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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임용 May 03. 2021

알잖아, 난 항상 똑같아

검정치마의 [Good Luck To You, Girl Scout!]

검정치마 - [Good Luck To You, Girl Scout!] (2021)



[Thristy] 이후 검정치마에 대한 여론은 완전히 극과 극으로 갈렸다. 이를 예상이라도 하듯 [Thirsty]의 1번 트랙 <틀린질문>을 통해 검정치마는 미리 선언한다.


"나에게 뭐든 물어봐" / "대답은 바르게 해줄게"


나는 <틀린질문>의 방점이 이 두 문장에 있는 줄 알았다.


때문에 당연히 <틀린질문>은 헤이터들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생각했다. '[Thirsty]라는 앨범은 [TEAM BABY]와는 다를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상당히 실망할 것이며, 나는 그걸 모두 알고 있다'는.



하지만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생각해보니, 사실 <틀린질문>의 방점은

"알잖아, 난 항상 똑같아"에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틀린질문>은 헤이터들 뿐만 아니라 팬들에게 하는 부탁처럼 들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Thirsty]라는 앨범은 [TEAM BABY]와는 다를 것이고, 여러분도 이 앨범 이후로 달라질 것이며, 나는 그걸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201]때나 지금이나 항상 똑같다'는.



[Thristy]는 검정치마의 팬들과 헤이터들이 서로 물고 뜯는 싸움터였다. 헤이터들은 검정치마를 미친듯이 물어 뜯었고, 일부 팬들은 이에 동조하며 검정치마를 떠나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정치마의 팬을 자처한 나 같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아니 [Thristy] 이후로 더 많이, 검정치마를 사랑하게 됐다.


그런데 검정치마의 팬들 중 일부는 이 싸움 이후 '검정치마는 원래 찝찝한 게 매력'이라는 식의 이상한 생각에 갇혀버린 것 같다. 나는 일부러 더 찝찝한 방향으로 검정치마를 해석하고 싶어하는, 그걸 통해서 검정치마를 또 다른 힙스터들의 전유물로 삼고자 하는, 그런 식의 태도가 싫다. (멜론 앨범 댓글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멜론 댓글창이 음악을 주제로 가장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창구라고 생각한다.)


검정치마는 그냥 검정치마다. 팬이나 헤이터를 염두에 두고 bittersweet한 가사를 쓴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항상 똑같은 것 뿐이다.


"[Thirsty]보다 세다", "[TEAM BABY]랑은 재질이 다르다", "한글로 썼으면 또 논란 됐을텐데 영어로 전부 써서 다행이다"라면서 오버하고, "검정치마가 어떤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인지는 알고 앨범을 듣자"고 가르치려드는 태도가 오히려 작품을 한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 '' 누구도 토달지 말라는 식으로 성역화하려는  아니고, 솔직히 검정치마를 '가사가 찝찝해서' 좋아하기 시작한 사람이 누가 있겠냐는 거다. 검정치마는 그냥 항상 존나 아름다운 음악을 만든다. 그냥 거기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가사 하나 하나를 뜯어보면서 욕하는 사람이나,  가사 때문에 내가 검정치마를 좋아한다고 하는 사람이나  눈엔 똑같아 보인다. 그걸 염두에 두고 일부러 영어로 가사를   아니냐는 억측도 진짜 웃긴  같고. (물론 나도 이번 앨범이 전곡이 영어로 되어 있는  번째 앨범이라는 소리를 듣고 놀랬다.  당연히 그런 앨범이 있었다고 생각했지?)




다 떠나서, 내게 이번 앨범은 딱 '좋다' 정도다. 내게 [Thirsty]는, 이런 저런 장점들을 따져보았을 때, 사랑을 주제로 한 음악 중 1등이다. 그렇다고 이번 앨범이 실망스럽단 얘긴 아니고, 뭐랄까, 규모로나 작품성으로나 엄청난 작품을 발표한 감독이 그 다음에 갑자기 단편 독립영화를 연출한 것 같달까? 그냥 취향의 차이다. 나는 음악에 있어서는 블록버스터를 더 좋아하거든. 처음엔 좀 밋밋한가 싶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좋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나온 검정치마의 5개 앨범들 중에서 내 맘대로 3위 정도?


무엇보다 요즘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는데, 걸스카웃이라는 컨셉으로 사랑 노래를 풀어냈다는 사실이 곱씹어 볼수록 '천잰가?' 싶다. "누가 검정치마 앨범 세계관으로 영화 좀 만들어봐"라는 댓글이 있었는데, 가장 맘에 드는 한 줄이었다. 색이 바랜 멜로디를 듣다보면, 이런 저런 장면들이 떠오른다. <싱 스트리트>, <서브마린>, <조조 래빗>, <문라이즈 킹덤>.




Two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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