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성을 버리고 여성성을 입은 어설픈 스파이 영화
유럽에 가보고 죽고싶어, 아니면 유럽에 한 번도 못 가보고 죽고싶어?
지금 깜박이 켠 거야? 잘 따라오라고?
넌 뭐든 끝까지 하는 법이 없지.
미러링을 하려면 좀 더 참신하게.
남자친구에게 생일날 문자로 차인 '오드리(밀라 쿠니스)'. 알고보니 그가 CIA요원이었던 게 밝혀지고 절친 '모건(케이트 맥키넌)' 과 초짜 스파이가 되어, 유럽 전역을 누빈다는 이야기.
한국에선 아직도 과도기에 놓여있는 '페미니스트 운동' 에 변태적이고 쓰잘데기 없는 '미러링' 이라는 말이 있다. 남성이 여성을 성상품화하는 걸 역지사지 식으로, 정 반대로 생각하자는 뭐 고딴 단어인데 영화, 나를 차버린 스파이는 남성 위주의 스파이 액션을 갈아 엎고, 여성 둘로 꾸며진 스파이를 이야기 했다. 하지만 '초짜' 라는 수식어를 반드시 붙여야 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오드리와 모건은 사건 해결을 위해 유럽을 동분서주 하지만 정작 스파이 영화 특유의 액션씬과 피가 튀고 살이 꺾이는 장면들은 죄다 남성들이 해야 하니까. 여자들은 대충 화장실 개그나 해대며 비명을 지르기에 바쁘다. 거기에 기존 첩보물에서 남성을 유혹하는 매혹적인 여성 대신 남자의 우람한 가슴근육을 보며 침을 흘리는 모건이나 CIA 동료에게 이민자 신분으로 하버드에 입학했다며 비아냥 대는 장면등은 미러링을 어설프게 하면 이정도로 밖에 보여줄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오랜만에 나온 여성 액션 코미디 첩보 영화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심각하게 재미가 없어, 영화를 보면서 단 한 번도, 실소도 나오지 않았던 졸작. 이런 여성 영화에 대한 '시도' 만을 칭송하고 싶다면 그냥 예전에 제작된 훌륭한 페미니스트 영화들을 보는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
영화 나를 차버린 스파이의 쿠키영상은 의외로 있다(게다가 두 개나). 쓸데 없고 정식 엔딩 크레딧 올라가기 전에 두 개 모두 등장하니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