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군 Oct 03. 2016

서태지 6집 앨범리뷰

서태지

all composed, arranged, lyrics, performed, vocal, produced by tai ji

scratch babu
recording engineer tai ji, jason robert
mixing engineer jason robert

art direction, design, '&' concept by jun sang-il (junsigong)
second designer o seung-wook (junsigong)
corywriter chae song-a



1. 아이템
2. 탱크
3. 오렌지
4. 인터넷 전쟁
5. 표절
6. 대경성
7. 레고
8. 울트라맨이야
9. ㄱ나니?
hidden track 너에게 (rock ver.)



서태지와 아이들 은퇴이후, 그 어떤 공식 활동 없이 프로모션을 진행했던 솔로 1집으로 1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린 뒤, 2년 후 확실한 컴백을 성공적으로 마쳤던 서태지의 두번째 솔로 앨범이자 통산 여섯번째 앨범.

전작에서 보여줬던 락음악의 여러 표본들은 그를 지지하는 소위 매니아라 불리우는 서태지의 팬들을 본격적인 락음악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의도적으로 지운 가사나 잘 들리지 않아 가사를 혼동하기 쉬웠던 보컬이 감상에 방해가 됐지만 그것역시 '한 곡' 으로 표현해 내는 서태지의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모호한 음악과, 역시 모호한 뮤직비디오 만으로 솔로 1집 활동을 끝마쳤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 가요계는 서태지에게 좌지우지 됐었던 기억이다. 


그런 그가 직접 국내로 들어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된 앨범이 본 앨범이다. 앨범을 꽉 채운 하드한 뉴메틀 사운드는 락음악의 본거지(?)인 미국에서 그당시에 꽤 유명세를 타던 장르였다. 그저 여리고 순수해보이는 왕자님 같은 서태지가 헤어스타일도 새로 들고나온 음악에 맞게 붉게 물들인채, 격한 사운드에 헤드뱅잉을 하는 모습은 팬들에게도 그대로 전이되어, 많은 서태지 매니아들이 그의 패션을 모방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음악적 성과에 있어,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듯한 서태지는, 전작처럼 본 앨범의 전 과정을 혼자 완성해 내는 능력을 보여주는데, 드럼 사운드만은 다른 드러머가 먼저 녹음한 사운드를 가지고 컴퓨터로 짜집기 해 완성했다고 한다. 언젠가부터 곡을 작업하면서 해체와 조립을 해가는 듯한 서태지식의 작사-작곡 방법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본 앨범의 또다른 감상 포인트는 이제껏 발표했던 서태지의 음악들에겐 없었던, 소절과 소절사이의 '숨소리' 를 일부러 표현해 냈다는 점이다. 초기의 곡들만 빼고 서태지가 지금껏 발표했던 노래들은 거의 모두가 '들숨' 이 들리지 않는다. 그건 바로 앞에서도 말한것 처럼 서태지 특유의 곡 완성법 되겠다. 하지만 여지껏 해온것 처럼 '숨소리' 를 숨기지 않은 이유는, 곡의 거친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서 라고 짐짓 판단해 본다. 일례로 본 앨범의 프로모션이 모두 끝난 후에 발표됐던, 본 앨범의 '리-마스터링' 앨범에서는 컴퓨터로 찍어낸 드럼 사운드와 비교적 깔끔하게 정돈된 기타-베이스 사운드가 뉴메틀의 '거친'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었는지, '서태지 밴드' 의 멤버들이 직접 연주-녹음한 음악들이 굉장히 증폭된 채로 들어가 있다. 솔로 1집 수록곡이었던 'take one' 의 뮤직비디오에서 처럼 우주에서 이제 막 지구로 귀환한듯한 이미지의 재킷들과, 본 앨범의 컴백 공연때 무대 바닥에서 튀어나오던 붉은 레게머리의 서태지가 아직도 기억이 나는 앨범.



아이템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인트로 형식의 짧은 브릿지 곡. 일렉트릭 기타 두대와 베이스 기타만으로 사운드를 채웠다.

탱크
본 앨범의 본격적인 첫 곡.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가제가 'tv' 란다. 한 시대를 대표했던 뮤지션이 그당시 자신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었던 한 매체에 대해 끝없이 분노하는 가사들이 압권. 곡 앞-뒤로 등장하는 기묘한 기타 사운드에서 영어 가사(video alters quickeared auditors / only pick on video or internet)가 들리는 듯한 느낌이 독특하다. 서태지가 활동할 당시 그의 전작들 답지 않게 과격했던 가사 때문에 비프음이 들어간채 방송을 탔던 기억이 있다.

