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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Sep 29. 2016

미생

미생이 끝났다.


'응답하라 1997' 로부터 시작됐던 케이블tv 드라마 열풍은 같은 맥락을 이어온 '응답하라 1994' 까지 이어졌다.
hot-젝스키스로 대변되는 1세대 아이돌 시대를 실시간으로 살아온 나로선 아이돌 자체에 거부감이 많은 성격이라 응칠보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왔던 응사에 그나마 조금 관심이 있었는데, 딱히 드라마를 챙겨보는 버릇은 어릴적 부터 없었어서 해당 영상을 기사로만 보곤 했다.


미생도 처음엔 별 관심이 없었다. 윤태호 작가가 웹툰으로 한창 연재를 하던 시기에도 별로 공감가는 내용도 없었고, 항상 회사에 치여 사는 '슈퍼 을' 의 입장이라 굳이 웹툰에서도 회사 생활을 봐야 하나 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흥행을 하던 말던 관심이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 장미여관이 부른 미생의 ost, '로망' 을 듣게 되었고 심심하던 차에 1화를 다운 받아 보게 되었는데,
정말 미친듯이 재미있는거다.


원작은 안봤으니 모르겠고 각 배우들의 명연기 덕분에 더 빠져들어 봤던 기억이다.



아이돌 가수로 시작해 영화 '변호인' 이후 고른게 이 드라마였던 장그래 역 임시완도 그렇고



알게 모르게 이곳 저곳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던 오과장-오차장 역의 이성민 아찌도 참 잘했다.



다른 배우는 절대 상상 하지 못할 메소드 연기가 정말 ㅎㄷㄷ..
(김대리, 장백기, 한석율 역시!)


그리고 무엇보다 안영이 역 강소라의 재발견!!



영화 써니 때 슬쩍 스치더니 미생에서 도약했다. 어서 정점을 찍었으면..

모 시상식에서 저렴한 원피스로 시선을 모았던 신입사원 안영이.jpg


드라마 자체가 잘 되서 여기 등장한 배우들도 인기가 치솟고 있고 이미 완결이 난 책 조차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2014년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고...).
-나도 샀다-


이 드라마의 인기요인은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원작의 대사를 토씨 하나도 안틀리고 차용한 대사, 그리고 드라마 성질에 맞게 아주 잘 각색한 대본에 있다.
(원작에서 장그래를 제외한 모든 신입들은 비중이 거의 없고, 안영이는 상사들을 쥐락펴락하는 슈퍼신인으로, 장백기는 안경 쓴 눈이 점모양에 두터운 입술을 가진 전형적인 학구파로, 모두들 첫 등장부터 계약직 사원 장그래의 편에 서서 그를 항시 돕는 역할로만 등장한다)



아래는 드라마에 쓰인 대사들이다.















질과 양이 다른 새빠시 신상





성취동기가 강한 사람은 토네이도 같아서
주변을 힘들게 하거나 피해를 주지
하지만 그 중심은 고요하잖아
중심을 차지해





예고편만 보고 극장 나갈거야?
불판이 달았으면 고기를 구워야지




네가 이루고 싶은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데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 한 후에 복구가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 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네 고민을 충분히
견뎌 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도구 밖에 안돼


스스로를 드러내고
돋보이고 싶은 의욕이 앞서면
조급해 지는 법이죠




위험한 곳을 과감하게 뛰어드는 것만이
용기가 아니다 뛰어들고 싶은 유혹이 강렬한 것을 외면하고 묵묵히 나의 길을 가는 것도 용기다





순류의 역류를 일으킬때 즉각 반응하는 것은 어리석다 상대가 역류를 일으켰을 때
나의 순류를 유지하는 것은
상대의 처지에서 보면 역류가 된다
그러니 나의 흐름을 흔들림 없이 견지 하는
자세야 말로 최고의 방어 수단이자
공격 수단이 되는 것 이다





어쩌면 우린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죽을 때 까지 다가오는 문만 열어가면서
살아가는게 아닐까 싶어




보이는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보여지고 싶어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세상
사람들은 왜 자기를 고백할까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과정이 전부야
결과는 우리 손 안에 있는게 아니야
결과까지 서너개 넣으려다 보니까
무리수를 두는 거야




잘못을 추궁할 때 조심해야 할 게 있어
사람을 미워하면 안돼
잘못이 가려지니까
잘못을 보려면 인간을 치워버려
그래야 추궁하고 솔직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전직 깊숙이에 뛰어들 때는
이쪽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
실수를 먼저 하는 쪽이 지게 되어있다

신물경속
경솔하게 서둘러서는 안된다

일단 전진하면 실패의 여지를 없애야 한다

결과는 확연하다
상대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이기든 지든
두고 싶은 수는 두어지게 마련이다

