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군 Jul 21. 2020

영화 #살아있다 리뷰 원작 웹툰 쿠키영상 없음

장르영화인데 장르를 못 살린 영화.

살아남아야 한다.

살고 싶으니까 지금 살아있는 거예요.

아, 살아계시네요. 반갑습니다.

나이 먹으면 잘 숨어.








장르영화인데 장르를 못 살린 영화.

어느날 갑자기 사람들이 난폭해지고 다른 사람을 먹는 식인을 하기 시작한다. 감염자에게 물리면 수 분 내에 똑같이 폭력적인 성향을 지니면서 또 다른 비감염자를 찾아 길거리를 배회한다. 부모님과 누나가 외출하던 날 집에 혼자 있던 주인공 '오준우(유아인)'는 연락이 안되는 부모님의 전화를 기다리며 아파트 바깥의 상황을 보면서 하루하루 버텨낸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집 바로 앞에 살고 있는 여자, '김유빈(박신혜)'과 함께 생존을 위해 감염자들과 사투를 벌인다는 이야기.




영화 #살아있다 는 21세기 고립형 인간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는 영화는 아니고 좀비라는 소재로 아파트에 갇히게 된 두 남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마 지금까지 제작된 좀비 소재의 드라마나 영화들의 3분의 1 수준의 작품들이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됐는지 제대로 밝히지 않은채 진행되는데 영화 살아있다도 마찬가지로 바이러스의 정체나 감염경로 등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아파트에 살고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터넷과 전화, 물 등이 끊겨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주인공 오준우는 영화의 캐치프레이즈인 '21세기형 생존방식'에 능한 인물인데 의외로 신박한 아이템 같은건 등장하지 않는다. 게임 방송을 주로 하는 유튜버인 오준우는 인터넷에 올릴 생존 영상을 찍지만 인터넷이 끊겨, 올릴데가 없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SNS의 생존신고도 유효하지 않다. 그나마 드론을 띄워서 김유빈을 쫓아 아파트를 기어올라가는 좀비에게 드론 날개로 상처를 입히거나 통신채널을 찾기위해 스마트폰을 드론에 달아, 날려보내는게 전부. 초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오준우의 생존방식은 이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그와는 반대로 과거에 등반을 했던 이력이 있는 여주인공 김유빈은 아날로그방식의 생존전략을 보여준다. 날짜에 맞춰 물통에 선을 그어놓고 마시고 망원경과 로프를 이용해 좀비 사태를 대처한다. 그리고 오준우가 건네준 무전기 또한 잘 다룬다. 극한의 상황에서 극과 극의 성향을 지닌 주인공들이 힘을 합친다는 내용은 얼핏보면 그럴싸하지만 설정구멍이 상당히 많이 존재하는 영화라서 유아인의 팬이나 박신혜의 팬이 아니라면 영화 결말에 가서 실소를 금치 못하게 되니 주의가 필요하다.





영화 살아있다의 개연성 부족.
설정만 참신하고 나머지는 죄다 허접하다.


