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의 두 번째 독주회

by 미선씨

요즘 에드시란의 Perfect라는 곡을 연습하고 있다. 캐럴도 하나 연습하려고 책을 주문해놨다. 12/20일 전까지 열심히 해서 남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정도가 되는 게 목표이다.


12월 20일이 무슨 특별한 날이냐고?

엄마들 7명이 모이는 날이다.

그냥 엄마들이 아니다. 나에겐 아주 특별한 친구들이다.




작년 이맘때였다. 우리는 연말 파티를 계획했다.

그때만 해도 우리는 낯선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같이 모여 서로 얼굴 본 건 두세 번 밖에 없는 사이였으니까.

글쓰기 워킹맘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그냥 그런 사이였다.

다른 모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서로의 꿈을 응원하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만났다는 것.


연말 파티에 대해서, 우리의 글쓰기에 대해서, 버킷리스트에 대해서 얘기하던 우리들의 이야기는

드레스 코드를 추자, 맛있는 걸 먹자, 서로에게 선물을 하자 등등으로 부풀어 가다가

연말 파티 때 피아노 연주를 해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갔다.(나는 어릴 때 체르니 30번까지 치고, 한동안 쉬다가 작년 초부터 몇 달 동안 피아노를 다시 배우고 있던 참이었다.)


사실 피아노 연주는 내 꿈이었다. 이미 손가락은 굳어져서 피아노 실력은 한계가 있는지라, 그냥 자기만족으로 혼자만 집에서 치곤 했지만, 누군가의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워킹맘 모임 덕에, 꿈을 이룰 기회를 얻었다. 워킹맘들은 마치 진짜 연주회인 듯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줬다.

포스터를 만들어줬고, 드레스를 입고 오라고 했고, 꽃다발을 준비해 줬고, 우리 가족들도 초대해줬다.


연주를 하기로 결정한 순간, 마음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집에서 하는 거지만, 관객은 10명이지만, 나의 독주회다. 나는 연주자다. 진짜 하는 거다! 연습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암보를 할 수 있을까. 곡은 뭘로 선정하지. 선생님한테 자문을 구해야겠다. 드레스는 어떻게 하지. 드레스란 걸 사본적이 없는데? 어디서 어떻게 구해야 하는 거야 잘할 수 있을까? 기한이 있으니 그 날이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는 거다.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지.'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무튼, 후회 없이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너무 흥분하면서 좋아하니까 주변 사람들이 지원해주기 시작했다. 친정부모님은 연주회 전후로 아이를 맡아주기로 하셨고, 남편은 시도 때도 없이 연습하고 있는 내 모습에 어이없어하면서도 응원해줬다. 아이는 인터넷 드레스 쇼핑에 의견을 보태줬고, 피아노 학원 선생님은 선곡과 레슨에 심혈을 기울여 주셨다.


그렇게 준비한 한 달여, 드디어 미선씨만의 연주회를 하는 날이 왔다. 그간 최선을 다해 연습했고, 그게 최선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일까. 의외로 정작 당일은 굉장히 평온했다.

등이 푹 파인 까만 드레스를 차려입고, 머리와 화장을 곱게 하고, 코트를 둘러 입고 모임 장소로 향했다.

블링블링 드레스 코드를 맞춰 차려입은 관객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포스터가 붙여졌고, 케이크와 꽃다발이 준비됐다. 이제 연주만 남았다.

피아노 앞에 앉아서 혼잣말로 부탁을 했다.

'피아노야, 이제 너랑 나뿐이야. 이번이 마지막 연주야. 잘 부탁해. 틀려도 다시 할 수는 없어. 끝까지 가는 거야. '

정작 연주한 그 시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지나갔다. 옆에서 보던 이의 말에 따르면 손이 무척 떨렸다고 한다. 그렇게, 나의 첫 연주가 마무리되었다.


도와준 모든 이들에게 너무도 감사하다. 감사한 이 친구들이 고맙게도 올해도, 연주회를 해야지 않겠느냐고 얘기해준다. 아직 연주회를 하는 거로 공표되지는 않았지만, 나는 벌써 모임 하는 그 날, 12/20일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모임 장소에 피아노가 없어서, 연주회 방법을 달리 해야 되겠다. 미리 녹화를 한 다음에 모임 장소에서 트는 걸로 하려고 한다. 디지털 연주회인 셈이다. 마음속에 연주곡 리스트도 정했다. 연말 분위기에 맞게 캐럴도 하나 하고, 좀 가벼운 분위기로 가요도 하나 하고, 에드시런의 Perfect도 지금부터 연습하면 할 수 있겠지?

Unique 한 나만의 독주회로 보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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