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의 장르적 쾌감을 위해 관객의 공감을 과감하게 내던져 버린
살려주세요... 사람살려!
왜 죽였냐고요? 그냥 죽였어요. 배고플 때 밥 먹는 것 처럼 사람 죽이고 싶으니 그냥 죽인거죠. 우린 그런 미친놈들과 함께 살고 있는 거구요.
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몇 명인데 본 사람이 아무도 없어?
부녀회장님은 회장님이 실종됐을 때, 회장님 남편이 집값 떨어진다고 찾으러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난 아닌데.
데우스 엑스 마키나란 이런 것이다(엥?)!
'상훈(이성민)'은 어느날 새벽, 술을 먹고 귀가한 뒤 이상한 소리가 나, 베란다를 내다본다. 그 때 자신의 가족이 새로 이사한 아파트 앞에서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죽이는 걸 목격한다는 이야기.
영화 목격자는 스릴러라는 장르적 쾌감을 위해 얼개나 이해 따위는 개나줘버린 요상한 영화다. 일단 살인마가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주인공이 눈 앞에서 목격하고 가족의 안전과 서서히 옭죄어오는 살인자의 포위망에서 안전해지기 위해(?) 섣불리 신고를 하지 못하는 내용을 그렸다.
감독이 전달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테마는 주인공의 주변인물들과 한 명 한 명 희생자가 되어가는 피해자를 집 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방관하는, '아파트' 로 대변되는 요즘시대 불특정다수의 타인들이다. 살려달라는 구조요청을 해도 누구하나 나서지 않는 집단이기주의. 경찰을 믿기 보다는 자신의 힘으로 직접 죄인을 단죄하고 싶은 주인공. 무얼 말하고 싶은지는 아주 잘 알겠는데 그냥 경찰에 신고만 잘 하면 될 것을 소재의 특성에 맞게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얼개로 풀어냈다.
거기에 긴장감과 수축을 반복하다보니 이해보다는 답답함만 가중된다. 게다가 스릴러 특유의 액션씬, 추격씬도 집어넣으려는 욕심에 지극히 평범했던 중년의 직장인은 어느순간 건장한 청년을 뭉개버리는 히어로로 변모하고 특히 하이라이트에 뜬금없이 벌어진 산사태는 '에라 모르겠으니 끝내자' 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식의 결말을 보여준다. 스릴러 영화가 지닌 특성들만 얼기설기 이어붙인 스타일의 영화라서 얼핏보면 긴장감 고조로 인해 '재미있는 영화' 로 인식할 수 있겠으나 이런류의 스릴러는 '추격자(2008)' 의 아류로 밖에 남지 않는다.
하지만 이성민의 연기는 극에 달할 정도로 완성적이고 본작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주조연배우들 역시 무르익은 연기력을 보여줘, 기억에는 남는 영화가 될 수 있다. 또한 내가 살면서 아마 처음 본, '피의자-피해 예정자-주인공' 이 한 컷에 담기는 카메라 구도는 퍽 인상적이었다.
신고를 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심리묘사에 좀 더 힘을 실어줬으면 이정도로 앞뒤가 맞지 않는 영화는 되지 않았을게다. 뭔가 좀 참신한 스릴러를 만들려고 하다가 후반의 산사태에 어안이 벙벙해지는 기괴한 영화. 거기에 감독은 에필로그로 아파트 한복판에서 한 남성이 살려달라는 외침에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 현실을 한 번 더 설파한다. 마치 '우리는 이걸 이야기 하려고 했어' 라는 것 마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