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의 기획사, 문화 브랜드 민트페이퍼의 프로젝트 Bright. 2013년부터 이어진 이 컴필레이션 시리즈가 벌써 8번째를 맞았다. 요즘이야 워낙 큐레이팅의 영역이 주목받고 있지만, 민트페이퍼는 그보다 훨씬 이전인 2007년부터 당대 인디씬의 흐름을 파악하는 탁월한 능력을 바탕으로 'mint bright'라는 카테고리를 통해 많은 아티스트를 소개해왔다. 그중엔 검정치마, 브로콜리 너마저, 10cm 등 현재는 거물이 된 아티스트도 있다. Bright는 이를 발전시켜 아티스트의 지명도나 활동 경력 등과 무관하게 곡의 메리트만으로 선정된 10곡을 담는 시리즈 음반이다. 적재, 선우정아, 솔루션스, 빌리어코스티 등 씬을 대표하는 많은 뮤지션들의 음악이 Bright를 통해 주목을 받았고, 쏜애플의 <살아있는 너의 밤>, 라이프 앤 타임의 <타인의 의지로 움직이는 삶> 등 숨은 명곡도 많다.
#1부터 꾸준하게 수록되었던 민트페이퍼 특유의 모던한 음악은 이원우의 <오늘은 같이 있어줘요>, 데이먼스 이어의 <Auburn>, 제이유나의 <이건 아닌 것 같아> 등 준수한 작품들로 이어졌다.
재즈풍의 분위기가 인상적인 LambC의 <Fantasy>, 감성적인 PBR&B 밴드 오이스터의 <Cherokee>가 이번 컴필레이션의 다양성을 책임진다.
신스팝, 앰비언트 뮤직, 베드룸팝 장르 같이 편안한 음악이 이번 컴필레이션의 주를 이룬 것이 눈에 띄는데, off the menu의 <breakfast>, 성민창의 <표정>, 라쿠나의 <나의 거짓말은 새벽 늦게 자는 것>, 호아의 <향수>가 그것이다. 요즘의 트렌드가 확실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Bright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컴필레이션에 수록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8에서는 김뜻돌이 그 주인공이다. <꿈속의 카메라>, <사라져 (feat. 사뮈)>로 내 플레이리스트에 완전히 자리 잡은 김뜻돌의 <밤산책>은 기대만큼 좋다. 특유의 발랄함과 멜랑콜리함이 적절히 섞인 분위기가 아주 매력적인 트랙이다.
첫 Bright가 발매될 때 프랑스의 Kitsune maison, La Musique de Paris 같은 시리즈를 목표로 한다고 했던 그들의 포부를 기억한다. 음반 시장이 바뀌고 큐레이팅의 영역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Bright가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