오렌지
한국 힙합음악에도 한몫을 해냈던 서태지 답게 촌철살인의 라임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곡. 본 곡도 좋지만 라이브때 랩퍼 마스타 우와 함께 약간 힙합느낌이 짙게 편곡한 곡이 더 멋지다.

인터넷 전쟁
지금들어도 여전히 현재의 세태와 잘 맞아떨어지는 가사가 훌륭한 곡. 급하게 밟아대는 드럼의 킥 또한 예술이다. 연예인들은 네티즌들이 매달아놓은 악플에 목 메 죽는 현실이고 서로를 향해 지칠 줄 모르고 끝없이 마녀사냥을 해대는 작태는 끝날 줄을 모른다. 늘어지는 브릿지를 지나 후반부의 급변하는 엔딩이 눈에 띈다. 뮤직비디오 또한 가사에 맞게 충격적으로 제작해 주목을 받았던 곡.

표절
샘플러에 들어있는 사운드를 그대로 앨범에 실으며 제목 또한 '표절' 로 지은 곡. 서태지가 새 앨범을 발표할때마다 불거져나오는 표절시비에 대해 대놓고 비아냥 거리는 듯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대경성
대한민국 인구의 1/5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의 작태를 곱씹은 곡. 아주 짧은 가사와 긴 연주만으로 체제에 대항하는 곡을 멋지게 써냈다. 훗날 일본에 내 놓은 맥시싱글에서는 'feel the soul' 로 리-레코딩 되어 뮤직비디오까지 제작된 곡이다.

레고
기타음 하나로 시작되어 곡이 진행될 수록 점차 다른 악기들의 사운드가 뭉쳐지는 짧은 브릿지 곡.

울트라맨이야
본 앨범의 첫번째 타이틀 곡. 평소 말장난을 좋아하는 서태지 답게 일본 특촬물 캐릭터 '울트라 맨' 과 훗날 자신을 지지하는 팬들의 명사가 되어버린 '매니아' 를 합성한 듯한 제목과 가사들이 눈에 띄는 곡이다. 브릿지로 쓰인 부분의 댄서블한 느낌과 전체적으로 과격한 사운드 뒤, hook 부분의 멜로디컬함은 곡 자체를 묘한 느낌으로 만들어버렸다.

ㄱ나니?
컴백후 긴 여정의 종착역이었던 '태지의 화' 콘서트때 등장했던, 부모가 아이를 학대하는 영상을 기억해보면 곡의 가사나 분위기가 그것에 딱 맞아 떨어지는것 같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서태지 본인과 팬들의 관계를 노래한 곡 같기도 한, 독특한 곡이다. hook 이 처음 등장할때 폭발하는 듯한 사운드가 매력.

hidden track 너에게 (rock ver.)
앞 곡, ㄱ나니? 의 뒤켠에 숨어있는 곡. 서태지와 아이들 2집에 수록됐었던 '너에게' 를 락킹한 사운드 위에 표현한 곡이다. 곡의 후렴구를 울부짖듯이 녹음한 부분이 포인트.



어쨌든 이 앨범 한장으로 서태지는 아주 성공적으로 복귀식을 마쳤었다. 90년대의 문화 아이콘이 새 천년으로 넘어오면서 시도한 '변화' 는 결국, 90년대 그의 음악 속에 늘 숨어있던 락사운드를 전면에 배치하면서, 함께하는 멤버 역시 음악에 맞게 밴드형식으로 새로 꾸린 모양새였다. 댄스그룹으로 데뷔한 이력을 살펴보면 약간은 의아하긴 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 이전에 전설의 밴드 '시나위' 의 베이시스트로 몸담았던 그를 기억해 보면 그리 억지스러운 일은 아닐거다. 한간엔 락음악을 한다는 그에게 '변절자', '문화 사기꾼' 이라며 '서태지-안티' 임을 자청하는 웃기도 힘든 집단들이 등장하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뭐하니? 아무튼, 한결같이 그를 배신하지 않을거라 약속하던 팬들은 이 앨범 이후부터 '매니아' 로 이름이 바뀌어 버렸고, 소위 '의식있는 팬덤' 을 2010년 지금까지 계속 이행하고 있는 중이다. 서태지의 독특한 행보가 시작됐던 그의 6집 앨범이었다.


추천곡
대경성, 인터넷 전쟁, 오렌지, 표절, hidden track 너에게 (rock ver.).





레게머리에 상응하는 시뻘건 케이스를 자랑하는 본작.jpg


뭔가 불교적 색채마저 느껴진다.


앨범을 까보면 더함.


ㅇㅇ.


적작 take one에 이어 지구로 귀환하는 느낌의 이미지다. 처음 이걸 보고 얼마나 지렸었는지..

매거진의 이전글 씨비매스 2집 앨범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