오준우는 바이러스 사태가 터진 직후 냉장고로 현관문을 막아둔다. 하지만 굉장한 거구의 좀비가 문과 냉장고를 날려버리고 집에 침입한다. 밖에서 당겨서 여는 문을 뚱땡이 좀비는 어떻게 뚫고 들어왔을까. 씬이 넘어간 다음 오준우 집의 문은 데미지 하나 없다. 영화 후반에도 등장하지만 살아있다에 나오는 좀비들은 문을 열줄알고 아주 가느다란 줄을 잡고 아파트는 90도로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기본적인 지능(?)은 탑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태를 설명하는 TV뉴스에서도 굳이 '감염되기 전의 행동을 반복하는 성향이 있다' 라고 읊조린다. 뚱땡이 좀비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소방관 좀비는 거의 사람에 가까운 기술로 벽을 타는데 이것도 뭐 영화상 설정이라고 하니까 그러려니 한다. 비단 인구가 밀집되어있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감염자들이 확산되었다고 하는데 밤에 주인공 오준우가 폭격을 받는 반대쪽 도심을 바라보는 씬이 나온다. 제작진이 cg로 지우는 걸 깜빡했는지 다리부분엔 정상속도로 주행하는 차들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마치 오준우네 아파트 단지에서만 좀비 사태가 벌어진 것 처럼. 만약 그런거라면 백보 양보해서 다리위의 이동중인 차들은 말이 되지만 그쪽 도심도 좀비 때문에 작살이 나서 전투기로 폭격중인데 설정오류가 확실하다. 그리고 8층으로 진입한 뒤 어떤 아저씨를 만나고 나와서 뜬금없이 마트용 카트로 좀비 수십마리를 좁은 아파트 복도에서 밀어내는데, 오준우는 평소에 근력운동을 상당히 많이 하나보다. 그리고 가장 어이없었던 살아있다 결말부분. 구조헬기를 찾기위해 아파트 옥상으로 간 오준우와 김유빈은 사방을 둘러봐도 헬기를 보거나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를 듣지 못하는데 좀비들이 두 사람을 먹어치우기 직전에 주인공들 뒤로 수직 상승하는 헬기가 갑자기 나타난다. 군인들이 타고있는 헬기가 무슨 수직이착륙을 하는 최신형 전투기도 아니고... 영화의 극적인 연출을 위해 무리수를 던진건 알겠지만 상당한 설정오류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예전에 등반하다 추락한 경험이 있다는 여주인공 김유빈은 의외로 별다른 두려움 없이 자신의 집에서 탈출하게 되고 그 전에 집안에 있던 좀비 한 마리는 가족인지 이웃인지 제대로된 설명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8층에 사는 아저씨를 찾아갔을 때, 준우-유빈, 그리고 아저씨도 같은 페트병의 물을 따라 마셨는데 두 주인공은 기절해 버리고 아저씨는 멀쩡하다. '아저씨(전배수 / 마스크남 역)'의 몸에 수면제 내성이 있나보다. 영화 중간에 김유빈이 베란다 쪽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 오준우에게 다가가려는 장면이 나오는데 조그마한 아가씨를 좀비들이 술래잡기라도 하듯 상당히 살랑살랑 거리면서 쫓는데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그 모습을 자기네 집에서 본 오준우는 부리나케 김유빈을 도우러 아파트 지상 주차장 쪽으로 돌진하는데 꽤나 빨리 도착한 걸 보니 김유빈처럼 베란다 쪽으로 뛰어내려서 왔나보다.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타면 좀비를 처리해야 하느라 조금 늦게 도착했을텐데.




물론 장르영화의 특성상 이런저런걸 따지면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이지만 영화 살아있다의 강점은 눈을 씻고봐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게 흠이다. 좀비들로 인해 미증유의 사태 앞에 뭘 어떻게 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것고 아니고 8층 아저씨와 부인의 에피소드는 그저 수많은 좀비 영화에서 지겨울 정도로 많이 봐왔던 클리셰일 뿐이다. 두 주인공이 생존을 위해 무전 통신을 하며 짜파구리를 끓여먹는 장면이 인상깊은 고딴 영화다. 영화 초반에 감염 사태가 벌어지고 오준우 혼자 진라면 CF를 본 다음에 마지막 남은 최후의 만찬인 진라면 컵라면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 역시 영화 살아있다를 보고 나와서 진라면 컵라면을 먹게됐다. 영화가 아니라 한 편의 라면 광고를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아날로그를 사랑하지만 애플의 아이패드를 애용하는 유빈이...



영화 살아있다는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아무 내용도 없는 얘기다. 제목 그대로 두 주인공이 살아남는 영화다. 좀비영화치고 딱히 위급하다고 느끼는 장면은 거의 없고 오준우와 김유빈이 좀비들에게 잡아먹힐 것 같은 장면들은 상당히 힘을 덜 들이고 빠져나온다. 원래 좀비 영화들은 주인공들이 아슬아슬하게 좀비에게 잡힐듯 말듯, 먹힐듯 말듯 하는 그런 장면들이 많아야하는데 영화 살아있다는 소재와 공간의 특수성에만 전력투구를 했던지라 긴장감이라곤 1도 느껴지지 않는 좀비영화 되시겠다. 물론 오준우가 옆집남자의 집에 들어갔을 땐 관객을 놀래키려고 사운드 증폭 효과도 우겨넣은터라 깜짝 놀랄 수 있기는 하다. 근데 옆집 남자도 하필히면 취미가 등반. 우연에 기대는 플롯에 설정오류 범벅에 디지털 세대의 장점도 그닥 효과적이지 않고 총체적 난국같은 영화다.




+

영화 살아있다의 쿠키영상은 없다.

++

영화 살아있다의 원작이나 웹툰은 존재하지 않는, 순수창작물이다. 하지만 각본을 맷 네일러라는 시나리오 작가가 썼다. 원작 제목은 'alone'. 미국에서도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를 제작중이라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야구소녀 리뷰 실화 쿠키영상 없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