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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글자막이 거의 다 외워지지 않았나요?

6화. 이제 영어자막을 켤 때에요.

by Cafe du Monde

어느순간 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이 조금씩 버겁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새로 개봉한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가는 발걸음이 예전만큼 가볍지 않고, 상영관안에서 졸지 않은 척이라도 하는 성의를 보일 때도 있으며, 카라멜 팝콘도 그 맛이 예전만 못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영화관에 가는 것이 하나의 취미였는데, 이제 그 자리를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와 같은 OTT가 대신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OCN에서 운이 좋아야 볼 수 있었던 희대의 명작들을 이제 OTT를 통해 언제든지 볼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가 새로운 영화의 개봉이 집중받는 것 보다, 다양한 과거의 명작이 재조명 받아 리바이벌(revival)하는 트렌드를 낳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나는 덕력이 높은 영화나 드라마가 몇 개 있다. 혼자있어 외로울 때, 기분이 처질 때, 피곤할 때, 잠들기 전에, 아무것도 하기싫을 때 등 에너지를 충전할 때 보는 영상매체들이다. 국내물 중에서는 범죄와의 전쟁, 타짜, 해바라기, 신세계 같은 주옥같은 명작들이 있고, 해외물 중에서는 알라딘, 라이온킹, 어벤져스와 같이 가슴이 웅장해지는 블록버스터들이 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이자, 이 것을 통해 영어를 배웠던 미드 "빅뱅이론"도 있다.


각자 개봉하거나 제작된 시점은 각기 다르지만, 대학교때에는 자기 전 매일, 일을 시작하고 난 뒤 부터는 시간이 날 때마다 반복해서 봐왔기에, 적어도 수십번은 시청했던 작품들이다. 나에게는 "그 전개와 결말을 알면서도 반복해서 찾게되는 명작"들이다.


한 영화나 드라마를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수십번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명장면을 섬세하게 기억하고, 그 대사가 외워지게 된다. 예를 들어, 해바라기에서 오태식이 병진이형을 보내주는 장면을 떠올리면 "병진이형, 형은 나가. 흠.. 나가 뒤지기 싫으면."이라는 대사를 자연스럽게 입으로 중얼거리게 되고, 어벤저스에서 헐크가 로키를 패대기 치는 장면을 떠올리면 "신이 약골이네"라는 자막을 상상속으로 쓰고있는 내모습을 발견하는 것 처럼 말이다.


해바라기_realnuke.png 출처 : 영화 "해바라기"
신이약골이네_realnuke.png 출처 : 영화 "어벤저스"




피유니 가앋!


우리는 재밌는 해외영화나 드라마를 하나 골라서 고인물처럼 주구장창 보고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재미있거나 멋진 대사를 찾아서 성대모사를 해오고 있다. 해바라기를 볼 때, 김래원 배우의 대사가 입으로 나도 모르게 나오게 되는 것 처럼, 어벤저스에서 헐크의 대사도 자막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소리로 기억하도록 해서,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정확한 발음을 연습하기 위해서 말이다.


"피유니 가앋!"이라는 소리가 "신이 약골이네"라는 뜻과 머릿속에서 연결되었다면, 저 소리를 어떻게 쓰는지를 한 번 적어보자.


Puny god!


Puny"퓨니"가 아니라 "피유니"라고 소리내는 것, "Pu-" 발음이 "Puma"에서 처럼 "푸"가 아니라 "피유"로 발음될 때도 있다는 것, "God""갓"이 아니라 "가앋"으로 발음한다는 것을 성대모사를 통해 당신은 거의 완벽하게 학습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외워진 한글자막 덕분에 직관적으로 Puny"약골"이라는 뜻이라는 것과 God"신"이라는 뜻이라는 것을 별도의 학습없이 알게 되었다. 완벽한 발음공부와 단어공부를 동시에 끝낸 셈이다.




다량의 단어나 문장을 학습하고 외운다는 관점에서는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매일 반복해서 보고, 소리를 따라 내는 것이 비효율적일 수 있을 수도 있다. 물론, 당장 내일 시험을 쳐야하는 분들은 하지 말아야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한 문장, 한 문장을 외우는 것이 아니고, 내일의 시험만 잘 칠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록 싹이 나기 전 이지만, 열심히 물과 거름을 주어서, 애써 외우지 않아도 배워서 만들어 쓸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영어라는 대나무의 퀀텀리프(Quantum Leap)를 위해서.


