다.  


 경청을 하기 위해서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그냥 듣지 마세요. 메모하세요.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세요.

 두 번째로, 이야기를 끊지 마세요. 1 on 1 시간만큼은 끝까지 들으세요. 존중하고 있음을 보여주세요.

 세 번째로, PC나 먼산을 보지 마세요. 최대한 아이컨텍을 하세요.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세요.

 메모하는 것에서 집중을, 끝까지 듣는 것에서 존중을, 아이컨텍을 통해 관심의 영역에서 '경청'의 자세를 보여주게 됩니다.  


재료를 준비해 볼까요?  


  나중에는 1 on 1 때 팀원들이 주제를 정해서 오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지만 처음에는 서로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사경을 했었습니다. 시간은 30분을 정해놨는데 10분쯤 지나면 점점 서로 먼산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지고, 이야기의 정적이 생기기 시작하면 결국 자연스럽게 저의 일방적인 업무지시로 이어졌습니다. 그 잠깐의 정적을 참을 만한 용기가 없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1 on 1이 처음이라면 10분 정도 사전 미팅을 추천드립니다. 일종의 예행연습을 하는 거예요. 운동을 하기 전에 스트레칭을 통해 온몸을 예열하고 시작해야 다치지 않는 것처럼 1 on 1에도 준비운동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팀장님도 팀원들도 마음의 벽을 쉽게 넘어설 수 있습니다.  


 이 10분의 예열 시간에는 1 on 1이 딱딱한 회의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키고, 이것을 왜 하는지에 대한 이유, 어떤 주제로 이야기할 것인지, 언제 얼마나 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정리해주어야 합니다.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겠습니다.  


1. (부드러운 시작) 차 한잔과 함께 따뜻한 인사를 건네세요.(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진행하는 것도 좋습니다.)

2. (목적전달)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알려주세요.

3. (관심표현) 현재 업무만족도와 현재 상태를 물어보세요.

4. (주제설정) 다음 미팅의 주제를 함께 선정하세요.

5. (일정픽스) 다음 미팅의 일정과 시간을 그 자리에서 픽스하세요.


 말로 한번 풀어볼게요.

(부드러운 시작) A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1 : 1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참 좋네요.

(목적전달) 오늘 이 미팅은 1 on 1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몸풀기 미팅이에요. 앞으로 이 시간에 A님과 업무 이야기도, 업무 외적인이야기도 나누면서 A님과 제가 서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나누는 시간이 될 거예요.

(관심표현) 요즘 업무만족도는 어떠세요?(1~10점 만점으로 한다면), 어떤 점 때문에 이점수를 주셨나요? 요즘 업무적이나 개인적으로 어떤 것이 가장 관심 있으세요?

(주제설정) 그럼 다음 미팅에선 A님이 관심 있었던 (1)과 제가 A님에게 궁금한 (2)를 주제로 만나면 좋을 것 같은데 혹시 다른 주제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뭐든 좋습니다.

(일정픽스) 일정을 보니 다음 주 이 시간에 30분 정도가 좋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그럼 다음 주에 (1), (2)에 대해서 편하게 이야기해요. 고생하셨습니다.  


 편한 사람과 수다가 아닌 나의 평가자와의 대화는 언제나 불편함을 전제합니다. 저 역시 저의 리더와 함께 회사를 옮길 만큼 유대감이 있었지만 옆집 누나나 형만큼 편하게 대한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래서도 안되고요. 1 on 1은 친근감으로 접근하지만 친구가 되기 위함이 아닌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친구처럼'이 아닌 '친근한 팀장님'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이제 본요리를 시작해 봐야겠죠?  다음 편에서 뵐게요. 1 on 1 밥 먹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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