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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03. 2016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1집 앨범리뷰

고질적 신파

노래 조까를로쓰
코러스 조까를로쓰, 나리수, 맘몽드 외 관악구 주민 일동
어쿠스틱기타 조까를로쓰, 박종혁(5번 일부분)
퍼커션 및 드럼 유미
베이스 까르푸황
멜로디온 후르츠김, 김간지(5번)
키보드 후르츠김, 나리수(10번)
일렉트릭기타 제임스해머링(13번)
테레민 나리수(4번)
랩 김간지(5번, 13번)
트럼펫 윤준식(1번, 9번)

제작투자 곰사장(붕가붕가레코드)
제작총지휘 조까를로쓰(어리굴써라운드)
감독 조까를로쓰, 나잠 수
작사 · 작곡 조까를로쓰 (2번-이요섭 원곡 인용)
편곡 조까를로쓰, 나잠 수,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녹음 나잠 수 (쑥고개213스튜디오), 김대성, 이태섭 (톤스튜디오. 3, 6, 8번 드럼 및 트럼펫)
믹싱 나잠 수 (쑥고개213스튜디오)
마스터링 nano(lo-fi house)
디자인프로덕션 · 작화 조작까
디자인편집 지나
배급 송대현
마케팅 양준혁
매니지먼트 강명진
특수효과음 어리굴특수효과팀
무드조명 나잠 수
급식 신림봉청식당연합

1. 원더기예단
2. 악어떼
3. 마도로스k의 모험
4. 싸이보그여중생 z
5. 석봉아
6. 수지수지
7. 미소녀대리운전
8. 이발사데니얼
9. 몸소 따발총을 잡으시고
10. 독수리
11. 불행히도 삶은 계속되었다
12. 시실리아
13. 석봉아 (열정 version)

대한민국 인디 음악계의 풍운아. 초(超) 마초 사운드와 키치적 이미지 메이킹의 끝을 보여주는, '불나방쏘세지클럽(이하 불쏘클)'의 첫번째 정규 앨범.

이 앨범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 시작은 옛날 옛적(?), m.net 에서 야심차게 실행했던 'take 1' 의 말미에 슬쩍 등장했던 이들의 모습을 목격했을때 부터. 장기하(그땐 '얼굴들' 이 아니었음)의 뒤를 이어 등장했었는데, 통기타와 멜로디언을 들쳐메고 문제의 명곡 '시실리아' 를 부르며 곡 가사(함께 가줘요 롯데리아, 불고기 버거 내가 쏘리라)에도 나와있는 '롯데리아' 로 들어가, 한바탕 흥겨운 라이브 무대를 끝마치고 나오는게 컨셉이었는데, 그걸 봤을때 머리를 '땡~' 하고 울리는 뭔가가 있었다.

이들은 그런게 있었다. 딱 봐도 접착제로 붙인게 티가나는 웃긴 콧수염과 더불어, '저게 노래 가사야?' 라고 되뇌이게 되는 노랫말들.. 그리고 곡을 제대로 완청하고 나면 계속 반복해서 듣고싶어 지게 하는 '끝내주는 멜로디컬 함' 과, 곡 제목과 가사에서 오버랩되는 가볍지만 심금을 울리는 묘한 중독성까지.. 멤버 구성이라던지 밴드 포지션을 봐도 딱 대충 이래저래 하다가 모인 사람들이라는걸 한눈에 알 수 있지만, 불쏘클이 발하는 오라는 지금껏 그 어느 밴드에서 볼 수 없던 것이었다.

밴드의 리더이자 헤드라이너(!)인 조까를로쓰의 만행을 보면 이들의 분위기가 왜 범상치 않은지 알 수 있다. 그는 우연찮게도(!) 같은 소속사가 된 '장기하와 얼굴들' 의 리더, 장기하가 지니고 있는 작사-작곡 법에 반대되는 방법으로 곡을 쓴다. 우선 우리나라 록씬의 전설이 된 '산울림' 의 그것을 그대로 차용하여 작사를 먼저 하고 그 위에 멜로디를 입히는 식을 따르는 장기하에 반해, 조까를로쓰는 제대로된, 귀에 촥촥 감기는 '훅(hook)' 을 먼저 떠올린 뒤, 그림을 그리며 나머지 가사를 완성해 간다. 참으로 기이한 짓이 아닐까 싶지만, 그 그림들로 전시회에 참가하고 앨범 재킷 이미지등을 스스로 소화해 내는걸 보면(위에 적힌 '조작까' 가 그양반) 장난만은 아닌듯 하다. 어떻게 보면 참 바보짓 같고 어떻게 보면 멋있어 보이기도 하는 불쏘클의 존재에 나도 한동안 빠져들게 되어, 그들 특유의 콧수염을 만들뻔도 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그들의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됐다.

원더기예단
앨범을 여는 첫 곡. 곡 제목에서 불러일으키는 '오호- 원더걸스 디스곡인가?' 하는 말장난은 기우. 서커스단에서나 볼 수 있는 '원더기예단' 의 한 여성을 노래한 슬픈 곡이다. 미래가 없는 곡예단의 암담한 현실이 구슬픈 가락과 아주 잘 어우러졌다. 오프닝의 어수룩한 공간감이 첫 곡 치고 임팩트가 없는거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불쏘클이기에 매력이다.

악어떼
진작에 발표됐었던 불쏘클의 첫번째 싱글 앨범, '악어떼' 에도 실려있는 곡. 동명의 동요를 십분 차용한 곡이지만, 요즘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동질감(위로가 아니라..)을 건네는 오묘한 가사가 일품이다.

