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괴수영화로 가지 않으려는 노력과 중국 자본이 만났을 때
인간이 하는 일은 늘 똑같죠. 발견한 다음에 파괴해 버리는 겁니다.
당신 말이 맞아요. 구하지 못한 사람들 보다는 구한 사람들이 더 중요해요.
뻔한 오락형 괴수물에서 벗어나려 노력한 영화.
대개 이런 한 여름용 블록버스터 크리쳐 무비(특히 바다가 배경인)는 좀 식상하다. 헐벗은 미녀들과 근육질의 남자들이 스크린에 우수수 쏟아져, 누가 더 많은 비명을 지르며 누가 더 참혹하게 괴수에게 물려 죽는지가 관건인데 영화 메가로돈은 그 뻔함에서 한 발을 뺀 영화다.
메가로돈은 대부호의 명령에 심해를 탐사하는 과학자들이 바닷속 해구 밑에 바닥이 존재하는게 아니라 기체로 이루어진 어떤 막 같은게 있다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12,000 미터에 달하는 심해 해구 속에 인류가 여지껏 접해보지 못했던 해양 생물들과 광물들을 채취하려 최첨단의 기술과 자본으로 탐사를 떠나지만, 당연한 결과대로 거대한 문어나 아직 멸종되지 않은 메가로돈이 그 과학자들을 습격한다는 플롯을 지니고 있다. '왜?' 냐는 물음엔 그저 해수의 온도차 덕분에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생태계가 아직 보존되어 있다는 적당한 이론(???) 으로 얼버무리고, 탐사팀이 들어갔다 나온 해수의 고속도로를 메가로돈이 따라 나온 것 뿐이라는 설정은 영화 '퍼시픽림(2013)' 처럼 선사시대와 이어져 있는 포탈이 심해에 있다던지 하는 억지논리까지는 아니어서 그럭저럭 '아 그렇구나' 하는 정도다.
고로, 이 영화엔 눈부신 몸매의 금발 미녀들이나 이런 재난 영화류의 어설픈 미국식 농담따먹기, 우습게 죽임을 당하는 인간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굳이 여름이 아니라 겨울에 개봉했어도 어울릴법한 크리쳐물 되시겠다. 대신 제이슨 스타뎀의 시크한 목소리(그리고 각진 몸매)와 중국 자본이 들어감에 따른 중국어들을 만날 수 있는 영화다. 중국이 헐리웃 영화에 돈을 대는 건 뭐 상관 않겠는데 꼭 돈 댄 티를 배역이나 대사로 과시하려는게 왕왕 보여서 솔직히 좀 눈꼴시다.
(심지어 엔딩 테마곡이 치어리딩곡으로 자주 쓰이는 'hey mikey' 를 중국어로 부른 버젼이다. 영화랑 어찌 그리 안 어울리던지...)
그래서 메가로돈의 실제 사이즈는 굉장히 큰 느낌이지만 영화적 스케일은 꽤 작은 감상을 준다. 그 흔한 해수욕장 대신 심해-바다 한 가운데 에서만 벌어지는 추격씬과 심해의 공포감 덕분에 고전 죠스 시리즈나 상어 장르로 재미 좀 본 진지한 영화들과 살짝 닮아있다. 분명히 넓게 펼쳐져 있는 바닷속인데도 심하게 옥죄어 오는 폐쇄감과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메가로돈의 습격(사이즈는 차치하고)에 대한 긴장감은 꽤나 영리하게 잘 짜놨다. 게다가 중간부터 펼쳐지는 반전 두 개 덕분에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영화다.
해변에 있는 인간들을 마구잡이로 먹어치우는 이 장면은 영화의 거의 맨 끝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뻔하고 안락한 길을 걷지 않으려는 노력이 보인다.
특히 후반에 쏠려있는 메가로돈과 조나스의 대결이 가히 압권이다. 일반 사이즈의 상어도 무서운데 배만큼 큰 메가로돈과 인간의 대결을 스크린에서 보니 액션씬과 추격씬 하나는 잘 만들었다는 느낌. 주인공인 조나스 테일러역을 맡은 제이슨 스타뎀은 하다하다 이제 메가로돈 까지 맨몸으로 잡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나중엔 정말 지옥에 내려가 사탄도 잡을 듯.
이런 생각없이 보는 여름용 블록버스터에 굳이 사족을 달면서 스토리가 엉망이네 하는 사람들은 그냥 진지빠는 영화나 찾아봤으면 좋겠다.
메가로돈의 사이즈만큼 흉폭하고 거대한 액션이 담긴 영화다.
+
영화 메가로돈의 쿠키영상은 없다.
한가지 궁금한게, '메갈로돈' 을 본작의 제목으로 쓸 자신이 없었다면 그냥 원제 그대로 'meg' 이라고 하지. 국내의 특정 온라인 소모임의 눈치를 너무 보는거 아닌가? 예고편에서 조차 스타뎀이 '메갈로돈이야(it's megalodon)' 이라고 발음하는데.
(왜, 언냐들이 쿵쾅거릴까봐 겁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