낙담의 골짜기.jpg


물론, 영어공부를 하는 더 좋은 방법들이 많겠지만, 영어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고, 더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었으며, 영어실력의 가장 중요한 기반인 발음연습을 학습 초기부터 할 수 있었던, 내가 경험했고 효과가 좋았다고 생각했던 학습경로를 공유하고 있다. 지금쯤 당신은 성대모사를 연습했던 여러 장면들의 한글 자막이 다 외워질 무렵일 것이라고 예상해 본다.


만약, 성대모사를 연습했던 장면들의 숫자가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한글자막이 다 외워질 만큼 반복해서 보지 못했다면, 조금 더 많은 장면들을 골라보고, 조금 더 반복해서 시청하면 된다. 퀀텀리프(Quantum Leap)에는 낙담의 골짜기가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 골짜기를 힘들게 만드는 것은 조급한 마음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daily-912097.jpg 출처 : Pixabay


이제 드디어 한글자막을 끄고, 영어자막을 켤 차례다. 그리고 영어자막으로 "그 전개와 결말을 알고있지만 계속해서 보게되는 명작"을 다시 반복적으로 볼 차례가 왔다.


penalty-2290628.jpg


OTT에서는 자막을 리모컨 조작 하나로 다양한 언어로 바꿀 수 있으니, 영어자막을 보기가 예전보다 편리해졌다. 한글자막을 볼 때는 그렇게 빠르지 않아보이던 배우의 대사가, 아니, 그 대사의 자막이 영어자막으로 바꾸고 나서는 그 속도가 번개처럼 빨라보일 것이다. 일시정지를 해가면서 읽고, 필요시 적어보기도 할지라도, 외워졌던 한글자막을 떠올리며, 각 단어의 뜻을 맞춰보고,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사전을 찾아보고, 영어대사 소리를 성대모사 할 때처럼, 소리내어 읽어보는 연습을 시작해보자. 모든 장면에 대해 따라할 필요는 없다. 내가 흥미를 느끼는 장면이었거나, 인상깊었던 대사였어서 성대모사를 했었던 장면을 대상으로 연습해도 이미 충분할지도 모른다.


나는 한글자막을 보면서, 영어로 성대모사를 하던 것보다, 영어대사를 한줄한줄 읽는 것이, 처음에는 훨씬 오래 걸렸었다. 20분짜리 시트콤 한 편을 영어자막으로 보는데에도, 처음에는 수 시간을 써야 할 수도 있기에, 읽어내는 속도가 붙기 전까지는 5분이면 5분, 10분이면 10분씩 소분해서, 매일 조금씩이라도 소리내어 읽는 연습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비록, 성대모사를 연습하지 않았던 장면이라 할지라도, 지금껏 했던 성대모사 연습이 발음의 "감"을 자연스럽게 안내해 줄 것이라 믿는다.


이미 외워진 한글자막이 영어자막에서 모르는 단어의 뜻과 활용을 직관적으로 설명해 주었었고, 그렇게 이해한 뜻과 활용은 쉽게 잊혀지지는 않았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학습속도는 어느순간 급속도로 빨라지게 될테니, 마음을 너무 조급하게 먹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비록 영어학원 광고는 보는 이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지만 말이다.




아래에 나열해 놓은 <지금 하고있어야 할 것들>을 매일 모두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각자의 요일별 계획에 따라 유연하게 하면 되는 것들이다. 어차피, 우리의 본업은 따로 있고, 영어공부는 시간을 쪼개어 하는 부수적인 자기계발이기 때문이다.


<지금 하고 있어야 할 것들 2>

1. 그 전개와 결말을 알고 있지만 반복해서 보게 되는 명작을 반복해서 영어자막으로 시청하기

2. 그동안 성대모사를 했던 대사들의 영어표현을 적어보고, 다시 소리내어 읽어보며 이미 외워졌던 한글자막과 맞춰보기

3. Grammar in Use를 시작하고, 소리 내어 읽어보기

4. Grammar in Use에 나왔던 모르는 단어들과 성대모사를 했던 영어대사에서 모르는 단어들의 활용을 외워보려 노력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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