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전에 초록불꽃소년단의 앨범과 Easy Life와 Gus Dapperton이 함께한 트랙 "ANTIFREEZE"의 뮤직비디오에 대한 글을 썼다. 글을 두 개 쓰는데 토탈 3시간 쯤 걸렸는데 초록불꽃소년단만 2시간 반을 썼다.
우선 앨범 단위를 다루는 글이기에 전반적으로 작품을 포괄하여 표현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야 했다. 여기서 첫 번째 문제가 생겼다. 해당 표현이 자칫하면 모든 음악에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상투적인 표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걸 피하기 위해선 앨범을 꼼꼼히 다시 한 번 들어야 했다.
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지난 앨범과 비교했을 때 변함 없이 좋은 점과 더 나아진 점을 따로 언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지난 앨범을 다시 들어야 했다. 앨범 두개를 다시 듣는 데에만 1시간을 잡아 먹었다.
나머지 한 시간 반은 하나의 문장을 살리려는 시도 때문에 소요되었다. 그 문장은 "5년의 공백이라는 시간을앨범의 화자도 고스란히 지나온 모양이다"였다.
초록불꽃소년단 앨범의 화자는 사춘기 소년 중에서도 정말 솔직하고 과감하게 속마음을 표현하는 부끄럼 없는 소년이다. 적어도 1집 [GREENROOM]에서는 그랬다. 이번 2집으로 넘어가면서 그 화자가 어딘가 성숙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굉장히 재밌는 포인트였다. 앨범 속 화자는 창작자와 동일 인물일까? 아니면 독립된 개체(물론 어느 정도 투영이 되었겠지만)로 봐야할까? 나는 단연 후자라고 생각한다. 그게 내가 초록불꽃소년단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나도 5살을 더 먹었다. 그들의 이번 앨범이 계속 마음에 들어오는 이유가 그것 때문인 것 같았다.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음악이라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결국 이 문장을 쓰진 못했다. 하나의 문장에 목매다 보니 전체 글이 통 나오질 않는 것이다. 전부 나온 글을 퇴고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조합해보기도 하고 저렇게 순서를 바꿔보기도 했지만 도저히 와꾸가 안나왔다. 1시간 반을 씨름하고 나서야 나는 이 문장을 버리고 건조한 글을 하나 완성했다. 그리고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버리는 게 가장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