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세 줄의 사료로 완성한 200억 짜리 상상력.
넌 이길 수 있을 때만 싸우나?
안시성은 지지 않는다.
고작 세 줄의 사료로 완성한 200억 짜리 상상력.
영화 안시성은 645년(보장왕 4), 고구려가 당나라 군대와 안시성에서 벌인 공성전을 그린 영화다.
일단 배우 조인성이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 으로 나오는데에 의구심이 들었다. 또한 아이돌 댄스그룹으로 시작해 노후 준비로 연기를 하는 '설현(김설현)' 이 나온다고 해, 두 번째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기우에 불과했다. 영화 안시성은 정말 오랜만에 기막히게 맛본, 한국 사극과 전쟁 영화의 끝을 보여주는 영화다.
644년, '당태종 이세민(박성웅)' 은 자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구려를 정복하려 출정한다. '연개소문(유오성)' 이 영류왕을 죽이고 그의 조카, 보장왕을 새로운 왕으로 섬기며 그동안 당나라에 굽신거리던 고구려를 다시 세상의 중심에 세우길 원했지만 그게 고까웠던 이세민이 가만히 있지 못해 결국 몇 차례나 서로 치고박지만 워낙 당의 군이 수적으로 많은 상태(50만)라, 연개소문은 칼을 잠시 거두고 후일을 도모하는 상태였다. 이윽고 태학도 수장인 '사물(남주혁)' 을 안시성으로 보내, 당과의 싸움에 군사 보충 요청을 수락하지 않는 안시성주 양만춘을 살해라하는 연개소문. 하지만 사물은 안시성에 도착한 뒤 한량같지만 민중을 살갑게 살피는 양만춘에게 매료되어 함께 당의 이세민에게 맞서 싸우게 된다.
영화 안시성은 '200억이라는 제작비를 사용하려면 이정도는 보여줘야지' 라며 어마어마한 스케일과 전투씬으로 캐릭터를 설명하는 독특한 사극 영화다. 마치 반지의 제왕 시리즈나 미드 왕좌의 게임을 보듯 스펙터클한 영상미가 빛을 발한다. 특히 안시성이 지닌 '성' 이라는 특성 하나로 이정도의 이야기를 뽑아내고 보여줄 줄은 몰랐다. 영화에서 표현된 당의 군사 수는 20만인데 5000명이 지키는 안시성 하나를 공략하기 위해 총 네 번의 큰 전투를 치룬다. 급기야 당의 이세민은 오로지 안시성을 함락시켜야 한다는 오기 하나로 성을 내려다 보기 위해 토산까지 쌓는데 거기에 맞서 싸우는 양만춘과 그의 주요 부하들의 지략이 압권이다.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주몽신의 활로 판타지적인 요소를 더해,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는데 아주 좋은 역할을 한다. 어디하나 빠지는 곳 없이 합이 꼭 맞는 전투 영화를 보는 느낌. 대신 장르에 등장인물이 파묻히는 소재다 보니 캐릭터들이 지닌 특성들이 크게 눈에 띄지 않게 되는데 전투가 흐르는 시간에 맞춰 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꼼꼼히 보여주는 터라, 퍽 그럴싸한 캐릭터 구축을 보여주려 애쓴 흔적이 있는 영화다.
당나라와 고구려의 안시성 전투는 총 88일간 치뤄졌다고 한다. 이세민은 안시성 전투에서 얻은 부상으로 5년만에 병으로 죽게 되었다고 한다. 빈약한 사료만으로 이정도의 볼거리를 자아낸 감독과 컴퓨터 그래픽 팀 덕분에 오랜만에 흥미진진한 사극 액션 영화를 보게됐다.
등장부터 좀 위태로웠던 양만춘 역할의 조인성은 극이 흐를수록 대체불가한 연기와 흡입력있는 캐릭터로 전투를 쥐락펴락 한다. 이렇게 좋은 캐릭터는 어떤 배우든 모두 원할테지만 왜 조인성이어야만 했는지 영화를 보면 수긍이 간다.
초반, 사극톤이 좀 불안한 것만 감내하면 된다.
'물괴' 의 혜리에 이어 안시성의 최대 약점이 될 수도 있었던 '백화' 역의 김설현은 아주 짧고 굵게 등장하는데 그녀의 연기에 굉장히 놀랐다. 기대는 1도 안하고 봤는데 연기를 너무 잘 했던 것.
오히려 '파소' 역을 맡은 엄태구가 더 거슬릴 정도로 설현이 연기를 잘했다. 신중하고 준비를 오래한 티가 났달까. 차기작도 잘 골라서 아이돌 말고 연기만 했으면 좋겠음.
덤으로 '신녀(시미)' 역을 맡은 정은채는 너무 힘을 주고 연기를 한 나머지 유독 요상한 연기를 보여준다.
난 크게 거슬리지 않았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정은채 혼자 튀었다고 하는 중.
빈약한 사료를 대체한 상상력 하나로(그리고 제작비로) 이만큼의 스케일을 펼쳐낸 감독과 제작진이 대단하지만 오히려 사료가 헐겁기 때문에 상상력을 무한대로 펼쳐낼 수 있던게 아니었나 생각된다. 역사왜곡 한 번 잘못 했다가는 워낙 난리가 나는 대한민국이니까.
+
현재(2018년 9월 23일) 추석 시즌 극장가 대결은 안시성이 50만, 명당이 32만, 협상이 27만으로 안시성이 1위를 달리고 있다. 입소문만 잘 타면 5~600만 이상은 거뜬히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발 협상 같은 쓰레기 영화 보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