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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호 Aug 02. 2023

타투, 개명, 동성연애는 부모님에게 말해야 하는가?

타투, 개명, 동성연애는 부모님에게 말해야 하는가?


개명을 한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굳이 그럴듯하게 설명하자면 내가 부여한 나의 이름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물론 주변에서는 전혀 논리적으로 들리지 않는다고 했고. 이름의 한자를 지정하지 않았고 어감이 마음에 드는 이름을 골랐다. 중성적인 이름이라 더 좋았다. 법원에 가서 직접 신청을 했다.


“부모님은 뭐라셔?”


나만의 이유로 개명을 했다고 하니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물어보기도 했다. 마치 타투를 처음 했을 때 사람들이 묻는 것처럼 물었다. 타투를 할 때 부모님 허락을 받는 것에 대해 꽤 고민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 부모님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듯, 쉽게 지워지는 것인 듯한 뉘앙스를 풍기면 도움이 된다. 언제 지울래? 하면 올해 말쯤… 하고 말꼬리를 흐리며 타투 용납 유효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다. 일 년에 두어 번 명절 때만 부모님 집에 가는 상황이라면 더욱 잘 먹히는 방법이다.


선 결정, 후 통보로 살아가면서 친구들이 내 부모님의 안위까지 걱정하게 만드는 결정은 몇 가지 없었다. 완벽한 타인이 상대방 부모님의 반응까지 살펴주는 이유는 아마도 나를 사랑해서가 아닐까? 부모님 허락받았냐는 뉘앙스의 말을 들으면 그렇게 화가 날 수 없었지만, 어느 배우의 너무 싫은 사람은 사랑해 버리기로 했다는 말처럼 나는 너무 싫은 반응을 들었을 땐 그냥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의 결정을 믿는 응원의 마음 더하기 사회적 기준에서 약간은 벗어났을지 모를 친구의 삶을 조심스럽게 염려하는 마음… 이건 분명 사랑일 거다. 이럴 때 당사자는 염려하는 상황에 대한 적당한 해명으로 믿음을 주면 된다.


주변 반응을 관찰한 결과 스스로 내린 결정이지만 부모님에게 말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사안은 세 가지 정도로 추릴 수 있었다. 타투, 개명 그리고 같은 성별과 하는 연애. 관종 타입인 나는 일부러 “놀라지 마.” “나 말할 거 있어.” 같은 판을 깔고 사귀는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을 전달한다. “부모님은 알고 계셔?” 차분하게 돌아오는 친구의 답변은 신이 난 나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진지한 고심을 하게 만든다. 갑자기 우리가 함께할 인생 계획을 설파해야 할 것 같달까…


이번이 이제까지 중에서 가장 파격적인 결정이라 믿는 친구들에게. 조심스러운 염려를 주는 이 결정들이 실제로는 나를 행복하게 하니 그들에게도 다행이었으면 좋겠다. 내 결정에 대해 누군가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지만 나는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그것을 숨기진 않을 것이며 기쁜 마음으로 당신의 반응을 살필 것이다. 실컷 집을 어질러 놓고도 칭찬을 기다리는 강아지의 마음이 되어서.




타투, 개명, 동성연애는 부모님에게 말해야 하는가?


“아니다?”


이번에 쓰고 있는 글의 제목이라고 알려주자 나의 연인이 대답했다.


“질문형으로 쓴 것을 보면 정답은 ‘아니다’ 아니야?”


아, 그거 아닌데… 정답이 없는 이 글에 ‘아니요’라고 답을 내린 그녀는 T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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