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갓난 아가를 키울 때, 아이를 도닥여 겨우 재워놓고 나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나를 보고 남편이 타박을 했다.
"맨날 피곤하다며, 애 잘 때 자지 왜 안 자고 딴짓해?"
남편은 모른다. 그 시간이 얼마나 꿀맛 같은지.
아이를 돌보지 않고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시간이 너무도 아까워서 차마 잠들지 못하는 그 마음을 알기나 할까.
지금, 00시 07분. 가족들이 모두 잠들었다.
오랜만에 갖는 혼자만의 시간이다.
보통은 막내를 재우다 같이 잠들어버리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잠이 오질 않는다.
애들 잘 때 같이 잠들어야 내일 아침이 무탈하게 흘러가리라는 걸 알지만,
홀로 있을 수 있는 이 시간이 아까워서, 뭐라도 해야겠다며 방을 나와서 노트북을 켠다.
가끔, 아이 없이 남편 없이 혼자 있는 상상을 한다.
낯선 자유로움에 적응을 못하고 헤매려나?
자유를 만끽하며 양껏 즐기려나?
아무튼 혼자 있는 시간만 낼 수 있다면 하고 싶은 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볼까? 내일 하루, 자유시간이 생긴다면?
아침엔 충분히 늦잠을 자고, 남이 만들어주는 브런치를 먹어야지.
팬케익에 아이스크림, 크림치즈 듬뿍 바른 베이글에 커피 한 잔이면 좋을 것 같다.
그다음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의 뼈를 다시 맞춰주는 시원한 마사지를 받고,
잠깐 카페에서 혼자 멍 때리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차 한잔 시켜놓고 책 한 권 펴놓고.
비디오방 같은 데 가서, 궁금했던 영화 라라 랜드를 혼자 집중해서 보면서 뒹굴뒹굴하다가,
근사한 저녁을 먹어야지. 오징어회도 좋을 것 같고, 곱창도 좋고, 우아하게 스테이크도 좋고.
마지막으로 음.. 저녁에는 미스터쇼를 보러 가고 싶다 흐흣
뭐, 하루까지도 필요 없다. 나열한 것 중에 뭐 하나라도 할 수 있으면, 그러면 며칠 동안 기분 좋을 것 같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소망해야 하나.
예전엔, 그냥 쉽게 했었던 일이었는데, 왜 지금은 이렇게 힘든 거지.
이 시간이 아까워 잠들지 못할 정도로.
그러고 보면, 워킹맘의 꿈이란 건 별 거 아닌 거 같다.
워킹맘은 시간이 모자라 동동대는 타임푸어들이니까. 시간을 만들면 된다.
아이들 케어할 시간이 모자라는 것은 내가 번 돈으로 누군가를 고용하던가 해서 해결할 수 있다지만,
나를 위한 시간은 내가 내야만 하는 것이니까. 나 스스로도 준비가 필요하다.
한 번 해보면 안다.
그저 혼자 있는 시간 약간이면 위로가 되고, 기분이 업되고, 꿈꾼 듯 기분 좋아지는 걸.
치열하게 사는 시간 사이사이에 쉼표 같은 시간 약간만 있다면, 다시 뛸 힘을 낼 수 있는 걸.
그러니 잠깐 멈추고, 충전해야겠다. 지금 이 순간은, 나를 위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