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군 Oct 12. 2016

십센치 2집 앨범리뷰

2.0

executive producer 10cm
music director kim sunil

all song written by 10cm
kwon jeongyeol & yoon cheoljong

recorded and mixed by m plus recording studio
recording engineer / an taebong
mix engineer / oh hyungseok
assistant engineer / an taebong, seo jinwon, no hwasung
mastered by sonic korea
mastering / cheon hoon

photography & design by sparks edition
a jihye & jang joonoh

the second album title/2.0
twelve songs included "take off all your cover and be naked with sound."



1. 그대와 나
2. fine thank you and you?
3. 한강의 작별
4. 냄새나는 여자
5. 너의 꽃
6. 고추잠자리
7. 오늘밤에
8. 그러니까...
9. 마음
10. 이제.여기서.그만
11. corona
12. 오늘밤에 (clean version)



에로틱 뮤직 듀오, '십센치(10cm)' 의 소포모어 앨범.

본 앨범이 나오기 전에 mbc 무한도전(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에 출연한게 컸다. 역시 공중파라서 그런지 하하와의 달달한 콜라보(앨범에는 실리지 않았던 '찹쌀떡') 는 십센치 공전의 히트곡인 '아메리카노' 의 저력을 위협했었고, 주로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윤철종과 야한 가사와 멜로디를 담당하는 권정열에게 대중이 거는 기대치는 점차 높아만 갔다.

중간 ep 없이 데뷔 앨범(1.0) 을 낸 이듬해에 본 앨범이 나왔다. 전작보다 훨씬 풍성한 악기 구성 덕분에 본격적으로 밴드 사운드를 주조하기 시작했고, 귀에 확 꽂히던 1집의 수록곡들 보다는 멜로디가 강한 곡들이 꽤 저조하지만, 가사가 지닌 힘을 믿는 쪽으로 구도를 그려냈다.

디자인을 맡은 '스팍스 에디션(sparks editon)' 디자인 팀과 십센치간의 상의 하에 여성의 누드를 재킷에 싣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러면 포르노와 다를게 없다는 생각에 이런 디자인을 지닌 앨범이 탄생했다. 여성의 여러 부위를 초 근접으로 찍은 사진이 담겨있는데 이건 나름대로 야해서 1집의 디자인보다는 약하지만 나름 느낌있다.

공동 타이틀이었던 '오늘밤에' 가 두가지 버젼이 존재하는건 방송물을 한껏 머금은 십센치 나름의 나아가 방향이라고 할까. 담배 값이나 벌려고 취미삼아 음악을 시작했던 두 사람이었는데 어느덧 영민한(?) 뮤지션이 되어가고 있다.

찌질하지만 야하고 야하지만 변태같지는 않은 십센치 특유의 농염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만, 사운드적인 면에서 여러모로 많은 발전을 가져온 앨범이라고 하겠다.



1. 그대와 나
기타 한대로 이루어진 아련한 이별송으로 두번째 앨범의 문을 여는 십센치다. 장면이 그려지는 듯한 작사법은 십센치가 가진 또 다른 강점.

2. fine thank you and you?
애초에 더블 타이틀곡으로 선점됐던 곡들 중 한 곡. 제목 그대로 '난 잘 지내 너는?' 하며 옛날에 이별을 하고 결혼까지 한 그녀에게 띄우는 연서다. 시대가 갈수록 결혼에 있어서 남자에게 굉장히 무거운 짐이 되어버린 느낌인데, 이 곡에 공감하는 대한민국의 무수한 청년남자들에게 '그래도 여기까지 잘 왔어' 라고 말해주고 싶다. 진심. 무거운 주제와는 정 반대로 영롱한 분위기의 곡이라 독특하게 다가온다.

3. 한강의 작별
노스텔지어를 슬쩍 슬쩍 건드리는 곡 분위기가 한 몫을 하는 곡. 세번째 타이틀로 꼽혔나 그랬을거다. 앞 곡도 그렇고 십센치 하면 딱 떠오르는, 통기타 한대와 젬베뿐이었던 그들에게 우리가 가졌던 선입견을 과감히 내 던지는(?) 사운드를 담고있다. 제목 그대로 한강에서 작별하는 남자의 심정을 담아냈는데 참 애절하다.

4. 냄새나는 여자
세 곡 내내 루즈했던 감성에 촉촉하게 내리는 한 곡의 단비.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라면 여자에게 느끼는 향기로운 향기를 찬양하는 곡이다. 알고보면 헤어에 에센스를 치덕치덕 뿌려서 나는 냄새더라고. 속지마 다들. 이 곡은 그걸 찬양하지는 않지만.