마도로스k의 모험
조까를로쓰의 말을 빌리면, 소싯적 tv에서 방영됐던 동명의 만화영화를 차용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건 모르겠고 어쿠스틱기타로 제목처럼 신명나게 달리는듯한 분위기가 압권인 곡이다. 엔딩의 가사 '마도로스k의 계속되는 모험이야기는 다음 이시간에~' 는 (별거 아니지만)내심 파트 2를 기대하게 만든다.

싸이보그여중생 z
자연스레 일본의 대표적인 로봇, '마징가 z' 가 떠오르는 제목의 곡이다. 하지만 서슬퍼런 스토리텔링적 구조가 눈부신 곡. 조까를로쓰의 무리한 요구로, 레코딩 스탭들이 되도않는 효과음을 만드느라 진땀을 흘렸다는 후문.

석봉아
앨범의 타이틀 곡. 이른 출근인들의 아침인, '석봉 토스트' 의 cf 를 노리고 만들었다는 후문이 있다. 이 곡을 들으면 왜 불쏘클이 '후크쏭전문밴드' 라는 기묘한 닉네임이 붙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불쏘클 말로는, '육각수(흥보가 기가막혀)' 의 뒤를 잇는 '민속그루브' 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제목이 '석봉아' 라고 해서 한국 전래 동화의 주인공들만 등장하는건 아니다).

수지수지
딱 들어도 '이건 실화야!' 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곡. 리드미컬한 비트 위에 역시 끈적하고도 리드미컬한 창법,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을 다른 남자에게 떠나보내는 애절함과 어이없는 상황설정.. 뭐 그딴것들이 잘 들 맞물려있는 곡이다.

미소녀대리운전
제목만 봐도 발랄할것 같은 느낌의 곡. 역시나 곡도 발랄하다. 드럼 대신 퍼커션을 기용한 재치도 발랄함을 더한다. 제목이 불러일으키는 야릇한 가사를 기대했다면 당신은 변태. 앞서 나온 곡, '악어떼' 와 함께 '악어떼' 싱글 앨범에 수록.

이발사데니얼
가위질 하는 소리와 둔탁한 드럼 사운드로 시작되는 명 곡. 이발을 해주던 데니얼이 실수로 손님의 귀를 잘랐는데, 단지 걸리적거리기 때문이었다며 "대신 이발비는 내지 않아도 좋다" 는 말을 남긴다. 불쏘클의 정신세계는 요정도다. 몇 안되는 가사가 반복되지만 왠지 '기-승-전-결' 이 있는듯한 곡 전개 덕분에 짧다고 느껴지지는 않는 요상한 곡.

몸소 따발총을 잡으시고
앞서 등장했던 곡, '악어떼', '미소녀대리운전' 과 함께 손에 손잡고 '악어떼' 싱글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곡. 아무리 들어도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는 가사지만, 멜로디가 거의 찬송가느낌이라 웅장함마저 느껴진다. 원곡의 브릿지에 등장했던 '텔레토비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실로폰 사운드' 는 살짝 비틀려서 수록됐지만, 뭐 이건 이거대로 좋다. 무엇보다 일품인건 노래를 할듯 말듯 한 라이브느낌을 아주 제대로 살려낸 것.

독수리
베이스 라인 덕분에 그루브함이 한층 짙어진 곡. 후렴을 노래하는 가성은 조금 오류지만, 곡 말미에 비상하는 독수리 울음소리를 구현해 낸건 멋지다.

불행히도 삶은 계속되었다
인트로 멜로디언의 솔로를 조금만 흘려보내면 곧이어 구성지고 웅장한 사운드가 등장하는 곡. 불쏘클의 매력중 하나인 '스토리텔링' 을 한층 끌어올려 구차한 한 인간의 인생을 노래했다. 왜 제목이 '불행히도 삶은 계속되었다' 인지는 곡 끄트머리에.. 이 곡을 들으면 왜 불쏘클이 '신파' 를 노래하는 밴드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다.

시실리아
불쏘클을 사랑하게끔 만들어준 문제의 곡. 시실리아로 시작해서 롯데리아를 거쳐 후리지아로 끝맺는 라임어택(!!!)은 실로 '끝내준다' 고 말할 수 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건 골방 합주버젼으로 실린 열악한 사운드. 충분히 본 앨범을 대표하는 곡이 될 수도 있었건만..

석봉아 (열정 version)
마치 보너스 트랙인냥 슬쩍 자리잡고 있는 앨범의 마지막 곡. 앞서 나왔던 원곡에 키보드 사운드를 왕창 입힌, 부제 그대로 '열정' 버젼이다. 라이브때만 선보인다던 '랩퍼' 김간지의 가사 풀버젼을 기대했지만, 역시 팬들을 배려하는 눈치라곤 전혀 없는 불쏘클의 매력을 맛볼 수 있는 곡이다.

앨범을 쭉 훑은 뒤의 느낌은 '참으로 대한민국에 두번 다시는 나오지 않을 밴드다(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라는 것이다. 그만큼 이들의 매력을 넘어선 일종의 '마력' 은, 장난이라고 혹은 조잡스럽다고 쉬이 넘길만한 레벨이 아니다. 이런것에 꽂힌 내 귀가 번잡스러운걸 수도 있겠지만..

추천곡
이발사데니얼, 몸소 따발총을 잡으시고, 시실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