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다이빙
막연하게, 구름 위에 떨어지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하곤 했다. 구름이 수증기 덩어리라는 건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그냥 바라볼 때 구름은 정말 폭신할 것만 같아서, 만화처럼, 구름 위에서 뛰어보고 싶었다. 그것도 어렵다면, 구름을 만지기라도 해봤으면 하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다.
이번 아프리카 여행 가기 며칠 전에, 우리가 방문하는 곳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할 수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 스카이다이빙 비용도 세계에서 가장 싼 편이라고 했다.
'아, 그래? 하늘에서 뛰어내리면 구름을 만질 수 있을까? 한번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정도로 가볍게 흘려들었다.
아프리카로 향하는 비행기를 28시간 동안 세 번을 갈아타면서, 일출로 반짝이는 구름, 대낮 맑은 하늘에 하얗게 떠있는 구름, 노을로 빨갛게 젖어가는 구름, 밤하늘 별빛과 함께 있는 구름을 모두 구경할 수 있었다. 황홀할 정도로 예뻤다. 사진기에 담을 수 없는 게 너무나도 안타까워서 눈으로만, 마음으로만 담았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동안, 한 번쯤 구름을 만지고 싶다는 소망이, 다시 솟아올랐다.
아프리카 여행은 매일매일 구경할 것도 많고, 액티비티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루하루가 금방 지나가더니, 어느덧 스카이다이빙 클럽이 있는 스바코프문트로 넘어가는 날이 다음날로 다가왔다. 이젠 진짜로 스카이다이빙을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정작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두근두근하다.
'할까? 말까? 굳이 해봐야 뭐 별거 있을까? 여기까지 와서, 지금 아니면 못할 텐데... 정작 저 위에서 떨어진다니 너무 무섭잖아! 그래도 혼자 하는 거 아니고 같이 뛰는 거니까 할 수 있지 않을까?'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스바코프문트에 도착할 때까지도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일단, 스카이다이빙 클럽에 가 보기로 했다. 예약도 않고 덥석 간 거라서 혹시 못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클럽 직원은 So cool하게 3시간 있다가 오면 할 수 있다면서, 이따가 시간 맞춰서 오란다. 알았다고 말하고 일단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가면서 생각해보니, 그냥 오라는 말만 들었을 뿐, 전화번호도 적어놓지도 받아오지도 않았고, 가격이 얼마인지도 안 물어봤다. 영어가 짧기도 했지만 이제 진짜 하는 거라는 생각에 이것저것 더 물어볼 생각조차 못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해, 안 가도 그만인 거다. '어쩌지, 갈까, 말까. ' 또 고민 시작이다.
에라 모르겠다. 이번이 아니면 언제 하겠나. 해보는 거다. 마음을 먹고 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다시 찾아간 스카이다이버클럽. 요금을 내고, 사인 몇 개를 하니 다짜고짜 벨트 여러 개로 구성된 끈을 채운다. 진짜 하는 거다! 하늘에서 어떤 자세를 해야 하는지 간단히 교육을 받고, 비행기로 향한다.
벨트 채워진 이후부터는 사실 거의 끌려다니다시피 해서,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간 것 같다. 비행기 안에 몸을 구겨 넣어 6명이 같이 탔고, 비행기가 하늘로 올라갔고, 앞의 4명이 먼저 내려간 후, 나는 내 버디에 줄 4개로 엮인 채로 버디와 함께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그 순간이 제일 무서웠다. 이제부터는 중력을 온몸으로 느끼겠구나. 이거 나 혼자서는 못 떨어지겠는걸? 진짜 떨어지는 거야? 저렇게 아무것도 없이 비행기에서 그냥 뚝 떨어지는 거야?? 어버버버... 하는 순간 나도 떨어졌다.
얼굴 살이 마구 밀릴 정도의 중력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한참을 떨어졌다. 그렇게 몇십 초간 하늘을 날았다. 이렇게 계속 떨어지다 낙하산 안 펴지는 거 아닌가? 걱정이 들 때쯤 낙하산을 펴고, 이제는 바람을 타고 주위를 둘러본다. 바다와 사막이 맞닿은 마을이 예쁘다. 이 뷰는 여기에서만 볼 수 있는 거겠지. 그렇게 생애 단 한 번뿐인, 소중하고 긴장되고 비싼 1분의 경험을 했다.
이렇게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를 지운다.
하늘을 나는 경험 그 자체도 짜릿하고 인상 깊었지만, 스카이다이빙을 할지 말지 결정하고, 마음먹은 걸 겁도 없이 실행한 게 더 큰 경험으로 남을 것 같다. 이제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못할 게 뭐가 있겠어, 만 오천 피트 상공에서 스카이다이빙도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