5. 너의 꽃
드럼(과 콘트라베이스) 의 플레이 덕분에 재지한 느낌까지 나는 넘버. 강-약의 완급 조절이 매력인 러브송이다. 잔잔함.

6. 고추잠자리
이 곡 또한 발칙하지만 귀여운 십센치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곡이다. 남녀 사이의, 아마도 침대 위에서 거사가 끝난 뒤 일어나는 일을 그린 모양새의 곡. 마녀사냥 방송 초기시절이었나? '어떻게 해야 좋은지 말을 해야 안다' 는 남자의 심정을 소소하게 담아냈다.

7. 오늘밤에
앞서 나온 'fine thank you and you?' 와 함께 더블 타이틀로 내세웠던 곡. 마치 80년대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 에서 따 온 듯한 느낌의 곡 진행이 매력이다. 촌스럽고(후반부의 나레이션이 화룡점정) 노골적이지만 솔직한게 제일이지. '나만 쏙뺀 사랑, 쏙 빠진 로맨스' 가 (특히 금요일과 토요일밤에) 얼마나 잔인한지 잘 보여준다.

8. 그러니까...
십센치의 데뷔작 'the first ep(눈이 오네, 새벽 4시)' 의 감성을 조금 더 세련되고 애틋하게 담아낸 곡. 이 곡 역시 'fine than you and you?' 처럼 작금의 시대적 사태에 불투명한 미래를 마냥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청년남자의 심정(안개가 걷히고 눈이 밝아지면 보게 될거야 난 아무것도 아니니까) 을 잘 보여준다. 아 잠깐 눈물 좀 닦고..

9. 마음
'의인화' 라는 장치를 사용해 귀여움을 한층 더한 곡. 러브송이지만 보컬 권정열의 목소리에 힘이 없어서 뭔가 석연치 않은 곡이다.

10. 이제.여기서.그만
이 곡도 앞에서 언급했던 뭇 곡들처럼 십센치가 지닌 사운드의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주는 넘버다. 드라마틱한 구성속에 이별을 앞둔 남녀가 과감하게 '안녕, 굿바이' 를 외치며 제목 그대로 '여기서.그만' 한다.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바람이 세차게 부는 한강 다리 위가 떠오르는 멋진 곡.

11. corona
제목은 모르겠지만 가사를 가만히 보면 헤어지고 오랫동안 만나지 않던 남녀가 오랜만에 만나 여행이라도 간 듯한 느낌이거나, 이제는 다른 이유들 때문에 헤어져야만 하는 마지막 밤을 보내는 연인들의 이야기같다. 앨범의 마지막 곡이라는 느낌이 짙은 곡 분위기.

12. 오늘밤에 (clean version)
다분히 방송과 이런저런 매장에서 틀으라는 듯 넣은 '오늘밤에' 의 클린버젼이다(fuck을 지웠다). 그냥 두 파트 모두 'love' 로 했어도 누구하나 뭐라고 할 사람 없었을텐데.



맨 끝에 자리하고 있는 '오늘밤에 (clean version)' 이 한곡만 놓고 봐도 십센치가 1집에 비해 얼만큼 대중적인 밴드가 됐고 또 대중들을 의식하게 됐는지 잘 보여주는 예다. 굳이 넣지 않아도 될 트랙을 맨 뒤에 안배하는 노력은 결론적으로 하나마나한 선택이 됐지만 tv나 매장 플레이를 의식한 행동은 예전의 십센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태도다. 어차피 클린 버젼을 넣던 말던 상관할 바가 아니지만 뭔가 답답해 보이고 부자연스럽다고 할까. 함축적인 의미를 랩보다 더 꾹꾹 눌러 담아야 하는 일반적인 송라이터에게 심의의 잣대가 그렇게나 무거운 짐이었나 싶다(2012년에 발표됐다 본 앨범은). 어쨌거나 저쨌거나 사운드의 진보를 조금 보여준 점에 그나마 박수를 보내고 싶다.


추천곡
이제.여기서.그만, 한강의 작별, fine thank you and you?.




1집에 비해 좀 더 과감해진 앨범커버.jpg


십센치만의 표어(?), "take off all your cover and be naked with sound(옷을 홀딱 벗도 들으세요)."






원래는 여자의 누드를 실으려고 했단다.jpg


재킷 사이 사이에 끼워져 있는 가사와 크레딧.jp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