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마음속에 차 있는 물의 표면에 닿은 다음,
물과 거의 평행을 이루다가
아주 조금씩 가라앉는듯한 느낌이 들때면
그 어떤 스트레스 해소 방법조차
부질없다는걸 이미 예감할 수 있을 때가 있다.
나락으로 떨어진 다음에야
다시 올라갈 기운이라던지 새로운 다짐이라던지
소위 오기라도 부릴텐데
어설프게 아직 물 위에 둥둥 떠있을 때면
조금은 자학같아 보이긴 해도
계속 계속 떨어지길 기다리거나(내 손으로 밀어 버리거나)
차라리 우울한 마음 따위 다 털어버리고
물 위로 다시 올라가면 된다.
젖어버린 기분은 햇살에 말리면 되니까.
그런걸
눈 살짝 감고 할 수 있을 만큼
나이도 먹었거니와 경험도 많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기분이 어중간하게 물 표면 위를 배회할 때는
누군가의 착각을 진실이라고 믿고 싶게 되고
동생의 문자 메시지 하나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