하나의 수는 그 직전의 수가 원인이 된다
지금 이 수가 왜 놓여졌는지 이해 하려면
그 전의 수를 봐야 한다
상대가 반발하는 것을 이해 하려면
지금까지의 수 중에서 무엇이 아팠는지
알아야 한다

모든 균열은 내부의 조건이 완성시키기 마련이다






정말 안타깝고 아쉽게도
반집으로 바둑을 지게되면
이 많은 수들이 다 뭐였나 싶었다
작은 사활다툼에서 이겨봤자
기어이 패싸움을 이겨봤자
결국 지게 된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하지만 반집으로라도 이겨보면
다른 세상이 보인다
이 반집에 승부가 가능하기에
상대의 집에 대항해 살아 준 돌들이 고맙고
조금씩이라도 삭감해 들어간
한 수 한 수가 귀하기만 하다

순간 순간의 성실한 최선이
반집의 승리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순간을 놓친다는 건
전체를 잃고 패배하는 걸 의미한다





허겁지겁 퇴근하지 말고
한번 더 내 자리를 뒤 돌아 봐
그럼 실수를 줄일 수 있을거야






사람이 왜 게임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는 줄 알아? 게임을 하니까 빠지는거야
일 하러 와서 게임이나 하고 있다가는
자네부터 게임에 빠질거야







네 바둑이 늘지 않는 이유를 말해줄까?
너무 규칙과 사례에 얽매여 있어
당연히 수는 연구해야 하고
제대로 학습해야 하지만
불변의 진리를 어긴다면
바둑이 그 오랜 세월을 살아남을 수 있었겠니?

격식을 깨야한다
파격
격식을 깨지 않으면 고수가 될 수 없어





100% 못하겠어?
그럼 오버하지 말고 80%만 해
신입이 120% 할려는 만큼
팀을 위험하게 하는게 없어






우린 틀 안에서 요소를 찾으려고 했는데
장그래는 틀 자체를 생각 하지 않았다
목적에만 100% 집중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팀의 존폐 여부, 균열, 누군가의 체면,
그런 것들이 만든 틀 말고,
이 일이 되야 하는 순수한 목적에만 집중해봐
갈 수 있는 길인지 아닌지




기초가 없으면 계단을 오를 수 없다
기초없이 이룬 성취는 단계를 오르는게 아니라
성취후 다시 바닥으로 돌아가게 된다




기억력이 있다는 것은 훌륭한 것이다
그러나 진정 위대함은
잊는데 있다고 했다
잊을 수 있는건
이미 상처가 아니다





돌을 잃어도 게임은 계속 된다





시련은 셀프







취해라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게 거기에 있다
그것이 유일한 문제다
당신의 어깨를 무너지게 하여
당신을 땅 쪽으로 꼬부라지게 하는
가증스러운 시간의 무게를 느끼지 않기 위해서
당신은 쉴 새 없이 취해 있어야 한다
그러니 무엇에 취한다?
술이든 시든 덕이든
그 어느것이든 당신 마음대로다
그러나 어쨌든 취해라
그리고 때때로 궁궐의 계단 위에서
도란가의 초록색 풀 위에서
혹은 당신 방의 음울한 고독 가운데서
당신이 깨어나게 되고
취기가 감소 되거나 사라져 버리거든
물어 보아라
바람이든 물결이든 별이든 새든 시계든
지나가는 모든 것
슬퍼하는 모든 것
달려가는 모든 것
노래하는 모든 것
말하는 모든 것에게 지금 몇시 인가를
그러면 바람도 물결도 별도 새도 시계도
당신에게 대답할 것이다

이제 취할 시간이다






살면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 질 수 있어
파리 뒤를 쫓으면은 변소 주변이나 어슬렁 거릴거고
꿀벌 뒤를 쫓으면은 꽃밭를 함께 거닐게 된다잖아







내게 좋은 수는
상대방에게도 좋은 수가 될 수 있다







그렇다
삶은 가끔 짖궃은 퀴즈를 던져
내내 속수무책으로 만들다가
엉뚱한 곳에 힌트를 놔두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얻은 해답이
모두 정답이라는 보장은 없다










한 사람 병신 만드는건 순식간이면서
제대로 보는건 왜이렇게 인색하고 어려워?





니 마음 속에서 이제 퇴근 하고 싶은데
자꾸 야근을 하게 되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갈래 길이 있어
나는 사람이 덜 다닌 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을 이처럼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라고






꿈을 잊었다고 꿈이 꿈이 아니게 되는건 아니라는 거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길이 길이 아닌건 아니라는 거









희망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에 난 길과 같다
지상에는 원래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길이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주옥같은 대사들이 많아서 시청하는 와중에 받아 적은 것들이다.


웹툰도 드라마도 벌써 시즌2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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