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의 조언
약간의 의무감을 가지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브런치에 매일매일 글을 올렸는데, 오늘은 글감이 떨어진 탓이다. 몇 개 준비해두었던 세이브 원고마저도 똑 떨어진 날이 오늘이다.
이런 나를 가만히 보던 신랑이 말한다.
" 그런 거에 스트레스받지 마. 지금 네가 그렇게 안절부절못하는 건, SNS 좋아요 버튼 못 받아서 안달 난 거랑 다르지 않아. "
나는 반박한다.
" 아니 뭐, 내가 책을 내거나 상 타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글을 쓰겠다는 건데 뭐. 글도 공부처럼, 매일 꾸준히 써야 는다고 했단 말이야. "
" 책을 내야만 성과야?
그렇게 방문자가 몇 명 됐는지 쳐다보고 있는 것도 나름의 성과인 거지.
너는 이게 본업이 아니잖아. 이건 부업도 아니고, 그냥 취미야. 취미를 하면서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매일 몇 명 들어왔나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재밌게 글 쓰면서 스트레스를 풀면 충분한 거야. "
순간 머리가 댕... 하고 울린다. 맞는 말이다.
브런치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브런치에 글 써보고 싶다는 게 목표였고, 브런치 글 쓰기 시작한 후부터는 방문자가 느는 게 목표였다. 궁극적으로는 책도 내고 싶지만, 워낙에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많아서 반쯤 포기하고, 매일 방문자가 늘어나는 걸 즐거움 삼아 꾸준히 글을 올리는 걸 목표로 세웠더랬다.
즐기려고 시작한 취미가, 어느새 목표를 지향하는 업이 되었다. 본업까지는 아니더라도 부업쯤 되려나.
회사원 생활 10년 넘게 하다 보니, 무슨 일을 해도 KPI(Key Perfomence Indicator)를 잡는 게 습관화되었나 보다. 어떤 걸 해도, 결과물을 도출하려고 한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것도 알고, 과정을 즐기라는 말도 알지만, 역시 머릿속에 있는 이론일 뿐이었나 보다.
마음을 바꿔먹어 본다. 그냥, 즐기자고. 힘들게 의무감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아무래도 하루에 하나씩을 글 올리고 싶은 욕심이 단박에 접어지지는 않는다. 하루 방문자가 매일매일 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사라지진 않는다. 그냥 즐기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가 보다.
오늘따라 유난히, 옆에서 타박이 아닌 조언을 해주는 동반자가 있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